이영성 아스트라 대표 "정부 정책적 배려 필요"

지난해 9월22일 오후 9시 경북 포항항. 북한 남포항을 출항해 긴 항해를 마친 중국 국적의 '웬퀴오호'가 부두에 닻을 내렸다. 이 선박에는 북한산 무연탄 4372톤이 실려 있었다. 북한산 무연탄이 민간차원의 교역을 통해 직수입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영성 아스트라상사 사장(41ㆍ무역업)은 감격에 차 목이 멨다. 과거 미원통상(현 대상그룹)의 무역사업본부에서 중개무역에 대한 감각을 익힌 그가 동토의 러시아에서 10여년간 객지 생활을 전전하며 쌓은 사업감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대북사업에 관심을 많았는데 북방무역을 추진하면서 북한에 풍부하게 부존된 석탄자원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핵실험 등 남북 간의 긴장국면 속에서도 직수입을 성사시켜 어느 때보다 뿌듯함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지난 1998년 창립한 아스트라상사는 지난해 연매출 400억을 달성했다. 비록 전직원 2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무역상이지만 베트남 호치민과 중국 상해에 해외지사까지 두고 있는 어엿한 중견기업이다. 지난해에는 포항에 무연탄 가공처리 공장까지 확보했다.

현재 이 기업은 철강 중개무역을 중심으로 선박용 후판ㆍ코일과 고철 중개업까지 폭넓은 범위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석탄 등 자원에 대한 교역사업은 2년 전부터 착수했다. 지난해 아스트라가 국내로 들여 온 북한산 무연탄은 4만톤을 육박한다. 올해는 20만톤까지 수입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사장은 "북한 무연탄은 남북 간 자원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상징적 자원"이라면서 "남측의 무연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제3국으로 무작위로 유출되고 있는 소중한 자원을 들여옴으로써 남북 간 경협사업의 새로운 윈-윈 모델이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자원교역이 전시성이나 성과에 치우쳐 왜곡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광산이나 채굴권에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경제논리에 입각한 교역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지원하되 개발된 자원을 들여오는 '유무상통식' 교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사장은 "민간이 앞서서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정부는 정책을 통해 수요를 창출해주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비록 북한탄이 공급의 불안성을 갖고 있더라도 향후 남북 간의 교역확대를 위한 주춧돌을 마련하고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사장은 정부가 까다로운 산업용 발전용탄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같은 조건이라면 수입탄보다 북한탄에 관심을 기울여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아스트라상사는 대북 자원교역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석탄공사와 '북한석탄광공동진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올해는 북측과 무연탄광 개발에 대한 합작개발계획에 합의한 상태다.

 

정부기관이 나서 협의를 진행시켜도 성과를 올리기 힘들다는 북한과의 자원교역에 민간이 주축이 돼 올린 성과로는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영성 사장은 "올 상반기까지 북측 남포에 석탄 전용부두를 확보하고 탄광까지의 운송설비를 넣어주는 등 수급안정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북측의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다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북한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빈약한 자원을 대체할 풍부한 광물자원이 널려있지요.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서로 공존한 수 있는 길은 찾아야 합니다. 저는 무연탄에서 출발한 남북자원 교역이 머지않아 모든 가치있는 자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북한 사업계획서를 매만지며 이사장이 밝힌 새해 소망이다.

4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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