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전망은 판매사가 시나리오로 예측…온실가스 부하 따져 MWh계획으로 전환

[이투뉴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작업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 된다. 전기사업법 제25조에 근거로 둔 이 계획은 2017년부터 2031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안정적 전력수급을 목표로 수립되는 2년 단위 법정계획이다. 장기 수요전망을 토대로 목표연도까지의 발전설비, 에너지믹스, 수요관리, 송·변전 설비계획 등을 담게 된다.

특히 이번 8차 계획은 최근 신기후협약 발효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구체화 해야하고, 달라진 전력시장 여건변화에 맞춰 계획 패러다임 일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신규원전 2기 후보지 결정(2018년)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이들 후속 정책까지 고려한 계획 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 신기후체제는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높은 석탄화력 등의 총량제한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신보령화력 건설 현장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기울기 달라진 전력수요, 원점에서 재전망 필요
“한전이 기준(中)-고(高)-저(低) 시나리오 제시”

정부는 지난해 7차 계획을 확정하면서 2029년까지 전력수요가 연평균 2.2%씩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는 앞서 6차 계획의 소비증가율 전망(연평균 2.5% 증가)보다 0.3%P 낮은 값이다. 그럼에도 이 전망은 첫해부터 어긋났다. 작년 전력소비(4837억kWh)는 2014년보다 1.3% 증가나는데 그쳤다. 철강 등 다소비업종 수요가 1년전대비 5.3%나 감소하는 등 전체수요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0.4% 증가)이 부진했던 탓이다.

진짜 문제는 산업부문의 불황이 가시화 되고 있는 올해부터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전력다소비 업종이 줄줄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있고, 그나마 사정이 낫다던 자동차, 전자 등도 ‘수출절벽’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여파가 서비스업 등 상업용과 가정용 전력수요에까지 영향을 끼치면, 올해 수요증가율은 1%를 밑돌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여름철 이상고온이나 겨울철 이상한파, 전기료 인하 등 수요를 끌어올리는 다른 요인 없이 예전과 같은 증가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면 수요에 대한 과거전망을 원점에서 다시 짚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업무를 판매회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7차 수급계획에 관여한 모 위원은 “경제성장률 등 불확실한 팩터값을 대입해 시뮬레이션하는 과거 방식은 오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실질 수요변화 추이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한전이 기준(Reference), 고수요(High), 저수요(Low)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전망(Outlook)' 관점에서 제시해야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공급과대-수요위축, 신규 필요설비 ‘0’ 수렴될 듯
정부가 7차 계획에서 제시한 적정설비 예비율과 최소예비율은 각각 22%, 15%. 이 정도 여력은 확보해야 발전기 불시 고장정지나 수요예측 오차, 신규설비 공급 불확실성 등을 감내하면서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최근 수년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피크전력도 예비력을 다소 넉넉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문제는 예비율이 적정선을 과도하게 벗어나 공급비용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경우다. 발전업계는 ‣6~7차 계획에 반영된 대규모 발전설비(원전 13기, 석탄 20기, LNG 14기)가 일정대로 건설․가동되고 ‣산업·경제적 요인으로 이대로 전력수요가 둔화되면서 ‣수요설비 고효율화․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가속화 될 경우의 연중 예비율은 기존 전망(2016~2023년 23~30%)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발전사들이 아무리 많은 건설의향을 제출해도 이번 8차 계획에서 새로 반영될 필요설비가 ‘0’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A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이미 이런 기류를 감지한 발전사들이 7차 계획 이후 전원개발 부서와 인력을 건설·관리 등으로 전환 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확정설비라도 송전선로 확충이 지체되고 있거나 지역주민 반대로 부지확보가 여의치 않은 설비에 한해 건설일정을 계획보다 뒤로 늦춰 수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필요물량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출력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 대량 증설에 대비해 다양한 ESS전원을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가량 최근 14년간 신규설비 계획이 없었던 양수발전은 대용량 부하에 신축적으로 대응가능한 설비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현행 배터리계열 ESS와 동시에 적기 확충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양수발전은 계획부터 완공까지 최소 10년이 소요된다.   

탄소감축 하려면 MW계획 MWh계획으로 바꿔야

당면한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경제성 중심의 기존 전원믹스-설비계획(MW)을 탄소믹스-발전량계획(MWh)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처럼 설비비중과 발전원가를 우선 고려하는 수급계획으로는 실제 이용률 편차에 의한 발전량 추산과 전원별 탄소규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5~6차 계획수립 당시 기존 MW계획은 현행 변동비반영(CBP) 전력시장 매커니즘에 따라 평균이용률이 90%에 달하고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자력과 석탄화력으로의 투자 쏠림을 촉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민 수용성이 저하된 원자력은 사회적 갈등비용을, 다른 전원대비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계수와 환경오염 부하가 높은 석탄화력은 신기후체제에 역행하는 증가세를 각각 나타냈다.

현재 이런 문제에 해법으로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은 ▶신기후체제와 사회적 합의원칙에 부합하는 발전량 계획을 수립해 전원별로 쿼터(할당량)를 준 뒤 ▶이 과정에 필요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높은 전원의 총량을 제한하면서 ▶전원별 할당량 내에서 옥션(경매)을 도입해 경쟁 효율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런 대안 역시 정부차원의 결단이 선행돼야 하는데다 단기간에 패러다임을 바꿀 경우 이미 건설됐거나 건설 예정인 설비의 유휴화 및 좌초비용을 초래할 수 있어 연차별 감축목표를 수립해 시장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철흥 KAIST 녹색경영과 녹색금융 연구센터 교수는 "현행 에너지정책과 기후정책은 적어도 경제적 관점에서는 양립이 어렵우며, 둘 중 하나는 구속력 있는 정책이 아니다"면서 "에너지시스템에 투자되는 대규모 자본의 비가역성과 시스템 관성, 그로 인해 파생되는 기후문제의 장기적 속성 등을 고려할 때 두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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