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울타리 지역’의 새로운 인식
[칼럼] ‘울타리 지역’의 새로운 인식
  • 서정수
  • 승인 2016.04.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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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1990년대 이후 한반도에도 전 세계적 경향인 기후변화 징후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여름철 폭염과 가뭄, 홍수 등이 심화되어 2000년대 재해 피해액만 연평균 2조원에 달한다. 피해액만이 아니라 인명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2050년대 한반도 기상 예측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아열대 현상이 도래될 것이며, 봄과 여름은 한 달 정도 길어지고 겨울은 한 달 정도 짧아지며 극한기후 현상(폭염, 열대야, 호우, 가뭄 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연의 핵심지역이라 일컫는 국립공원지역의 아고산 지대에 분포되어 있는 소나무와 구상나무 고사목이 확대되고 있다는 최근 보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반도에서의 숲은 점차 감소될 전망이다.

영국 몽크스우드(Monks wood) 생물학 자료센터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 걸쳐 약 30만km의 ‘울타리 지역’(living hedge or living fence)이 자연보호자원으로 확보되어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울타리 지역’이란 본래 자연 지역이었으나 인간의 필요에 따른 개발로 인해 그의 일부가 양도 되었을 때 자연과 인간 활동과의 사이에 만들어진 사이 경계, 일명 완충지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을 뜻한다.

독일과 덴마크와의 국경부근인 슈레스빗히·홀슈타인 지방에서 실시한 ‘울타리 지역’의 기능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농경지와 경계를 이루는 울타리는 바람을 막아낼 때 지표에서의 증발량을 줄게하여 강수량의 1/3을 더하게 하는 계산이 되어 농작물의 산출을 20% 가량 증산 시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가뭄시에도 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 ‘울타리 지역’에 높게 자란 큰키나무는 무덥고 긴 여름날에 가축과 사람들에게 서늘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밭의 가장자리에 길고 가늘게 뻗은 울타리는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이나 진딧물 등의 해로운 동물들을 퇴치하는 천적생물이나 기생동물들의 상주처임으로 밝혀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울타리 지역’의 보호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와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에 흔해 빠진 그 많은 논두렁과 밭두렁도 이제 인간 활동지역과 자연지역과의 경계에 접한 ‘울타리 지역’으로 심도있는 기능적 재인식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서편제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도의 밭담 농업을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하기도 했다. 취지는 약간 다를 수 있겠지만 보존의 목적은 확실시 하고 있다.

들과 산을 뚫고 뻗어 나가는 고속도로의 양면에도 역시 도로라는 개발공간과 자연과의 사이에 녹지대로 조성된 완충지대가 있기 마련이다.

수 많은 하천과 강변의 양안에도 자연의 울타리는 존재한다. 도로 양쪽의 가장자리와 개울과 도랑에 자리잡은 자연의 앞줄은 그 뒤에 놓인 자연의 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 면적이 좁고 거대한 자연이 없는 실정에 비추어서도 전국의 어디에서나 널려져 있는 소위 ‘울타리 자연’이야말로 거족적인 힘을 모아 지켜야 할 필요성이 새삼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생태계 변화에 사전 대응할 수 있는 현명함을 작은 ‘울타리 지역’의 완충지대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환경부에서 고시한 전국의 생태자연도에서 대부분의 ‘울타리 지역’은 2와 3의 권역에 해당하는 완충보전지역에 속할 것 같다. 완충보전지역이란 1등급 권역에 준하는 지역으로 장차 보전의 가치가 있는 지역 또는 1등급 권역의 외부지역으로서 1등급 권역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지역이다. 전 국토의 7.5%에 해당되는 1등급 권역의 보존도 쉽지 않은 터에 2등급 권역의 보전을 강조함은 ‘울타리 지역’ 기능에 대한 재인식을 통한 새로운 이해와 자연과의 공존의 필요성에 더하여 자연의 재해로부터 온전한 우리의 삶을 영위키 위한 목적도 있다.

더 절박함이 있다면 지금의 개발 양태로 보아 우리의 금수강산은 더 이상 보존될 기대감의 상실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일찍이 1970년 1월 미국의 닉슨대통령은 그의 연두교서에 대신한 미국자연보호백서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화목하고, 또 기왕에 자연을 침해한 부분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변상하지 않는다면 자연의 무서운 보복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 당시 현실을 직시한 소신과 먼 미래의 자연을 걱정한 그의 발언은 새삼 오늘의 귀감이 될 것 같다.

개발과 자연과의 조화는 상호 대립적 개념을 바탕으로 성립된 관계로 엄밀한 의미에서 하나의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래서 흔히들 문명의 진보와 자연의 수호를 양립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 한다.

그러나 현실적 상황에서의 개발과 자연의 유지는 새로운 차원의 가치관에 입각해서 인간과 자연과의 사이에 함께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피차간에 참을 수 있는 정도의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서 탈출구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자연은 절대로 건드릴 수 없다’라던가, ‘원상태를 고수’하라던가 등 구태 의연한 양식의 시민운동만으로는 보다 건설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지금까지 보아왔다. 이제 자연보호운동도 ‘울타리 지역‘의 그 놀라운 기능을 활용하여 개발하고 자연을 슬기롭게 살려 더불어 공존하는 이른바 앞질러 나가는 양식의 단계에까지 끌어올려야 할 시기에 도달한 것 같다.

‘울타리 지역’ 보호가 새로운 자연보호운동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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