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른 계곡에 빗물을 許하라
[칼럼] 마른 계곡에 빗물을 許하라
  • 한무영
  • 승인 2016.02.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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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어렸을 때 맑은 물이 졸졸, 콸콸 소리 내어 흐르는 계곡에서 송사리나 가재를 잡고, 멱을 감고 물장구치던 추억이 생생하다. 계곡은 감수성이 풍부했던 어린 시절에 자연을 배우며 정서를 함양하고 친구를 사귀며 호연지기를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였다. 하지만 요즘 도시근방에 위치한 대부분의 계곡에 그러한 추억거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겨울과 봄에는 물이 말라서 없다가 여름에는 물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홍수가 발생한다. 우리의 후손에게도 우리가 계곡에서 누렸던 그러한 즐거움을 남겨주어야 하지 않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계곡에 물이 없는 원인을 기후변화 때문으로 돌린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하늘만 쳐다보는 수밖에 없다. 어느 도시에서는 펌프로 강물을 퍼서 계곡에 물을 대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나, 이는 돈과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는 방법이다.

정작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잘못된 빗물관리이다. 첫째 계곡을 홍수방지용으로만 정비했기 때문이다. 계곡이나 하천에 있던 돌부리나 웅덩이, 나뭇가지 등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두 없애고 물을 빨리 내다 버리다 보니 가뭄 때는 남아 있는 물이 없다. 둘째 지하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계곡의 물은 주변의 지하수로부터 보충이 되는데, 하천 주변이 개발되면서 불투수면이 늘어나는 바람에 빗물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양이 줄어든다. 게다가 지하수를 뽑아 쓰는 양이 늘어나고 있어 지하수위가 더 낮아지고 있다.

셋째, 하천 양안에 설치된 잘못된 하수도 때문이다. 합류식 하수도 시스템을 가진 지역에서는 오수나 빗물을 모두 다 한 개의 큰 관에 넣어 하수처리장으로 끌고 가니 계곡으로 들어갈 빗물을 원천 차단하는 셈이다. 분류식 지역에서는 오수만 흘려야 할 오수관에 빗물이 흐르는 배관이 잘못 연결되거나, 맨홀뚜껑, 관연결부의 틈새 등으로 빗물이나 지하수가 새어 들어가 계곡이 마르는데 일조를 한다.

원인을 파악했으니 대책은 간단하다. 첫째 계곡을 설계할 때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다. 돌부리, 식재 등으로 자연스럽게 물의 저항을 만들어 주고, 계곡 물의 일정량을 머무르게 하여 물이 천천히 내려가게 해 준다. 계곡을 정비하기 이전의 자연 상태로 환원시키면 된다. 비가 올 때 한꺼번에 몰려드는 빗물을 전체 유역에서 천천히 내려오도록 잡아두면 홍수에도 대비할 수 있다. 둘째 빗물이 땅속으로 더 많이 스며들 수 있도록 전체 유역에 걸쳐서 침투시설을 만들고, 지하수 사용을 규제하여 지하수위를 올려주어야 한다. 셋째 기존의 하수도를 다시 점검하여 빗물이 맨홀, 배관, 접합부 등을 통해 하수도로 가지 않고 계곡으로 흘러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빗물관리대책은 상식적으로 타당하고, 국외에도 성공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우선 소규모로 어느 한 계곡을 정하여 시범사업을 해보자. 그 지역의 자연, 전통,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역에 임시적인 일자리를 만드면서 지역의 자랑거리로 만드는 효과도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하여 설계의 보완점을 찾고, 공학적인 설계 및 유지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만약 시범 사업에서 올바른 방법을 성공적으로 찾아내고 그 방법을 다른 계곡에 적용한다면, 서울시의 모든 계곡, 더 나아가 전국의 계곡이 살아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선조들이 금수강산을 유지해왔던 방법이며, 우리 후손에게 유지관리의 부담을 지우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과거 수백만 년 동안 계곡과 하천의 주인공이 빗물이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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