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미래형 석탄화력기술 융합클러스터장

▲ 양원 미래형 석탄화력기술 융합클러스터장
[이투뉴스] 올해 우리 정부는 국제 기후변화 총회에 2030년까지 BAU 대비 온실가스를 37% 줄이겠다는 국가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방안(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을 제출했고, 이는 작년 12월 파리협약 합의에 따라 국제적 구속력을 갖게 됐다. 일각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국제 사회에 공표한 약속이니 세부 이행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내용의 핵심인 에너지신산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수요자원거래시장, ESS 통합서비스, 에너지자립섬, 태양광대여, 전기자동차,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 친환경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빌딩 등 에너지신산업을 통해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량은 약 5500만톤. 하지만 제출된 INDC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3억1000만톤으로 이중 배출권 거래를 통해 해외에서 사들이는 부분을 제외하면 국내에서는 약 2억1500만톤을 줄여야 하는데 에너지신산업으로 감축 가능한 양은 4분의 1 수준이다. 턱없이 부족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본질은 석탄화력이다
INDC 제출안 토의 과정에 정부는 산업부문에서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12%로 제한-산업계에서는 이 수치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의 역할은 건물 및 수송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결국 발전 분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중에서도 기저부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2014년 기준으로 약 1억5000만톤을 상회하고 있고, 이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약 21%에 해당한다. 과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에서 줄여야 하는 이산화탄소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보면 아찔해질 수밖에 없다.

하동석탄화력발전소 전경 ⓒe2news db

문제는 석탄화력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석탄화력에서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 포집 및 격리 기술) 또는 석탄 대신 바이오매스 등의 신재생 연료 혼합 연소 비율을 대폭 늘리는것 뿐이다.

USC(Ultrasupercritical : 초초임계압) 및 HSC (Hypersupercritical :극초임계압)로 대표되는 고효율 발전 기술은 온실가스 감축을 기존 대비 10~20% 가량 줄일 수 있을 뿐이며, 이미 USC 급 발전소는 국내에도 여러 군데에서 지어져 이미 고효율로 운영되고 있다. BAU 대비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이다.

CCS를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 적용하려면, 해당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최소 4분의 1을 온실가스 포집에 사용해야 한다. 20만명 인구에 전력을 공급하던 발전소 1기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동일 조건에서 이 중 5만명이 전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에는 아직 발전소 배출 이산화탄소를 격리할 수 있는 의미있는 크기의 저장소가 발견되지 않았고, 향후 발견될 가능성도 매우 불투명하다.

저장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자원화(또는 고부가가치화) 기술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전환 과정에서 또 다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는데다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도 이를 모두 활용할 만한 시장이 나오지 않아 적용 가능성 역시 매우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원자력의 비중을 늘리거나 석탄화력을 폐지하고 장기적으로 가스복합화력의 비중을 늘린다면 결국은 다시 국민들의 수용성 문제(원자력)와 2배 이상 높아지는 발전 단가(가스복합)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자력에 이어 두 번째로 발전 단가가 싼 석탄화력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것은 다양한 에너지 믹스-국가 에너지 안보의 기본인–에 심각한 타격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태안igcc 플랜트 건설공사 현장 ⓒe2news db

공공성의 부재
안타까운 것은, 아직은 이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장기적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도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겠지만,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어떠한 방향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담당자가 계속해 순환되는 공공부문 조직에서 이 문제를 끌어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지며 갈 사람들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책 결정을 지원해야 할 전문가 그룹은 또 어떠한가. 경쟁을 극대화하는 국가 시스템에서, 결국 모든 전문가들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민간 기업의 경우 바로 매출과 수익에 직결되는 부분이라 그렇다치더라도 경영평가라는 시스템에 매여 있을 수 밖에 없는 공기업, 연구비를 확보해야 살 수 있는 연구소와 학교까지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내는 왜곡된 정보들이 정부의 정책과 기술개발 로드맵에 반영되고 장기적인 전력 수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 지나치게 삐딱한 시선일까. 이러한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기술적이든 정책적이든-가 나올 수 있을까.

컨트롤 타워 확립 및 장기적 전략 수립이 시급
지금이라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화력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먼저, 범부처로 수립이 추진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핵심은 석탄화력발전을(석탄화력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것까지도 방안으로 놓고) 향후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발전사의 본연의 업무인 전력생산과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약한 에너지신산업에 들어갈 노력을 좀 더 석탄화력에서의 온실가스 저감에 집중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할 것이다.

관련 전략 수립에 참여할 전문가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해관계를 떠나 모든 지혜를 모아 장기적인 전략이 나올 수 있도록 관련 정책 입안자들을 지원해야 한다. 민간기업에서는 법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이들 의견들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감축은 현 시점에는 국가적·공공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영역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석탄화력발전과 연관된 모든 구성원들이 이해 관계를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그리고 범지구적 차원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양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미래형 석탄화력기술 융합클러스터장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한 활동가가 지난해 영흥화력에서 석탄발전 확대 정책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레이저로 새기는 퍼포먼스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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