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깃털만 남은 자원공기업
[기자수첩] 깃털만 남은 자원공기업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6.03.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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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조기축구팀이 월드컵에 출전한 격이니, 애초에 가능했겠습니까?” 

자원개발에 정통한 한 교수는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한 우리 공기업의 역량을 이렇게 평가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과거 자원공기업 기관장을 지낸 누군가의 말을 그가 재인용한 것이다. 해외 메이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솔직히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애초에 국가대표와 결코 어울리지 않는 조기축구팀 실력이었으면 왜 걸러지지 않았을까. 감독(정부)과 코치(기관장)가 자기 팀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평가를 했더라면, 아니 연습경기라도 충실히 치루며 실력을 키워나갔다면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심드렁해진 해외자원개발 취재를 이어가다보니 당시에는 들을 수 없었던 속사정들이 하나, 둘 나온다. 그 중 하나가 공기업 사장, 리더의 중요성에 대한 일갈이다.

“석유공사 K사장은 당시 하베스트 인수에 대해 반대한 직원을 내쫓았어요. 양심에 따라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한 사람을 내팽개친 거에요. 사업추진 의지가 넘쳐 그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죠. 타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목표달성만을 생각한 거에요.”

“광물공사 K사장이 당시 볼레오 등 광물개발사업에 반대했던 1급 본부장 직위를 팀원으로 강등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당사자는 얼마나 치욕적이었을까요?”

그 동안 자원개발 실패에 대한 아쉬움 중 하나는 공기업은 왜 내부에서 아무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알고보니 추진을 위한 추진, 사업을 위한 사업에 ‘No’라고 외친 자성의 목소리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외부로 전혀 표출되지 못한 채 내부에서 사장된 것이었다.

그 결과, 스스로의 판단이 아닌 3년동안 윗쪽(?) 지시만 따르다 떠난 기관장들 뒤에는 실패와 부실만이 남았고, 책임과 뒷수습은 온전히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 됐다.

물론 남아있는 자들이라고 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몸통이 사라진 상황에서 깃털들만 불려다니면서 제대로 수습이 될런지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풍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앞으로 3년간 임직원들과 합을 이뤄야 할 그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나름대로 고심하며 애를 쓰리라 생각한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머물 3년을 위한 고심이 아닌, 자신과 인연을 맺은 기업과 해당 산업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안을 마련했으면 하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의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 등 자원공기업을 겨냥한 후속조치는 그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돈도, 사람도 모두 줄이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임금 반납, 인력 감축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묵묵히 리더를 따랐던 자들의 숙제로 남았다.

리더십에 관한 책을 쓴 한 저자는 “리더는 목표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당연한 듯, 따분하게 들리는 어록일지언정 새 둥지를 튼 기관장들이 마음 속에 지녀야 할 한 마디는 아닐까.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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