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차 통계·현장정보 없이 잠재자원 왜곡
규제 완화 및 송배전망 투자 늘려 비중 높여야

[이투뉴스] “사실 재생에너지 보급은 딜레마다. 경제성이 떨어지고 환경문제도 걸린다.”(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 “우리는 국토가 좁은데다 햇빛이나 바람 같은 품질 면에서도 경쟁력이 높지 않다.”(산업부 신재생 담당자), “땅도 그렇고, 특히 자원이 안 좋다.” (모 전력공기업 사장)

선진국 대비 턱없이 낮은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놓고 지적이 나올 때마다 정부와 당국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렇게 말해왔다. 재생에너지 보급의 필요성은 잘 알지만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려면 막대한 부지가 소요되고 우린 자원의 질(質)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들은 주로 기존 에너지 공급자를 통해 확대·재생산 되면서 ‘대한민국=재생에너지 빈국’이란 등식을 굳혀가고 있다. 기존 화석에너지 등쌀에 가뜩이나 위축된 재생에너지를 또 한 번 짓누르는 이런 인식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가장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자 에너지신산업의 주체인 재생에너지가 근거없이 되풀이되는 부지난·자원난 탓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발전에 필요한 부지는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빛과 바람 자원 역시 결코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A 에너지 컨설팅기업 CEO는 “현장은 갑질차 다녀보고 거의 책상만 지키고 있는 공무원들이 재생에너지 자원 잠재력을 심하게 왜곡시켜 그렇잖아도 어려운 분야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일갈했다.

태양광 1GW 설치에 여의도 12개 필요? = 재생에너지 업계는 ‘국토가 좁아 태양광·풍력 발전 효율도 떨어진다’는 내용의 최근 한 매체 보도에서 인용된 산업부의 필요부지 분석에 대해 공분하고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태양광 1GW 설치한 필요한 부지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2배다. 또 같은 용량의 풍력설치는 무려 여의도 91배의 땅이 있어야 한다.

이 분석대로라면 약 3GW의 태양광과 800MW의 풍력이 설치된 우리나라는 이미 여의도 110배에 달하는 땅을 모듈과 풍력터빈으로 뒤덮은 셈이 된다.

전문가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발전업계에 의하면,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태양광 1MW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실제 면적은 약 8250~1만3200㎡(2500~4000평)로, 1GW(=1000MW)라면 약 825만~1320만㎡의 부지가 소요된다.

1GW 설치에 여의도 면적(행정구역상 8.4km 기준)의 12배가 필요하다는 산업부 산식과 달리 약 10분의 1 부지만으로 동일용량 설치가 가능하다. 더욱이 태양광은 수년전부터 건물이나 수상(水上) 등 토지사용을 극소화 하는 쪽으로 설치돼 실제 점유면적은 이보다 크게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풍력발전 필요부지 분석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라는 지적. 최근 주로 설치되고 있는 터빈(기당 3MW)의 날개지름(115m)을 기준으로 터빈이격거리 등을 고려해 업계가 추산한 1GW(=333기) 설치 필요면적은 약 6100만~8147만㎡.

하지만 정부는 이보다 최대 12배가 넘는 면적(여의도 91배=7억6440㎡)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실제 풍력발전 단지 개발 때 터빈타워(기둥)나 접근도로만이 토지를 점유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부 추정값과 실제값은 격차는 이보다 훨씬 클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산업육성 책임을 진 산업부가 오히려 과다한 부지사용 탓에 보급에 한계가 있다며 원전이나 석탄화력에 치중하는 논리는 전혀 현장을 모르면서 제대로 계산 한 번 해보지 않고 하는 무지와 무소신의 소치”라며 “지금까지 재생에너지에 사용된 토지에 대한 통계만 제대로 내봤어도 결코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햇빛이, 바람이 좋지 않아서 어렵다? = 부지탓 못지 않게 자주 등장하는 재생에너지 평가절하 아이템은 바로 '자연에너지 부존자원 빈곤설'이다.  일사량이나 풍량 및 풍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지 않아 경제성도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정책의지 박약이 낳은 자조라는 반응이다.

일례로 독일은 연평균 일사량이 우리의 3분의 2수준에 불과하지만 매년 수GW씩 태양광을 늘려 전체 전력소비량의 약 30%를 조달하고 있다. 또 우리와 사정이 유사한 이웃 일본의 누적 태양광 설치량은 25GW에 달한다.

손충렬 세계풍력에너지협회 부회장은 "설치 장소에 대한 한계는 있겠지만 우리 재생에너지 자원이 다른나라 대비 나쁘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동해의 경우 플로팅(부유식) 풍력자원도 풍부한 편"이라며 "열악한 것이 있다면 각종 정부규제와 민원이다. 지역사회가 조합을 설립해 함께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사업개발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태규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면 부존자원이 잘 개발되도록 계통접속 여건을 개선해 줘야하고, 이렇게 하려면 송배전망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보조금 기반의 신재생 산업을 인센티브, 즉 시장기반으로 전환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수용성을 고려해 가면서 정책투자와 지원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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