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등 대부분 사업 확대…힘실어주는 정부가 한몫
“2차대전이 日 자원개발 시초…한국은 뿌리 약해” 지적도

[이투뉴스] 예사롭지 않은 일본의 자원개발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업이 전면 중단된 국내 기업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공격적인 행보다.

최근 블룸버그는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일본의 자원개발 사업 추진 배경을 종합상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일관된 정부 정책이 종합상사의 사업 안정화에 한몫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의 뿌리깊은 자원개발 역사가 일등공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저무는 광업에도 ‘뜨는’ 일본
지난 2월 18일 블룸버그는 ‘While Miners Sink, Japan Rises’ 칼럼을 통해 일본의 광물자원개발, 그중에서도 종합상사를 집중조명했다. 자산규모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광업회사인 미쓰비시 종합상사를 통해 자원전문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광산 및 에너지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본의 현주소를 짚어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종합상사는 광산, 에너지, 금융, 부동산, 인프라, 물류, 화학 등 대부분의 사업 분야를 보유한 문어발식 기업 운영을 하고 있다. 불황으로 인한 일부 사업의 운영난을 다른 분야의 수익으로 만회하는 헤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일본 상사들은 원자재 분야의 유례없는 시장침체에도 비 자원분야 수익으로 자원분야 채무를 상환하고 있다. 미쓰비시의 경우 금속사업 분야 매출이 94% 하락한 데 반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보다 14% 떨어진 데 그쳤다. 광물가격 하락으로 세계 주요 광업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일본이 적극적인 사업 추진을 하는 이유다.

◆ 韓, 남은 것마저 없앤다

▲ 국내 종합상사의 해외자원개발사업 진행 현황.

반면 광물개발사업을 하던 국내 상사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심각한 수준이다. 각사 공시내용에 따르면 LG상사는 지난해 자원‧원자재부문에서 9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3000억원을 해외자원개발 손상처리했다. 조직과 인력은 2014년 142명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3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980억원을 해외자원개발분야에서 손상처리한 LS니꼬동제련은 당시 자원개발 및 리사이클링 분야 폐지 등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그 결과 신규 및 개발 2개팀에 임원 2명과 직원 10명으로 구성됐던 해외자원개발사업추진실을 해체했다. 현재는 소속 인원을 전환배치하고 일부 소수 인력으로 유망사업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암바토비를 포함한 사업에서 1048억원의 손실을 입어 신규투자를 중단했다. 인력은 자원개발 전체 인원이 지난해 127명에서 13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광물자원본부 인원만 줄어 지금은 23명에 불과하다.

SK네트웍스는 자원본부를 대폭 축소시켜 석탄사업부로 재편하고 트레이딩팀, 마케팅팀, 개발사업팀으로 세분화했다. 이후 트레이딩과 마케팅에 주력하는 반면 개발사업팀에서는 기존 사업에 대한 유지‧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 “정부지원 축소가 원인” vs “자원개발 뿌리 깊지 않다”

▲ 국제유가와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지원예산 추이(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2월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비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일본, 중국과 10배 이상 차이난다”며 “우리나라 자원개발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과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일본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은 2010년 4조2691억엔에서 2014년 11조4006억엔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며 “탐광 등 사업 출자금이 지난해 485억엔에서 올해 560억엔으로 대폭 증가하는 등 우리와 달리 일본은 예산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발표한 ‘지금이 해외자원개발 투자 확대의 적기’ 리포트를 통해 “원자재 시장침체를 기회로 해외자원 확보 및 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며 “최근 세계 원자재 시장 변화에 대해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 원자재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발생할 유망광구의 매입 기회 활용,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M&A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 및 세제 혜택, 원자재 펀드 활성화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자원개발협회 관계자 역시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 축소와 자원개발에 대한 위축된 분위기로 인해 공기업은 물론이고 종합상사 역시 사업을 축소 내지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본의 자원개발 뿌리가 우리보다 훨씬 깊다”는 이유로 종합상사 중심의 자원개발이 우리나라에 적합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경영사학회의 ‘일본 종합상사의 전후 해체와 재편성에 관한 연구(2001)’ 논문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는 1939년에 발발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물자와 원조 광물을 조달하면서 군수자재 수입, 식민지 및 점령지역에서의 자원개발 등에 종사해 기업의 생존을 이어갔다.

한국경영컨설팅학회의 ‘일본 종합상사의 생성과 발전에 관한 연구(2007)’ 논문 역시 1870년대 창립된 미쯔이물산의 사례를 들어 당시 종합상사가 모직물 수입과 군납 등과 함께 석탄 수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석탄은 당시 미쯔이물산의 삼대 어용영업 중 하나로, 미쯔이는 석탄 독점 판매권도 획득했다. 일본의 자원개발 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종합상사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짙고 자원개발 역사가 길지 않아 일본 사례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쓰비시를 비롯한 일본 종합상사들은 현재 자원가격 시장의 하락을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매수할 최고의 기회로 보고 자산을 최대 5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로 상사들이 자원분야에 적극 투자하도록 돕고 있다.

▲ 연도별 해외 광물자원개발 투자 추이.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와 저유가 지속으로 해외자원개발에 소극적이던 우리나라는 2005년 유가 상승에 발맞춰 자원개발정책을 강화하다 최근 축소하는 추세다. 신규진출 광물개발사업은 200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상반기에는 신규사업이 4건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2.9% 감소한 수치다.

연도별 투자액도 지난해 상반기 2억41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68.1% 떨어졌다.  이중 민간기업의 투자비중은 신규투자 기피, 기존사업 투자 축소로 절반에도 못미치는 41.7% 수준에 그쳤다.

블룸버그 칼럼은 “일본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본격적인 자원기업 사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역시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더욱 공격적인 M&A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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