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삼성SDI 등 국내 기업 본격 행보 나서
수급 증감·가격 조정 등 통해 안정화 찾을 듯

▲ 최근 1년간 리튬 가격 변동 추이(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실 제공).
[이투뉴스] 리튬 가격 급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6일 기준 주간 탄산리튬(99%) 가격은 ㎏당 143위안으로 지난해 1월가격대비 약 27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7월을 제외하고 지속 상승한 탄산리튬 가격은 2008년 1월에는 전월가격대비 약 26.5% 상승했으며, 같은해 6월 월평균 RMB 59.75/㎏을 기록하면서 탄산리튬 역사상 최고가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후 계속 하락세를 그리면서 결국 금융위기 발발 시점인 2008년 12월 전월가격대비 최대 낙폭인 17.3%를 기록했다.

이후 수년간 ㎏당 30~40위안 범위를 횡보하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리튬은 지난해 11월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3월까지 단기간에 3배 이상 폭등한 상태다. 월간 상승폭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한풀 꺾여 점차 안정되고 있다. 이처럼 단기 가격 폭등에 고무된 리튬 시장은 개발 및 전방산업으로 투자 소식이 전해지는 등 장밋빛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가격 수준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기도 한다. 2007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고, 8~9년전보다 현재가격이 약 370% 상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리튬을 이용한 2차 전지 사업 등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실에 따르면 리튬 시장은 작고 제한적이다.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에 세계 매장량인 약 1350만톤의 60% 이상인 800여만톤이 분포해 있으며, 중국·호주가 약 35%를 차지한다. 생산량도 매장량과 유사해 남미와 중국, 호주가 탄산리튬 기준(LCE) 연간 세계 생산량의 47%를 각각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미국, 일본, 한국, 유럽, 인도 등은 리튬 순수입국이다. 2012년 기준 연간 리튬 소비량(LCE)인 약 16만톤 대부분이 생산 지역과 일치하지 않는 북반구에서 소비됐다. 이는 순수출국인 남미와 호주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시장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아 요동치기 쉽다는 의미다.

◆ 가격 폭등, 칠레 파업 등이 한 몫
리튬은 주문·발주 후 물량 인수까지 약 3~4개월이 소요된다. 리튬 화합물은 수분에 약하고 이동 및 저장 과정이 까다롭다. 재고 보유 기간도 짧아 수급 상의 문제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기도 한다.

또 부존량이 적은 리튬에 대한 수요 급등 전망도 향후 수십년 내 리튬 고갈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체 물질 개발이나 리튬 추출 기술 혁신 등에 묘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튬을 완전 회수하는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은 더디고, 해수에서 추출하는 기술은 아직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물론 최근 등장한 석탄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은 획기적이라는 평가지만, 경제성 검토와 상업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산리튬은 세계 3대 생산업체인 SQM, FMC, 알버말·락우드가 전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해 공급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에 벌어진 칠레의 SQM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FMC의 분기 판매가격 15% 인상 등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탄산리튬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수요 급증하는 中…리튬 시장 각축전 예고
부존량 부족, 리사이클링 기술 및 해수 추출 기술의 상업화 미지수, 공급시장의 독과점 상황 등이 리튬 가격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중국의 리튬 가격을 상승하게 만든 또 다른 원인이 주목되고 있다. 바로 리튬에 대한 중국의 수요 증가와 정부 정책이다.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종 생산량은 약 38만대로 전년대비 4배 증가했으며,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량은 약 16GWh를 기록했다. 올해는 각각 55만대, 30G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전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생산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연 매출 2억 위안 이상의 리튬이온배터리 생산 업체가 30개가 넘는 만큼 글로벌 IT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 제조업체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핵심시장이다.

2014년 기준 중국의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전년대비 200% 성장했으며 향후 연간 20%를 넘어서는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 500만대 달성을 추구함으로써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환경문제 해결, 석유 의존도 경감, 글로벌 전기차 기술과 생산 주도 등 발전 계획을 품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외에도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도 전기차 및 ESS 보급 확산을 위해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와 보조금,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향후 리튬을 둘러싼 각국의 각축전이 예고되고 있다.

◆ 포스코, 국내 리튬시장 자존심 지킨다

▲ 탄산리튬의 국가별 수출입량(우리나라 기준).
이런 가운데 리튬에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쏠리는 모양새다. 포스코는 지난 2월 14일 아르헨티나 살타 주에서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주정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업용 리튬 생산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독자적 리튬 직접추출 기술을 적용해 본격적으로 리튬 상업생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2010년 고효율 리튬 추출 관련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포스코가 시험 생산이 아닌 상업용 리튬 공장을 건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1년 이상 걸리던 기존 공법의 리튬 추출 기간을 화학반응을 통해 획기적으로 줄인 독자 기술 개발에는 권 회장이 원장으로 재직했던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주도했다.

리튬은 IT산업의 주요 품목인 전기차(EV), 휴대전화, 노트북PC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의 필수 소재로, 희소성이 높고 고부가가치를 자랑하는 만큼 가치가 날로 상승하면서 세계 각국이 자원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 역시 2010년 화학반응을 이용한 리튬 추출 관련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후 수년간 국내외에서 리튬 생산 역량을 키워왔다.

포스코는 향후 연간 리튬 생산을 4만톤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1만5000톤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리튬 수요는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포스코가 상업생산 공장을 착공함으로써 공장이 본격 가동될 경우 수급 불안정 해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2차 전지 생산업체인 삼성SDI도 리튬이온 전지에 역점을 가하려는 뜻으로 연료전지 사업에서 철수를 검토하는 등 리튬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 신규 대체재 개발·저유가 지속 등 시장 주요 변수
리튬 가격 급등이 6개월 가량 지속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기존 생산량 증대, 휴면 광산 재가동 및 신규 개발 프로젝트에 따른 공급량 증가 가능성 또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리튬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대체재도 시장의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차전지 시장에서 현재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에너지 효율, 내구성, 경량화 등 장점을 지녔으나, 화재나 폭발에 취약하고 제조비용이 높은 점은 단점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배터리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대체 배터리에 대한 기술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칼륨이온, 나트륨이온, 알루미늄이온 등 양극제로 리튬 외 다른 물질을 사용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비용을 낮추며 용량을 늘리는 전지기술과 아연공기전지, 마그네슘공기전지, 바이오전지 등도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전기차 업계도 변수로 떠오른다. 연간 2만4000톤의 리튬이 소비되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건설 자체가 우려되면서 향후 2년 내 모델 3에 대한 32만여대 공급 여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리튬배터리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는 현재 8단계 공사 중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공장 운영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 리튬의 장기 확보가 완료되지 않아 이에 따른 변화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취약하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기차의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 또한 점쳐진다. 2014년부터 지속된 저유가로 인해 지난해 미국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전기차를 제외한 차종에서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2014년 2.8%에서 지난해 2.2%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2014년 0.4%에서 지난해 0.3%로 감소했다.

반면 미국 내 가솔린차의 지난해 판매 비중은 전년대비 약 1%p 증가한 95%를 기록해 저유가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판매 비중 유지는 정부의 세금감면 혜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저유가 지속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경제성 취약을 증폭시키는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