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난 2월 29일 정부는 에너지산업 규제개혁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기존 전력산업을 비롯해 석유·가스·열까지 검토대상을 확대하는 등 에너지 분야 규제완화 정책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민간자본의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복안이라 볼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부처를 막론하고 이 같은 규제완화에 대해 일선 공공기관이 느끼는 체감이나 압박은 매우 커진 분위기이다. 새로운 법령이나 규칙을 마련할 때 과연 시장에서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손톱 밑 가시’로 작용하는 게 아닌지 심도 있게 고려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사고의 경직성이다. 과거 바이오 및 목재펠릿의 과다한 사용으로 재생에너지시장에 대한 건전성이 의심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지만, 당시 정부는 공급의무사와 사전 협의정도로 한발 물러선 전략을 취했다. 동남아시아지역의 목재가격에 영향을 줄만큼 시장파급력이나 부작용이 심했지만 시장에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를 살핀 것이다.    

최근 풍력업계에서는 전기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최소한의 타당성조차 고려되지 않은 사업 승인이 적지 않게 잇따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의지를 갖고 일을 하겠다는데 막을 도리가 없다고 애둘러 표현하지만, 실상 규제완화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마구잡이로 산업생태계를 망치면서까지 일을 벌리는 일부 사업자를 막기 쉽지 않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당초 규제완화에 대한 윗선(?)의 강력한 지시와 경고는 일선 공직자들의 보신주의를 겨냥한 질타에 가까웠다. 끊임없이 규제를 양산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자 하는 정부 부처 및 기관들의 안일한 의식을 탈피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지금은 ‘규제 자체를 절대 만들지 않고 입지를 지켜나가겠다’는 또 다른 보신주의, 사실상의 또 다른 트라우마를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 자체를 무조건 철폐의 대상으로만 판단하는 좁은 시야와 더불어 그동안 상명하복으로 점철돼있던 공공기관 조직의 딱딱함이 만들어낸 사고의 경직인 셈이다. 규제가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 또 다른 측면에서는 시장 건전성을 확보하고 안정을 도모하는 기능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규제개혁은 규제항목의 숫자를 줄이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일선 사업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직자의 유연한 사고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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