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공정위 발표 앞두고 '첩첩산중'

군납 유류 입찰과정에서 담합했던 5개 정유사가 국가에 810억원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안승국 부장판사)는 23일 국방부가 SK㈜ 등 5개 정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서 원고에게 809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정유업계는 '초장집' 분위기에 휩싸였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의 공적 집행과 사적 집행이 완결적으로 이뤄진 대표적 사례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들 정유사는 1998~2000년 3년간 국방부 조달본부 군납 유류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혐의가 포착돼 2001년 관련 임원들이 사법처리되고, 공정거래위로부터 120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4일 정유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초상집 같다"고 분위기를 전하고 "현재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정유업계는 석유사업 정제마진 부진 등 수익 악화와 가격담합 논란을 둘러싼 공정위 결정 예정 등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안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 과거 혐의가 인정돼 일부 임원들이 사법처리되고 공정위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터에 또다시 상당금액의 '패널티'를 부여받은 데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SK㈜ㆍGS칼텍스ㆍ에쓰오일ㆍ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업체들은 겉으로는 직접적인 대응은 피하고 상황을 지켜본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안 자체가 매우 민감한데다 개별적인 대응이 아닌 만큼 석유협회를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과 법률적 대응을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법원에서 2주 뒤 오게될 판결문을 받아본 후 정밀검토와 사실관계를 점검하고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현재로는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것 뿐이어서 2~3주 후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조심스런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정유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81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액수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난 만큼 최근 업계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항소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내부적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언론에 보도참고자료까지 배포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정위 카르텔정책팀 관계자는 "카르텔에 대한 행정적 제재ㆍ형벌부과ㆍ피해자에 의한 민사적 손해배상 등 공정거래법의 공적집행과 사적 집행이 완결적으로 이뤄졌다"면서 "피해를 입은 실수요처 또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손해를 배상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 제재와 별도로 민사소송이 활성화되면 카르텔 행위로 인해 초과이윤을 얻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담합의 실익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유사한 민사소송을 제기한 실수요처나 소비자들이 법원을 통해 관련 증거자료 송부를 요청할 경우 입증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의 정유업계 석유류 가격 담합 조사 발표가 내달 7일 있을 예정이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말 "정유사 담합에 관한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고 공정위도 심사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정유업체별 과징금은 적게는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900억원대로 추산된다.

2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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