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생원이 50∼70% 차지, 황사 자체는 건강상영향 크지 않아
황사에 실려오는 유해물질은 위험, 화력발전·자동차 배출가스 주범

▲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어느날 시민들이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을 한 채 등산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미세먼지가 온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벚꽃이 한창이던 4월 셋째 주에는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겹치면서 주말 꽃구경까지 막아버렸다.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물론 부득이한 외출 시에는 너도나도 마스크를 쓴다.

생활 풍속도를 바꿔놓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미세먼지 상황을 확인한 후 하루를 시작한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 운동이나 나들이 등 실외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다. 관음죽이나 아레카, 야자 등 공기정화식물도 판매량이 훌쩍 뛰어올랐다. 병원마다 호흡기 환자가 넘쳐나고, 텁텁해진 입을 헹궈주는 구강청결제 판매량 역시 2∼3배 늘었다는 보도다.

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울 정도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입자가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PM2.5)는 우리 머리카락의 20분의 1보다 매우 작아 폐에 깊숙이 침투해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 심지어 뇌나 심장까지 영향을 미쳐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도 나왔다. 오죽하면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을까.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많은 사람들은 중국에 눈을 흘기고 있다. 황사를 비롯해 황사를 타고 함께 서해를 건너오는 오염물질이 미세먼지의 주범 아니냐는 막연한 추측에서다. 정부 역시 이같은 기류에 편승, 한-중 및 한-중-일 국제협력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에 나서겠다고 연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황사까지 모두 미세먼지로 보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건강에 나쁜 화학성분이나 중금속 등 유해물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당국도 인정한다.

◆미세먼지, 황사, 스모그 개념과 정의
▲ 미세먼지 크기 비교
우선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먼지로,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 및 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먼지 중에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더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10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1/5∼1/7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PM2.5는 머리카락 지름의 약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해 들어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PM10, PM2.5)에 대한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1987년부터 제시해 왔고,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를 이루는 성분은 그 미세먼지가 발생한 지역이나 계절, 기상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대기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해 형성된 덩어리(황산염, 질산염 등)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류와 검댕 등에서 생기는 광물 등으로 구성된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6개 지역에서 측정된 미세먼지 구성비율은 대기오염물질 덩어리(황산염, 질산염 등)가 58.3%로 가장 높고, 탄소류와 검댕 16.8%, 광물 6.3%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내 미세먼지 발생분이 적은 백령도에서는 탄소류와 검댕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발생원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자연적 발생원은 흙먼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식물의 꽃가루 등이 있다. 인위적 발생원은 보일러나 발전시설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 공장 내 분말형태의 원자재, 부자재 취급공정에서의 가루성분, 소각장 연기 등이다. 조리 중에서도 미세먼지는 발생한다.

발생원에서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되는 경우(2차적 발생)도 있다. 즉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이 대기 중의 수증기나 암모니아와 결합하거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의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가 생성된다. 수도권의 경우 화학반응에 의한 2차 생성 비중이 전체 미세먼지 (PM2.5) 발생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흔히 황사와 미세먼지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으나 황사와 미세먼지는 엄연히 다르다. 황사는 중국 내륙에 위치한 내몽골 사막에서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모래와 흙먼지로서 칼륨, 철분 등 토양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위적인 오염물질에 오염되지 않았다면 그다지 유해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 천년동안 바람에 실려 우리나라로 건너온 황사는 우리 국토의 산성화를 막는 등 긍정적인 영향도 끼쳤다는 연구보고도 많다. 다만 문제는 중국의 경제개발로 유해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급증하면서 황사와 함께 넘어 온 중금속과 화학물질 등이 걱정거리다.

영어의 ‘smoke(연기)’와 ‘fog(안개)’의 합성어인 스모그는 도시나 공업지대에서 오염물질과 안개, 연무 등이 합쳐져 시계(視界)가 나빠지고 인체에 해를 준다. 18세기 유럽에서 산업발전과 인구증가로 석탄소비량이 늘어났을 때 처음 생겼으며 자동차가 증가함면서 여러 대도시로 확산됐다. 석탄·석유에 의한 스모그는 대표적인 발생도시명을 따 런던형(화학반응형으로는 환원형)과 로스앤젤레스형(산화형)으로 나뉘기도 한다.

◆한국과 중국, 미세먼지 둘러싸고 은근한 신경전
최근 황사와 미세먼지가 겹치면서 미세먼지 원인이 모두 국외, 즉 중국으로부터 넘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환경부에서 낸 미세먼지 공식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공기 질에 영향을 주는 국외의 미세먼지 양은 일반적으로 약 30∼50% 정도며, 나머지는 국내에 있는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유해성이 큰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만을 놓고 봤을 때는 국내요인이 더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국외 영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한국과 중국은 이 문제를 놓고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편서풍 영향을 받는 일본도 끼어들었다. 결국 우리나라와 일본은 중국의 대기오염물질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책임론을 제기하고, 중국은 황사는 인정하지만, 미세먼지까지 왜 우리에게 떠넘기느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 중국 내륙지방에서 발생한 황사가 한반도와 동해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

실제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최근 열린 한중일 환경장관 회담에서 “환경 문제는 국내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3국이 환경공동체라는 마음으로 미세먼지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환경보호부 주젠핑 환경감독측정기관 부사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현지에서 형성된 오염물질이며, 미세먼지가 먼 거리까지 이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환경 전문가들도 “정부와 언론이 오로지 ‘중국발 미세먼지’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한중일 3국의 공동대처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발생원과 발생량부터 명확히 밝히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세먼지 분석 및 예보 기능이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와 기상청으로 나뉘어 있어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014년부터 통합예보팀을 구성했으나, 실질적 통합 없이 이원화된 운영으로 황사 및 미세먼지 예보가 제각각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미세먼지 예보가 빈번하게 틀린 영향도 크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2016년 미세먼지 전망 및 대응방안을 통해 향후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세먼지 예보정확도 제고와 건강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범부처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외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철소 화력발전소 등에서 배출가스저감 시범사업을 펼치는 등 우리 환경기술 진출을 통해 한·중 대기질을 동시에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건강상 주의점과 일상생활 대처법
미세먼지를 피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예보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모바일 앱 ‘우리동네 대기질’ 등을 통해 수시로 미세먼지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 아울러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미세먼지 생성을 줄이기 위해 자가용 사용을 피하고, 가급적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 동참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나쁨, 매우 나쁨)가 나오면 어린이와 노인, 호흡기 질환자 등은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외출할 때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보건용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의 경우 미세먼지가 높다고 반드시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격렬한 운동이나 등산 등은 피하고, 예보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창문을 닫고 환기횟수를 줄여 미세먼지가 외부에서 실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실내에서 고기를 굽거나 기름을 사용한 요리를 할 때는 환기를 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음식을 조리할 때 ‘굽기>튀기기>삶기’ 순으로 미세먼지 발생이 많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또 청소기를 돌리는 경우에도 3분 이내로 환기를 한 후 먼지가 쌓이기 쉬운 곳은 물걸레 등으로 청소하면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많은 날 외출에서 돌아오면 손과 얼굴 등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또 물을 충분히 마셔 기관지의 건조함을 막아주고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이 좋다. 음식의 경우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와 섬유질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를 자주 먹으면 장운동이 촉진돼 몸속 중금속을 흡착해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생강이나 도라지, 배 등은 기침이나 감기, 기관지염 등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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