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원자력발전소 구내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시설은 포화상태이나 이를 처리해야 하는 관련 법령은 물론이고 기본 관리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아 대책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원전 24기에서 매년 발전에 사용하고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는 750톤에 이른다. 현재는 이를 원자력발전소 구내의 임시 저장시설 수조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는 장기간 많은 열과 방사능을 방출하기 때문에 냉각과 차단 및 밀폐를 통한 안전한 관리가 불가피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처럼 위험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각 원전의 임시저장시설 포화 예상시기는 고리원전 2016년, 한빛 2019년, 한울 2021년, 신월성 2020년이다. 원전별로 고리는 이미 올해 포화될 예정이기 때문에 어쩌면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논하기 위해 2013년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이 위원회는 작년 여름, 늦어도 오는 2051년까지 특정지역에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을 건설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중인 사용후 핵연료를 모아 처분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시했다. 위원회는 이를 위해 향후 6년 이내에 처분장과 같은 조건의 지하 연구소 부지를 선정해 2030년부터는 실증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론화 위원회의 제안에 정부는 아직 아무런 답이 없다. 다만 작년 8월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한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사용후 핵연료 영구처분장 적기 건설을 위해 부지선정방식과 보상 지원 추진체계와 조직 및 재원 확보 등과 관련된 법령, 즉 사용후 핵연료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처분문제와 관련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독성과 방사성 배출기간이 훨씬 적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만드는데도 30년 가까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는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를 위한 기본계획은 물론 특별법 제정 등 법제화 역시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핀란드는 이미 1983년 처분 기본방침을 확립했으며 프랑스 역시 2006년 사용후 핵연료 관리법을 제정해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은 공론화위원회의 건의대로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과 지하연구소, 처분보관시설 등을 한곳에 모아서 건설하는 집중관리방식이 제안된 만큼 우선 정부가 이를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최소한 기본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기본방침이 결정되면 후속 대책으로 법제화 및 부지선정 등 험난한 과정을 넘기기 위한 방안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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