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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도 방향도 없다…한계 드러난 CBP 전력시장
정부는 신산업에만 매몰, 시스템 개선 의지 실종
신기후체제 대응 및 발전믹스 조정 골든타임 놓칠라
  [403호] 2016년 03월 21일 (월) 07:00:51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정부와 전력당국, 발전사업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력시장 규칙개정위원회는 조만간 올해 첫 회의를 열어 ‘연료전환 성과계수 신설안’ 등 10개 상정안건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발전기별로 수급기여도나 환경성 등을 따져 용량요금(CP)을 차등지급하고, 그동안 LNG복합이나 열병합발전기들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던 자투리 비용을 인정해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이들 안(案)이 통과되면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경영난에 처한 LNG발전기들의 연간 정산수익이 1700억원 가량 늘어난다. 애초 이같은 비용정상화 논의는 첨두발전기 수익악화가 본격화 된 재작년부터 시작됐으나 ‘수급난 시절 초과수익을 생각하면 아직 때가 아니다’란 정부 논리에 밀려 2년여가 지체됐다. 게다가 15년째 그대로인 기준용량요금(CP)을 향후 얼마나 현실화 할지도 불투명하다.

발전사 관계자는 “정당하게 챙겨 받아야 할 고정비지만 혹여 정부 눈밖에 날까봐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 회사들도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 게 우리 을(乙)들의 서글픈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국내 첫 민자석탄화력발전소인 GS동해전력의 북평화력은 오는 6월 준공을 앞두고 최근 계통병입(송전망에 처음 발전기를 연결해 송전함)까지 마쳤지만 아직 자사 생산전력을 얼마에 판매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전 자회사 소유 석탄화력과 동시에 2년전 도입된 정부승인 차액계약제(VC : 베스팅 컨트렉트) 적용대상 발전기가 됐으나 발전공기업은 당분간 기존 정산조정계수 체제에 잔류키로 한데다 한전과의 사전계약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차원의 검토 및 승인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착공이 임박한 나머지 민자석탄(강릉안인·고성그린파워·포스파워)사업들은 작년부터 끌어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무산될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발전사 관계자는 “수조원 단위 투자를 판단해야 할 사람들은 하루하루 애를 태우는데 정부는 신산업에만 꽂혀 제때 직무를 처리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 사업에 묶여있는 돈만 1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BP(변동비반영) 도매 전력시장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상황에 정부가 시장시스템을 혁신하려는 데는 힘을 쏟지 않고 에너지신산업 띄우기나 규제·가격 등을 쥐락펴락하는 데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에너지신산업의 핵심수단은 재생에너지와 신기술이고 그 목적지는 저탄소 경제체제 구축과 일자리 창출인데, 정부가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보여주기식 치적 쌓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쓴소리다.

20일 전력산업계에 따르면, 전력당국의 이번 시장 개선안 추진으로 LNG발전기들의 고정비 회수 여건이 과거보다 다소 나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수준은 kWh당 0.5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 정부가 이후 기준CP를 일정수준 현실화 해도 향후 지속적으로 기저부하 발전소들이 시장에 진입해 예비력이 추가 상승하면 시장가격(SMP)이 하락해 이같은 노력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정부가 개입하는 한전-발전사간 제로섬 수익조정은 단기적인 해법일 뿐 첨두발전기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거나 신기후체제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어떠한 내용의 시장 개선계획도 검토한 바 없다는 게 내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CBP만큼 정부 개입과 통제가 용이한 제도도 드문데다 전기요금 수준에만 민감한 소비자들은 이같은 전력시장 구조에 대해 별도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신산업처럼 당장 돋보이는 아이템을 놔두고, 고된 이해관계 조정과 정책설계가 필요한 사안에 관심을 쏟을 당국자가 있겠느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반면 전문가들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하루 빨리 분명한 정책목표를 수립하고 로드맵을 수립해야 개선방향도 도출할 수 있고 경제활성화 등 소기의 목적도 달성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국책연구기관 소속 한 연구원은 "현 시장제도는 한마디로 일관성도, 원칙도, 방향도 없다. 효율이나 경쟁체제 지향과도 거리가 먼 형태"라면서 "어설프게 시장과 경쟁을 추구하는 것은 위선이다. CBP를 정부가 놓고 싶지 않다면 개도국처럼 모두 PPA계약 체제로 가는 게 차리리 낫다. 도매시장은 물론 소매시장까지 아우르는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개선의 첫 단추는 신기후체제에 부합하는 전원계획 수립과 정책목표 설정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 시장 전문가는 "에너지신산업을 통해 저탄소 경제체제를 구현한다는 방향은 맞지만 본질을 바꾸지 않고 시장시스템을 갖추는 게 뭐가 그리 급하고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마치 그런 일을 통해 현 정권이 추구하는 일자리나 경제활성화가 이뤄지는 것처럼 호도하는 건 진정 국가를 위한 일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 와서 CBP시장의 문제가 발현한 것 같지만 사실 이 시장의 문제는 2008년 이래 계속 잠재해 있던 것인데 어떤 당국자도 관심있게 들여다보지 않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한 적 없었다"면서 "정답은 탄소정책이다. 저탄소 전원 보급목표를 세우고 다른 전원들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지 큰 그림을 세우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CBP시스템에서 CP는 여건이 변하면 현실화 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줘야 할 것을 여지껏 안줬다면 지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이런 걸 두고도 우리 시장에선 시시비비가 있다"며 "결국 지금의 시장구조를 제한적 가격입찰 등 경쟁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예비력이 확보된 지금기회를 놓치면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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