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세계를 놀라게 한 ESS PCS '작은거인' 데스틴파워
[특집] 세계를 놀라게 한 ESS PCS '작은거인' 데스틴파워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6.05.03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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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제치고 작년 시장점유율 1위 등극
고효율·고성능·대용량 PCS로 글로벌 진출 채비

[이투뉴스] 바야흐로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성기다. 더 정확히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전기저장장치(EES. Electrical Energy Storage)와 ESS의 또 다른 한축인 전력변환장치(PCS. Power Conditioning System)가 전력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ESS로 약점인 불규칙한 출력을 극복하고 있고, 마이크로그리드는 ESS 신기술 개발에 힘입어 상용화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계통 주파수조정(FR), 피크부하 절감 및 비상발전기 대체 등 전통시장도 ESS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리서치의 보고서에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ESS시장은 2013년 기준 16조원 규모에서 2020년 58조원 규모로 연평균 53%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정부가 ESS를 에너지신산업의 하나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배경이다.

▲ 오성진 데스틴파워 대표이사가 ess 전력변환장치(pcs) 제어를 총괄하는 메인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력시장 '게임체인저' ESS 폭발적 성장
분당 판교디지털센터(PDC)에 본사를 둔 데스틴파워(Destin Power)는 ESS용 PCS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벤처기업이다. 2012년 창립해 지난해 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규모는 작지만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제치고 지난해 ESS PCS시장에서 당당히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PCS는 직류를 교류로, 반대로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고유기능 외에 계통과 분리된 독립운전 상황에서 특성이 제각각인 다양한 전원이 안정적으로 전압과 주파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다. 종종 인버터란 용어로도 혼용되는데 기술적 난이도는 큰 차이가 있다.

아직 ‘ESS=배터리’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PCS의 역할과 기능은 이차전지 이상이다. PCS의 전력변환·제어기능이 빠진 ESS는 아무리 대용량이라도 단순한 전지에 불과하다. 또 용도에 따라 빠른 응동속도와 고효율, 안정성, 다양한 전원 수용능력 등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된다.

업계에 의하면, 올해 기준 국내 ESS 시장규모는 연 3000억~4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800억~1000억원 가량이 PCS 몫이다. 현재 이 시장에는 데스틴파워를 비롯해 LG전자·LS산전·효성중공업·포스코ICT·우진산전 등 국내외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데스틴파워는 지난해 이들 경쟁사를 따돌리고 국내 ESS PCS시장의 약 25%를 석권했다.

▲데스틴파워의 주파수조정용(fr) ess pcs가 설치된 한전 변전소

작년 국내 ESS PCS 시장서 점유율 1위
업력이 짧은 이 벤처기업은 어떻게 단숨에 업계의 리딩컴퍼니가 됐을까. 오성진 데스틴파워 대표이사는 “3년만에 이룬 성과가 아니라 20년을 축적한 기술, 그리고 시장요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분석해 거기에 부응한 고품질 기술을 개발한 것이 주효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오 대표는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정보기술, 포스코ICT, 이화전기 등에서 전력제어 분야 연구원으로 한우물을 판 엔지니어 출신 CEO다. 창사 이전엔 태양광인버터 기업인 카코뉴에너지에서 연구소장을 지냈다. 현 데스틴파워 임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1명의 연구원도 그와 20여년을 동고동락해 온 이 분야 베테랑들이다.

연구소장 시절 머잖아 ESS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경영진에 R&D투자를 제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자 ‘이대로 가면 새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 평생을 걸어온 엔지니어 외길을 접고 한 번도 꿈꿔 본적 없는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데스틴파워란 사명의 ‘Destin’은 운명을 의미하는 ‘Destiny’에서 따왔다. 오 대표는 “지금 하지 않으면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겠다. 어떻게든 시작해야겠다 싶어 난생처음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런 과정이 마치 운명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데스틴파워는 LG화학 오창공장 피크부하용 PCS 1.5MW(2014), 한전 변전소 주파수 조정용 PCS 56MW(2014~2015), GS E&R 영양풍력 ESS연계용 PCS 16.8MW(2015), 신안 팔금도 한전 에너지자립섬 프로젝트 1MW(2015), 홍성 죽도 마이크로그리드 200kW 등 ESS 전 분야에서 모두 91MW의 PCS를 공급했다.

▲ 데스틴파워 pcs 제품 외관(위) 및 내관(아래)

‘이대로 가면 주도권 뺏긴다’ 엔지니어 외길 접고 창업
에너지신산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각종 ESS 구축사업과 마이크로그리드 상용화 사업을 바라보는 외부시각은 사실 기대 못지않게 다소 회의적이다. “생각보다 경제성이 낮다”, “기술적 결함으로 정상운영이 어렵다더라”는 풍문이 적잖다.

하지만 데스틴파워는 이런 우려에서 한참 빗겨서 있다. “이렇게 작은 한국회사가 어떻게 세계적 기술과 제품을 보유할 수 있나, 놀랍다!”(한전·전력연구원), “FR용 PCS 제조사중 FAT(공장검수)를 한 번에 통과한 업체는 데스틴이 유일하다”(전기연구원)는 찬사가 나온다.

앞서 데스틴파워는 2014년 한전 FR사업에서 4개 사업자중 가장 빨리 시운전을 완료했고, 이때 납품한 'SAVEEN GT 1000(모델명)’은 그해 FR사업의 최고 제품이란 평가를 얻었다. 업계에서 데스틴파워 PCS는 현재까지 무고장을 운전되는 유일한 제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SI 분야 대기업들이 이 회사 제품을 가장 신뢰하고 선호하는 이유다.

오성진 대표는 이같은 성과의 배경을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적 차별성과 다양한 고객요구와 용량에 맞춰 레고블럭처럼 조립이 가능한 모듈화 전략을 꼽는다. 우선 기술력 부문에서 데스틴파워는 국내 경쟁사는 물론 ABB와 같은 글로벌기업에 결코 뒤처지지 않거나 오히려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일례로 FR용 ESS는 계통 주파수가 흔들리는 찰나의 순간에 충·방전이 일어나야 하므로 출력을 100%까지 높이는데 소요되는 시간, 즉 응동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한전이 FR사업에서 요구한 응동속도는 20m/s 이내, 그런데 데스틴파워는 이를 업계 최고수준인 10m/s 이내로 단축했다.

▲ 데스틴파워 2.4mw pcs가 설치된 영암풍력단지
ESS가 무정전공급기(UPS)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 필요한 심리스(Seamless. 이음새가 없다는 뜻(=無縫))기술 역시 국내외서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 신안 팔금도 배전용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과 캐나다 파워스트림사의 배전용 프로젝트(750kW)에서 이 회사 PCS는 세계 최초로 UPS기능을 동시에 갖춘 대용량 제품으로 기술적 우월성을 과시했다.

MW급 대용량에서 이 기술을 완성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ABB 정도 뿐이다. 더욱이 데스틴파워 PCS는 심리스가 일어나는 계통연계 및 절체 시 전류원 모드와 전압원 모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고난이도 독자기술을 최초로 확보해 공인효율 98.1%의 업계 최고효율을 달성했다.

이밖에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시 태양광·풍력·디젤발전기 등 다양한 전원이 동작-정지-대체되는 과정에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P+R 순시제어기술’ 대용량화 ▶ESS가 전압원 역할을 할 때 2대 이상의 PCS가 안정적으로 병렬운전하는 ‘드룹제어기술’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를 처음 대용량에 적용해 효율과 냉각성능을 동시에 높인 차세대 SiC PCS 상용화 등도 이 회사만의 차별화 된 경쟁력이다.

오 대표는 “이런 고효율·고성능 기술을 바탕으로 핵심공통모듈은 모듈화 해서 직류 측과 교류계통 측을 사용자 요구사항에 맞게 조합할 수 있도록 플랫폼화 했다”면서 “이렇게 함으로써 설비용량 증대가 쉽고 어플리케이션이 무엇이든 다양한 제품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데스틴파워는 국내 유일의 모듈화 양산기술 확보 기업으로 100kW~2.4MW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으며, 제품 크기를 최소화 해 40피트(ft) 컨테이너에 4MW까지 PCS를 설치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사를 놀라게 한 韓 강소기업의 저력   
올해 데스틴파워의 실적목표는 매출 200억원, 순이익 10% 달성이다. 또 오는 2020년까지 매출을 5배 이상 키우고 신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해 PCS를 비롯한 전력전자 분야의 'No. 1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오 대표는 "국내실적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전력변환장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전력공급 사정이 안좋은 지역과 나라에 우리기술로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인류번영에 공헌하는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게 궁극적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ESS PCS는 그동안 국내기업의 약점이었으나 이제는 우리도 세계적 기술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했다"면서 "데스틴파워처럼 꿈과 열정, 실력과 도전정신을 갖춘 벤처들이 좀 더 어깨를 펴고 세계 무대를 활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자금이나 투자부문의 지원을 확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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