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급은 시장몫" VS 업계 "일괄지원 필요"

"공들여 기술을 개발해 놨지만 내다 팔 곳이 없다. 이럴 때 정부가 조금만 힘을 보태준다면  여한이 없으련만…"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부서와 보급을 맡고 있는 부서가 달라 시너지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개발부터 보급까지 일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에너지절약기술 활성화를 두고 정부와 업계가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23일 산업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연구개발(R&D) 자금지원을 통해 새로운 절약기술을 개발한 이들 업체는 정부가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발 이후 보급사업에도 자금지원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R&D자금을 지원받아 에너지절약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기술 개발에만 자금을 지원하고 말 것이 아니라 개발 이후 시장보급에도 정책적인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기술도 시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정부 R&D지원예산도 제값을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제품에 대한 가격보조나 수요창출을 통해 어렵게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이 같은 업계의 요구에 대해 "기술개발 이후 보급까지 정부차원에서 관여하는 것은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은 당연한 정부의 몫으로 볼 수 있지만 시장진입에 대한 지원까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주명선 에너지기술팀 사무관은 "그간의 기술개발 지원은 귀중한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것인데 이후 성과물을 시장에 팔 수 있을 때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업계는 기술개발의 결과물이 시장에 보급되지 않은 이유가 뭔 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산자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개발된 신기술이 시장에 보급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시장 표준화가 안 됐거나 이미 시장에 기개발된 제품이 나온 경우다. 전자의 경우는 규제지원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정부지원은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주사무관은 "정부가 어디까지 관여해야 맞느냐는 문제는 판단이 쉽지 않지만 적어도 기술에 대해선 시장기능에 맡겨야 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라며 "업계 요구처럼 특정 품목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효율차원에서도 곤란한 얘기"라고 못박았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더 성능이 좋고 저렴한 제품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고효율기자재인증ㆍ등급표시제ㆍ최대효율제 등의 제도적 지원을 통해 시장활성화를 유인하는 것이 현재로선 적절한 정책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계는 산자부가 과거의 '개발 따로 보급 따로'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기술개발을 장려하는 정책과 수요관리 차원의 보급확대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며 "두 업무가 서로 연계성을 갖고 개발부터 보급까지 일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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