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태백 고원의 귀네미마을에 2012년 4월 설치된 H사의 2MW 풍력터빈 5기 가운데 1기가 지난 5일 오후 맥없이 넘어져 고철이 됐다. 사고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면 정확히는 쓰러졌다기보다 기둥(타워)이 날카로운 무엇에 잘려나간 듯한 모습이다. 이 터빈은 풍력산업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거창한 구호 아래 당시 '국산풍력 100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당국은 돌풍이나 설비이상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브레이크 고장이나 발전기 과열로 터빈에 화재가 발생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터빈 하중과 날개 회전력을 떠받치는 구조물이 절단된 사고는 국내서 전례가 없다. 풍력 전문가들은 "타워가 찌그러지면서 넘어지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해외서도 이런 유형은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직 귀네미마을 풍력단지에는 같은 시기에 세워진 동일한 터빈 모델 4기가 돌고 있다.(타사 모델 포함 단지내 9기) 이번 사고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사고 당일 다른 터빈에서 실시간으로 계측된 풍황데이터나 발전데이터를 확보해 사고 당시 기상여건을 확인하고, 타워 플랜지 연결상태나 내외부 철구조물의 두께 등이 규격을 지켰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다. 

타워 설치 시 정상적으로 조립됐는지는 물론 가능하다면 타워 연결부 접속 볼트를 수거해 소재와 강도 등을 측정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발전사와 터빈제작사 등 당사자들은 조기 봉합과 보험 청구가 급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분석해 책임소재를 묻고 예측 가능한 후속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다. 이번 사고가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삼양목장 정상부에서 발생했더라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겠는가.

무엇보다 정부 당국은 향후 풍력발전 설비에 대한 정기 안전검사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새로 세운 터빈이라도 매 2년마다 안전당국의 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움직임이 크지 않은 유원지 놀이시설도 자주 안전검사를 시행하면서 100여m 상공에서 100톤이 넘는 하중 스트레스와 회전운동을 감당하는 풍력터빈은 아직 안전검사 관련 규제가 없고 발전사업자들도 비용부담을 이유로 자체 검사에 소극적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관장하는 정부나 에너지공단도 이 참에 사고 경위와 결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요한 건 사고 자체가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과 사업자간 사례 정보공유다.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명사고를 겪고도 백서 한 권 남기지 않는 우리네 의식수준으론 풍력은 물론 어는 분야서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힘들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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