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전기장판 전자파ㆍ전력소모 논쟁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주부 이모씨(38ㆍ전업주부)는 2년 전 구입해 얼마 전까지 사용해 오던 전기장판을 창고 속에 넣어두고 사용하지 않는다. 이씨는 "침대 위에 켜 놓고 자면 밤 새 훈훈해서 겨울철마다 즐겨 썼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이상하게 몸이 개운치 않아 당분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전자파가 나온다고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가 전기장판을 접어두기로 결심한 데는 평소보다 높게 나오는 전기료 고지서도 한 몫 했다. 그는 "한 달 내내 틀어놓고 있으면 평상시보다 1만원 이상은 (전기료가) 더 나오는 것 같다"며 "몸도 안 좋고 요금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당장 아쉽지만 (창고에)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보조난방기구로 서민층의 사랑받아 온 전기장판에 대한 일부 사용자의 불만이 늘고 있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엔 '전기장판을 사용하면 잠이 얕아진다' '전기장판 때문에 전기료가 많이 나왔다'는 불만 섞인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전기장판은 20일 현재 최저 2만원(2인용 소비자가 기준)에서 최대 7만원(고급형)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씨의 사례처럼 전기료 부담과 전자파의 인체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기장판에 대한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142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2004년 신고된 구제신청이 24건, 2005년 29건, 지난해 10월까지 24건이 접수됐으며 이들 상담건의 일부가 전자파 발생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보원 시험검사소 전기전자팀의 한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전자파에 대한 동률적인 시험결과가 나오고 있지 않아 유해성 여부를 판정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전기장판의 전자파 발생에 대한 소비자 문의가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국내 출시제품은 국제기준을 충족시키고 있어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장판의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 다만 민간연구소 차원의 조사 결과에서 전기장판이 수면 중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일부 연구결과가 나와있을 뿐이다.

 

전기침구전문업체인 프러스트일렉트로닉스(주)가 지난해 한양대 환경의학연구소에 의뢰해 전기장판의 전자파가 사용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정한 자기장에 노출된 사용자는 수면 후 프로락틴과 멜라토닌 등의 호르몬 분비량이 비사용자에 비해 소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전자파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결론내리지 않았지만 향후 생체 내 변화 가능성과 건강 영향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연구돼야 한다고 덧붙여 막연하게 생각했던 전기장판의 인체영향을 일부 지적하고 나섰다.

 

전기장판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과다한 전기소모량의 경우도 업계와 소비자 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측은 전기장판에 대한 절전기술이 개발돼 전력소모량이 일반 전기제품보다 낮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사용 이후의 전기료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불평하고 있다.

 

본지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2인용 전기장판의 전력소비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전기장판은 2인용 기준으로 130W에서 최대 250W까지 비교적 적은 소비전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용 전기요금 기준으로 이론상 한 달 1만원 안팎의 전기료만 추가로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 출시되는 전기장판은 절전회로가 채택돼 과거 초기제품처럼 많은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없다"면서 "전기스토브처럼 겨울철 기타 난방기구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누진제가 적용돼 더 많은 요금이 나오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전기료 부담은 이보다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가구당 한 달 평균 2~3만원 내외의 전기료를 지급하는 일반가정에서 이 금액조차 결코 적지 않다는 반응이다.

 

전기장판을 겨울철 보조 난방기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김모씨(33ㆍ사무원)는 "전기장판을 사용하지 않는 여름철과 하루 10시간 사용하는 겨울철의 전기요금이 크게 차이가 나서 요금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많다"면서 "전기장판이 전기를 많이 먹는다고 자주 얘기를 들어 마음 놓고 쓰지 못하고 온도를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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