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저(最低) ‘신성남 345kV 전력구(電力溝)’ 현장2.5km 지중화에 1139억원 소요…765kV는 아직 불가

 

▲ 국내 최저 한전 345kv 신성남전력구 지하 80m 지점에서 이경훈 성남전력지사 차장(오른쪽)과 장경일 대리가 지중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이투뉴스] ‘주파수 검색중입니다’ 신호가 끊긴 스마트폰 화면에 낯선 알림창이 떴다. 지하 1층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최저층인 지하 21층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여기서 계단을 이용해 반층 가량을 더 내려서자 직경 4m의 수평터널 입구가 나타났다. 지표면에서 이곳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80m. 바깥에서 25.8℃였던 온도도 20.7℃로 낮아졌다.

“여기가 국내 최저 345kV 지중선로 구간입니다.” 몇 발짝 앞서 걷던 이경훈 한전 성남전력지사 송전부 차장이 천정 조명 스위치를 올리자 지하벙커를 연상케 하는 345kV 전력구(電力溝)가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두께가 16.7cm에 달하는 초고압케이블 18가닥이 터널 좌우를 내시경처럼 파고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반대편을 향했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인근 한전 머내C/H(케이블헤드. Cable head) 지하 신성남 전력구. 가공선로와 지중선을 연결하는 3층 규모 지상 C/H 건물 보안 출입구를 거쳐 외부 세계와 격리된 지하공간으로 진입했다. ‘위험 특고압’이란 경고문이 붙은 C/H 정문과 주변은 CCTV와 감지기가 24시간 출입자를 감시한다.

신성남 전력구는 345kV 송전선로가 구미동 머내공원에서 경기 광주군 방향 불곡산 자락(불곡산 C/H)까지 2.5km를 땅속으로 지날 수 있도록 해주는 전력선 전용 통로다. 용인시 수지구 백운산 방향에서 송전탑을 타고 넘어온 가공(架空) 송전선이 C/H 건물에서 지하로 방향을 틀어 80m를 수직 하강한 뒤 이 전력구를 이용해 분당 동서를 가로지른다.

 

분당구 구미동 인근 머내 c/h(왼쪽 건물). 가공송전선로가 지중선로로 바뀌는 시작부다.

 

각종 상수도관과 탄천(炭川) , 그 아래 분당선 전철(미금~오리), 분당선 아래 신분당선 전철(정자~동천)보다 깊은 곳을 지나다보니 지표면 기준 ‘국내에서 가장 낮은 전력구’가 됐다. 현재 분당구 신성남변전소와 하남시 동서울변전소, 신성남변전소와 안성시 신안성변전소 사이 345kV 4회선이 이 전력구를 지난다.

당진화력과 태안화력에서 생산된 전력도 765kV 송전선을 타고 북상하다 신안성변전소에서 345kV로 전환된 뒤 이곳을 지나 수도권 남부(신성남변전소)로 수송된다.

애초 이 구간은 다른 송전선로처럼 가공 선로였다. 1995년 신도시 개발과정에 서현동에 있던 기존 가공 송전선로가 당시 외곽이던 이곳으로 이전 설치됐다. 하지만 구미동까지 택지가 확장되면서 송전선 재이설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결국 10년만인 2005년 성남시와 한전이 전체 공사비 1139억원 가운데 각각 626억원, 513억원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지중화에 합의했다.  

2007년 9월 시작된 신성남 전력구 개설공사는 ▶지름 10m 안팎의 수직구 3개 굴착(머내-중간구-불곡산) ▶쉴드-TBM 굴진(원형 굴진장비로 지반을 수평으로 파나가면서 후방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조립하는 공법) ▶지중전용 케이블 포설 ▶기존 철탑 철거 등을 거쳐 6년만인 2013년 6월 완료됐다. 지중화 10m마다 4억5560만원이 든 셈이다.

이경훈 한전 차장은 "공법에 따라 다르지만 송전선로 지중화는 가공선로 대비 6~13배까지 비용이 더 든다"면서 "공사비도 공사비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과 케이블로는 345kV까지만 지중화가 가능해 765kV는 현재로선 돈을 들여도 지중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 수직구를 따라 지하 전력구로 뻗어 있는 지중케이블. 각 층마다 점검이 가능하도록 엘리베이터 외에 지하 21층까지 계단이 마련돼 있다.

 

신성남 전력구를 운영하는 한전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신성남~동서울 2회선은 520MW, 신성남~신안성 1회선은 80MW의 전력을 각각 수송하고 있다. 연중 전력수요가 가장 적은 기간이라 융통량이 적을 뿐 동·하계 전력 피크기간엔 수송량이 치솟는다.

신성남~신안성 나머지 1회선의 경우 비수기를 틈타 100일간 휴전(休電. 전력수송 중단)하면서 기존 케이블 교체공사를 벌이고 있다. 34만5000볼트(V)의 초고압 전기는 대한전선 등 국내 3사 케이블 제조사만이 생산 가능한 XLPE라는 지중 전용 케이블을 이용해 전력을 나른다. m당 중량은 40kg에 달한다. 

난연재질로 싸인 이 케이블은 내부 도체가 과열되더라도 자체 소화돼 화재 발생 위험이 없다. 한전은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만일의 화재에 대비해 소방감지선을 전력구 전 구간에 설치했다. 또 3개의 수직구마다 화재 감지 시 자동으로 닫히는 방화문을 설치해 피해 확산을 최소화 하고 있다.

이밖에 C/H 수직구 아래 설치된 집수정은 일정 수준 이상 물이 차오르면 자동으로 배수펌프를 작동시켜 전력구내 침수를 예방한다. 모든 설비운영은 성남전력지사의 '지중T/L 운영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에서 실시간 감시·관리된다.

장경일 성남전력지사 대리는 "전력구내 지중선은 가공선이나 도로 아래 관로형식으로 매설한 지중선과 달리 각종 자연재해나 다른 공사 시 외상고장을 일으킬 염려가 적어 설비 안전성이 높다"면서 "그렇다더러도 2인 1조로 현장 순시점검을 벌이는 등 안정적인 설비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화문 안쪽 전력구 내부로 들어서 바라본 불곡산C/H 방향 케이블은 모양이 독특하다. 3가닥씩 3단으로 엮인 케이블이 마치 거대한 뱀처럼 구불거리는 형상이다. 머내C/H 지하 1층부터 지하 22층 지점까지 수직으로 내려온 케이블도 완만한 'S'자(字)다. 케이블을 굳이 이렇게 설치한 이유는 전력선이 전류량에 따라 온도가 달라져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신축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송전선로의 운전 환경까지 고려한 이 시공법은 뱀을 연상시킨다 해서 '스네이크 포설'이라고 불린다. 작년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송전선로는 3만2941c-km, 이중 신성남 전력구처럼 지하에 매설된 지중선로는 약 3700c-km(수중선로 포함). 지금도 대도시 '어둠의 공간'을 문명의 에너지인 전기가 소리없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가공 송전선로는 아무리 필수 설비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공해다. 장경일 대리는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중화 구간을 계속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민원이 있다고 현실적으로 모든 송전선로를 지중화 하긴 어렵다"면서 "주변 건폐율 등 점수를 따져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수직으로 80m를 내려온 지중케이블이 전력구 입구를 향해 뻗어 있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