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관리공단, 무해화기술로 광미활용 다양화 모색
금·은·구리 유가금속 회수도…산업원료 자원화 적용

▲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상동광산의 광물찌꺼기 적치장 내 플랜트 모습.
[이투뉴스]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동력인 석탄산업. 그러나 폐광산 등장 이후 광물의 채굴로 인한 지표 침하, 갱내수나 폐수의 방류 등 광해현상에도 불구, 1990년대까지 '광해'와 '공해'라는 말이 혼용될 정도로 광해방지 역사는 길지 않다. 2006년 6월 한국광해관리공단(이사장 김익환) 설립 이래 광해방지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이제 막 10년이 흘렀다.

그러나 광해방지를 위한 끊임없는 방안 모색과 연구 결과 오늘날의 광해방지사업 종류는 수질개선, 토영오염 개량 및 복원, 광물찌꺼기 유실방지, 산림복구, 폐석유실방지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광물자원의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광물찌꺼기, 일명 ‘광미’의 처리문제는 광물개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물찌꺼기 처리기술은 크게 ▶적치장의 유질방지 및 유지관리에 관한 연구 ▶오염원을 선별해 근원적으로 처리하는 무해화 연구 ▶무해화된 광물찌꺼기를 활용하는 자원순환연구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최근 무해화, 자원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관심이 모아진다. 찌꺼기를 모아둔 적치장 댐이 붕괴될 경우 하부지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 지역의 생태계가 한순간 무너지는 등의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침출수 발생, 비오는 날 발생하는 광미의 유실은 주변 하천과 지하수 및 토양 등을 오염시킬 수 있는 잠재적 원인인자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광미는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시설물 보수 등을 통해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 특성 다양해 활용 방안 확대 필요성 대두
광해관리공단 광해기술연구소의 광물찌꺼기 무해화 처리공법은 중금속 등 고농도 오염물질을 함유한 광미를 오염되지 않은 광미로부터 분리하고, 무해화된 광미를 골재나 점토류로 만들어 토목 및 건축분야, 요업원료 등으로 재활용해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이다.

광해기술연구소 지반안정기술팀에 따르면 광산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광미는 일반적으로 채광량의 95~99%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비소, 구리, 연, 아연, 카드뮴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류가 환경기준치보다 많게는 수만배 포함돼 있다. 활용처도 극히 제한돼 있는 만큼 광산에는 환경부담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광물생산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광물찌꺼기를 더 이상 폐기물로만 볼 것이 아닌, 새로운 자원의 원료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자원화된 광물찌꺼기는 입자 형태, 크기 등 특성이 다른 만큼 이를 활용할 다양한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에는 시멘트 산업에서 폐기물재활용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유일한 처방이었으나, 광해관리공단 측은 이를 비효율적으로 판단, 공업 및 농업 소재원료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결과 광산개발로 인해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는 암사면용 녹생토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다.

◆ 산림 복구하는 녹생토로 재탄생 시동

▲ 녹생토 시험구 시공 전(위), 시공 후(가운데), 시공 후 2개월(아래) 사진 비교.
녹생토는 제지슬러지 등 유기성 슬러지와 마사토 등을 적절히 혼합해 식생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사면이나 암석사면에 포설·부착하는 재료다. 또한 혼합비율이나 재료 선택에 따라 부산물 비료로도 활용가능한 자원순환형 식생재료다.

녹생토는 유기성 슬러지의 부숙화(퇴비화)를 통해 보비성(비료를 보호하는 능력), 보습성을 향상시키고, 토탄 등을 통해 점착력을 증가시킨다. 마사토, 왕겨 등을 통해 통기성을 확보함으로써 식생성장에 도움을 주는 재료로 제조된다. 특히 나무를 심고 가꾸기 힘든 지형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같은 이유로 광산과 같은 암석사면 절개지(비탈면)에서 산림을 복구하는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광해관리공단 광해기술연구소 지반안정기술팀은 ㈜동원 NMC몰리브덴 광산의 광물찌꺼기를 활용해 녹생토를 제조하고, 대성MDI 단양사업소 내에 위치한 노천 채굴적에 시험구를 설치해 녹생토의 산림복구와 수목류 생장에의 영향력을 연구하는 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시험구의 시공 전·후·시공 후 2개월로 구분해 식생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암반사면에의 정착성, 종자의 발아율, 악취 문제 등 녹생토 시공에 대해 종합적으로 적용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상동광산, 모래대체재 생산지로 탈바꿈
▲ 상동광산 광물찌꺼기 무해화 공정과정도.
광해기술연구소는 지난달 14일과 15일 한국자원공학회가 개최한 ‘제106회 춘계학술발표회’의 광해방지 특별세션을 통해 광물찌꺼기 처리 및 재활용방안과 상동광산의 유실방지 기술을 소개·발표했다.

상동광산은 강원도 영월 상동읍에 있는 중석광산으로, 과거에는 광물찌꺼기가 인근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켜 주민 생명을 위협하는 등 광해방지 사업이 절실한 곳이었다. 1974년에 광미 적치를 위해 설치한 구폐재댐은 근본적인 불안정과 제체 비탈면 블록 부식, 파손 붕괴 등이 진행되면서 대규모 광물찌꺼기의 유실 위험을 안고 있던 곳으로, 2014년에는 적치를 통한 처리방식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광해관리공단 측은 매립·차폐를 통한 광물찌꺼기 처리가 시설 파손, 노후화 등으로 지속적인 유지가 어렵고 보수 비용이 발생하는 점을 이유로 무해화공법을 도입됐다. 이를 통해 유가금속 회수, 광물찌꺼기 재활용 등 매립되는 광물찌꺼기를 줄임으로써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 상동광산 광물찌꺼기 중금속 함량(단위: mg/kg).
광해기술연구소 지반안정기술팀은 상동광산 광물찌꺼기의 중금속 함량을 측정한 결과 비소(As)가 328.6mg/kg로, 토양오염우려기준인 50mg/kg의 6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후 무해화 실증 시험을 수행, 전체 광물찌꺼기의 약 90% 이상을 토양오염기준치 이하로 무해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무해화된 찌꺼기를 이용해 시제품인 물성평가용 공시체, 용출억제재, 소성골재 등을 제작하는 모래대체재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금·은·구리도 회수…현장 적용사례 증가
광해관리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무해화기술은 상동광산의 경우처럼 중금속을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용광물을 회수하는 방식으로도 적용되고 있다. 친환경 선별법으로 분리된 중금속류에 유가금속이 함유된 경우, 분리된 물질에 열적·화학적 침출공정을 거쳐 유가금속을 추출하게 된다. 금, 은, 구리 등 회수할 수 있는 광물 종류도 다양하다.

공단 측은 키르기스스탄 테렉사이, 솔통사리광산 및 콜롬비아 산타크루즈 광미를 대상으로 다양한 금(톤당 1g부터)을 물리적으로 농축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금·은 농축 후 화학적 금회수 공정기술, 금 침출약품인 시안(청산가리) 제거기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시안제거기술과 광미차폐관리기술을 저비용 금회수기술인 퇴적침출기술에 접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구리는 구리제련슬래그(구리 0.8%)로부터 구리정광(27%) 회수기술과 구리광미(0.07%)로부터 자력선별에 의한 농축기술을 확보했다.

이같은 공단의 중금속 제거, 유용광물 회수 등의 무해화기술은 다양한 현장에 적용돼 왔다. 그 예로 앞서 소개한 상동광산의 구폐재 광물찌꺼기처리사업, 대우조선해양의 SMC광산 무해화 시범사업, 키르기스스탄의 테륵사이 금광산, 콜롬비아의 애쉬먼트(Ashmont)사 소유 금광산 광물찌꺼기 무해화를 위한 기술협력사업 등이 있다. 또 유일광산에서는 금인 광물찌꺼기의 97%, 금풍광산에서는 60%를 무해화하는 등 현장파일럿시험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무해화된 광물찌꺼기는 갱내충전물질, 환경소재, 토목 및 건축분야에 재활용돼 산업원료로 자원화되고 있다. 토양의 고농도 유해중금속 선별기술, 군부대 사격장 등 중금속 오염토양정화사업에도 확대 적용되면서 무해화기술의 발전 가능성과 범위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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