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월드와이드, 中 공장서 제조·수출, 원료 국내 판매도
北 매장량 1위 천연광물…南北 경제협력 매개체 역할 기대

[이투뉴스]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한기가 부는 남북관계도 한 때 훈풍이 불던 시기가 있었다.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공감대 아래 교류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원, 그 중에서도 마그네사이트 덕분이었다. 북한은 마그네사이트의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냉랭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국내 자원산업을 일으킬 일거양득 전략을 논할 때마다 꼽히는 북한자원. 하지만 정치적 이념 때문에 그 빗장을 풀기란 쉽지 않다. 북한자원은 과연 남북관계에 훈풍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자원산업을 유지하는 한, 북한자원은 언젠가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동월드와이드(대표이사 윤병로)가 중국 다스차오 인근 공장에서 마그네사이트를 이용한 ‘마그네시아’로 내화물을 제조, 수출하고 있다. 이 계기로 윤병로 경동월드와이드 사장은 북한 자원개발을 한창 논의하던 시절, 우리 측 대표로 북한을 왕래하기도 했다.

◆ 南北 경제협력 꿈꾸던 마그네시아
천연광석인 마그네사이트는 가열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분리되면 ‘마그네시아’라는 원료가 된다. 이후 정제과정을 거쳐 내화물의 제조원료로 사용된다. 내화물이란 1000℃ 이상의 고온에서도 기체화되지 않고 그 강도를 충분히 유지하면서 화학적 작용에도 견디는 재료로, 농업용, 종이펄프용, 전기 절연제, 탈황제 등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된다.

마그네사이트는 전세계 매장량 중 60%인 약 36억톤이 중국, 북한 등 아시아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계 매장량의 50%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고도 전해진다.

▲ 경동월드와이드 연구소에서 각종 품질검사에 사용하는 내화물 샘플(위)과 내화물 제조 공장 모습(아래).

현재 내화물 제조 및 판매사업에 주력하는 국내 기업 중 경동월드와이드가 중국 랴오닝성 잉커우, 다스차오 인근에서 내화물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마그네시아 주 광산으로 한국, 일본, 인도, 유럽, 미국 등 다국적 기업까지 원료보다는 제품 위주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경동 측에 따르면 북한 단천지역의 용양광산, 대흥광산이 대표적인 마그네사이트 광산이다. 북한은 중국 다스차오 지역에 마그네시아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도입을 여러 번 시도하다 실패했다. 이는 북한도 마그네사이트의 개발 가능성을 파악하고 수익 창출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그네사이트를 정제한 북한의 마그네시아는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중국광과 동종의 광상으로 순도가 높다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30억톤의 매장량, 풍부한 인상 흑연, 양질의 노동력, 수입 무관세, 동일한 언어·풍습 등은 우리나라가 다른 해외 국가가 아닌 북한에 투자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치적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크고 전력, 도로, 항만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점,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기술인력 확보가 어려운 북한의 실상은 우리로 하여금 투자에 대한 고민을 더하게 만든다.

◆ 윤병로 경동월드와이드 사장 “북한 광물로 남북통일 포석 삼아야”
경동월드와이드의 대표이사이자 북한광물자원개발 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윤병로 사장은 “북한에 매장된 풍부한 광물을 이용해 언젠가 다가올 남북통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경동월드와이드는 중국에서 내화물 대부분을 제조·수출하고, 일부는 원료를 국내로 들여와 제조 후 포스코, 현대제철 등에 판매하고 있다. 경동월드와이드는 1967년 11월 연탄 제조업체인 왕표연탄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중국에 내화재료 유한회사를 설립, 2006년에 남북 공동 첫 자원협력 사업으로 북한 정촌 흑연 광산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북한 마그네사이트 개발을 통한 남북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수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북한 측도 비공식적으로 “왜 좋은 자원을 다른 나라에 주겠는가. 걱정 마라. 우리 자손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을 넌지시 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북한 자원개발 사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한반도 리스크를 줄이고 향후 남북 통일 시 통일비용 절감, 국내 광물자원 개발 육성 등을 위한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북한은 광물 품질이 좋고,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협의도 쉽다. 그러나 인프라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점과 정치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하루아침에 중단될 수도 있는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올해는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더불어 자원개발 분위기 위축, 저유가  영향이 더해지면서 북한자원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사실상 중단됐다. 2007년 이후 남북간 자원개발 협의는 단절됐고, 그나마 지난 2년간 지속됐던 북한 광물자원개발 포럼은 올해 상반기 개최가 취소됐다. 그러나 윤병로 대표는 언젠가 다시 북한 자원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자리가 마련될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 윤병로 경동월드와이드 사장이 남북자원협력사업 추진 당시 찍은  북한광산 탐방 영상을 보면서 북한자원 개발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포럼에서 북한자원 관련 산·학·연 관계자들은 남북 통일시 효율적인 북한 자원개발을 위해 중국 등 외국기업의 북한광산 투자와 관련한 법률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일 한국의 광업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지적한 '북한 광물자원과 관련한 양허계약의 통일 후 처리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계기로 평가된다.

◆ 자원 풍부한 北, 설비 우수한 南 ‘윈윈’ 
북한은 자원부존량이 풍부하지만 자원의 가공설비 규모는 20~40% 수준에 머무르는 등 부족한 실정인 반면 우리는 자원부존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과 달리 자원 가공 설비는 국제적 수준을 자랑한다. 우리가 북한 자원을 개발해야 할 근거 중 하나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2015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통해 북한 광물자원에 대한 해외 국가의 선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북한광물과 관련된 투자사업을 전면 중단한 반면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유럽, 호주 싱가포르 등은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대다수의 해외 국가들이 주시하는 북한 자원에 우리만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대로 통일에 이를 경우 일명 ‘통일 한국’은 북한이 외국 기업과 체결한 광물자원개발 관련 양허계약을 승계하게 된다. 이는 통일로 인한 추가비용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통일 국가의 성장 잠재력까지 갉아먹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남북이 통일을 하지 않고 자원산업에 협력만 해도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열린 ‘북한광물자원개발포럼’에서 광물자원공사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유망 광물자원 중 한국 내수의 50%를 북한에서 조달할 경우 2011년 기준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북한은 광물자원과 가공제품의 수출확대를 통해 경제성장 기반을 어느 정도 구축할 수 있으며, 우리는 투자수익을 확보하고 지원이 아닌 투자를 통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유도할 수 있다. 향후 통일을 대비한 경제적인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북한 자원개발은 남북 양측에게 엄청난 이익과 시너지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자원 개발에 대한 위험 부담을 지적하기도 한다. 도로, 항만 등 인프라가 열악한 북한의 여건을 고려할 때 대북 자원개발은 대규모 사업으로 진행돼야 사업 타당성이 있으며, 그만큼 투자위험도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안정 조치를 위한 특별법 또는 자원단지화 법 제정을 위해서도 대북 자원투자는 대규모로 추진돼야 협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광물자원 단독 투자보다는 다양한 남북 협력사업과 연계하는 투자 구상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북한 자원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부각됨에 따라 추후 논의 가능성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남북 간 훈풍이 다시 불게 될 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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