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고심 끝에 내놓은 구조조정계획은 자원개발과 탐사 등 전문성과 특수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탁상공론식 자구책으로 보인다.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두 공기업의 자체의견이라기 보다는 공기업을 총체적으로 감독하는 기획재정부와 해당 기업의 관할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생각이 합쳐진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자구책의 주요 골격은 사람을 줄이고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살빼기 방안에 대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불태우는 것과 같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석유공사는 2020년까지 본사 및 해외 자회사 인력의 30%인 1258명을 감축해 기존 4194명에서 2936명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물공사 역시 이미 17%를 인력 감축한데 이어 내년까지 22%를 추가로 감축할 방침이다. 공기업이 방만한 경영을 막기 위해 조직을 가볍게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원공기업의 규모는 해외의 엑손모빌이나 BP, 토탈 등 자원메이저에 비하면 아직도 구멍가게 수준이다. 자원개발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인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특히 자원개발 인력은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그같은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이 일어난 1997년과 1998년 구조조정을 한다며 요즘 시도하는 것과 똑같이 금싸라기와 같은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자원개발 전문인력을 광야로 내몰았다.

나중에는 매각한 해외자산이 엄청난 이득을 올리고 다시 자원개발에 집중할 당시 전문인력이 없어서 애를 태운 사실이 불과 20년도 안됐는데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현실상 공기업은 감독 부처나 관할 부처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한 정책이나 결정은 정부 당국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자원개발 비리의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잘못을 저지른 정부 당국자는 아무런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고 있는 반면 하수인 격이었던 공기업은 손발이 잘릴 처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자원개발이라는 사업은 특성상 성공률이 거의 벤처기업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성공하면 수십배 혹은 수백배의 이윤을 가져다주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는 나라는 이같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원개발에 나서야 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위한 생명줄이다. 그런데도 자원비리 해결의 종착점은 이들 공기업의 사실상 기능 정지로 치닫고 있다. 자원개발사업은 한번 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구축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미 우리는 IMF 환란 때 경험한 바 있다. 물론 그동안의 경영을 엄밀히 분석해서 인력운용이나 다른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면 환부는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양사의 구조조정계획과 같은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방식의 무모한 방식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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