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연구센터 소장 신재인

사람들이나 국가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항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뚜렷하게 정립된 이상과 목표, 이 목표를 달성할 힘과 지혜는 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리들에게 행동하고 사고할 수 있는 근원을 제공하는 힘인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는 우리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식?주를 제공하는 기본 요소도 되기 때문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을 경우에는 우리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고 제약과 속박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제약과 속박은 많은 고통과 인내를 우리에게 강요한다.

 

이제까지 인류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한번도 필요한 힘 또는 에너지를 충분하게 획득한 일은 없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지식과 기술이 늘어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다양해지고 그 양도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람들의 욕심이 먼저 증대되고 이상이 높아져서 항상 필요한 에너지가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의 욕심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화석에너지자원을 고갈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동양의 전통적 문화는 척박한 에너지부족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인내를 최고의 미덕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자연과 또는 에너지를 획득하기 위한 강자와 싸움을 하기 보다는 참고 순응하는 것을 아름다움으로 가르쳐 왔다. 이런 기본 정신은 봉건사회에서 제왕만이 투쟁할 수 있는 권력을 쥘 수 있는 정치적 제도와 욕심을 비우고 욕망을 제어함으로써 평화를 얻고 자연이 주는 만큼만 에너지를 활용하도록 가르치는 전통종교의 교리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우리의 몸에도 이런 피가 흐르고 있다. 가난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사는 깨끗한 미덕으로 치부하고 자연에 그대로 파묻혀 사는 일을 신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인내와 자기수양의 요구가 있다. 우리 정부도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이런 전통적 의식에 자주 호소한다. 에너지 값이 급등하면 정부는 강제적으로 자동차의 운행을 제한하고 에어컨의 사용과 가로등이나 광고 선전물 등에 사용하는 전력의 사용을 쉽게 제한한다. 이 경우에 자동차의 운행제한으로 야기되는 상업활동의 위축이나 에어컨 사용제한으로 일어나는 생산활동의 감퇴, 일반생활의 불편함은 크게 고려되지 못한다. 반면에 마치 이런 제한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절약과 검약의 표본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절약은 우리가 습성과 기술을 이용해서 합리적으로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지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국민들은 에너지 값이 급등할 때마다 근본적으로 향유해야 하는 에너지기본권을 외부적으로 쉽게 침해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에너지 기본권의 제약은 가난하고 약한 그룹에 더 많은 충격을 주게 된다.

 

더 큰 문제점은 이런 전통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느껴지는 청빈한 생활이나 강요된 절약이 실제 사회에서는 국민 각자의 마음에서부터 거부를 당하고 있고 이런 현실이 생활의 비 합리적 괴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보다는 부의 획득을 위해 노력하고 부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되면 그에 상응한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한다. 자동차의 배기량도 올려 잡고 집의 난방시설과 조명도 고급형으로 바꾼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사회적으로 규탄을 받는 것이 아니고 선망의 일로 여겨지며 국내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만들게 된다. 교육적이고 도덕적으로 그려지는 내용이 현실과 큰 차이를 이룰 때 사회는 비합리적인 모순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 여기 대덕 연구단지에는 대중 교통시스템이 없다.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추운 길을 오랫동안 걸어야 하고 택시는 길에서 쉽게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5부제에 걸린 차들을 담장 밖에 세워 놓고 연구원들은 정문을 걸어서 들어 온다. 매일 모든 연구원 건물을 둘러 싸고 있는 담장은 주차장 벽이 된다. 5부제의 괴리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에너지자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원자력, 핵융합,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기술에너지들은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고가의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기술에너지를 활용해서 경제적인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국민의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에너지 기본권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들의 다른 기본권들과 동일하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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