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14년째 신규 설비계획 전무
고효율·대용량·경제성 장점 불구 저평가

▲ '원조 ess'로 불리는 양수발전의 비중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양수발전소의 하부(좌측) 및 상부저수지.

[이투뉴스] 에너지신산업의 옥동자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터리 ESS와 달리 '원조 ESS' 양수발전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을 커버하는 비상발전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10년 넘게 신규 건설설비가 없어 비중이 쪼그라들고 있고, 시장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매년 적자운영을 반복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3일 전력당국과 발전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서 가동‧운영되고 있는 양수발전소는 청평(400MW), 삼랑진(600MW), 무주(600MW), 산청(700MW), 양양(1000MW), 청송(600MW), 예천(800MW) 등 7곳으로 총 설비용량은 4700MW이다. 2월말 기준 전체 전원 설비용량(98.7GW)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 수준이다.

하지만 양수설비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2013년말 5.3%에서 올해까지 0.5%P가 떨어졌고, 기저부하 발전기와 재생에너지 대폭 증가를 상정한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 2.9%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양수발전소 건설계획은 2002년 1차 전력수급계획에 예천양수가 반영된 이후 14년째 전무하다.

양수발전기는 전력수요가 낮은 경부하 시간에 하부댐 물을 상부댐으로 펌핑해 저장했다가 전력수요가 높은 첨두부하 시간에 다시 물을 하부 저수지로 흘려보내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다. 대용량 전력저장이 가능한데다 피크부하 감당, 전력계통 안정화, 광역정전 시 다른 발전기에 기동전력을 공급하는 역할 등을 맡아 '원조 ESS'로 불린다.

발전기 효율도 설비기술 향상에 따라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일례로 1980년 준공된 청평양수의 효율은 72.3%에 불과하지만 2011년 완공된 예천양수발전소의 효율은 84.2%에 달한다. 최근 출시되는 배터리 ESS의 자체효율이 92% 수준이고 충·방전시 전력변환장치(PCS)를 거치며 추가로 효율이 저하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아직 양수가 효율은 물론  저장능력이나 수명, 경제성 측면에서 배터리를 크게 앞선다.  

반면 전력시장에서 양수발전은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신산업으로 분류돼 파격적 정책지원을 받는 배터리 ESS와 비교된다. 201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화력발전 5사가 운영하던 양수설비를 통합 인수한 한국수력원자력은 매년 이 부문에서 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다. 발전원가가 낮은 원전사업자란 이유로 고정비를 충분히 보상하지 않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출력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 비중확대와 전력계통의 위험 증대 대응을 위해서라도 양수설비 증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력조정이 어려운 원전과 석탄화력 설비가 증가하는데다 역시 발전량을 예측할 수 없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점증할 전망이므로 이에 대응해 경제적이고 대용량으로 전력저장이 가능한 ESS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의하면 오는 2029년 전원구성 전망 기준 출력 경직성 전원과 신재생 비중은 전체의 70%까지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시간당 부하 변동률이 최대 500만kW까지 상승해 현재 양수설비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ESS를 확대 보급하는 방법이 있지만 아직 비용이 과도하게 높고 용량확대는 제한적이다. 1000MW 용량인 예천양수 건설에 7500억원이 들었지만, 같은 용량을 배터리 ESS로 확보하려면 약 8배인 5조6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출력조정이 어려운 원자력 때문에 양수발전소를 지었지만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해 양수발전소를 확충해야 한다”며 “일각에선 배터리로 양수발전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양수의 부하 감당시간(발전시간)이 최대 10시간인 반면 배터리는 15~30분에 불과하고 대용량화가 어려워 아직 양수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수원 수력처 관계자는 "양수발전소는 순수 건설기간만 60개월이 걸리고 인·허가나 나머지 공정을 포함하면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돼 당장 준비한다해도 바로 확충할 수 있는 설비가 아니다"면서 "단시간 부하는 배터리가 감당하고 대용량은 양수발전이 감당하는 방식으로 분리 접근해 신규건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 각국은 부하평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해 앞다퉈 양수발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2013년 기준  8GW를 2025년 12GW로, 같은기간 중국과 미국은 22GW, 23GW를 각각 120GW, 47GW로 대폭 증설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은 2010년 이후 30기 가량이 건설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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