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 보고서 “면제품 화섬보다 환경오염 심해”

英 1인당 폐기의류 연간 30kg… 옷도 자동차처럼 리스하자
  
전세계에서 특히 청소년을 중심으로 쉽게 입고 버리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이 갈수록 대중화됨으로써 환경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케임브리지대 보고서가 밝혔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25일자가 전한 ‘잘 입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티셔츠와 스웨터 값이 어떤 경우 샌드위치보다 더 싸게 판매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 때문에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패스트푸드 못지않게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런 추세를 감안해 올드 네이비나 타깃 같은 미국의 유통 체인들이 패스트 패션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어 환경에 더욱 부담을 준다면서 제조업체와 유통회사, 소비자 모두가 의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한 예로 면과 화섬 의류를 비교하면서 면이 화섬에 비해 생산 단계에서는 원가가 덜 들지 모르나 이후 세탁과 다리미질 등 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면제품이 환경에 더 많은 부담을 준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고 반납받듯이 옷도 리스한 후 메이커나 유통점에서 회수하는 방안이 대중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서는 제의했다. 그러면서 값비싼 웨딩드레스나 턱시도가 이런 식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다반사임을 상기시켰다.

보고서는 이어 ‘면제품은 좋은 것’이지만 ‘화섬은 나쁘다’는 식의 통상적인 사고도 바뀔 때가 됐다면서 T셔츠의 면제품이 화섬에 비해 장기적으로 두 배 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의류시장이 연간 1조달러를 넘는다면서 이 가운데 유럽과 미국이 각각 3분의 1을, 아시아가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이 대중화됨에 따라 옷 ‘대물림’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 보고서는 영국의 경우 여성복 판매가 지난 2005년까지 4년간 21% 가량 늘어 470억달러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옷은 제대로 리사이클이 되지 않아 영국인이 한해 버리는 옷이 1인당 평균 30kg 가량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자선기관 등에 보내지는 것이 불과 8분의 1도 채 못된다는 것이다.

 

또 패스트 패션의 경우 성격상 제품 내구연한 이전에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 유통업체인 마크 앤드 스펜서가 이런 점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유기농 식품과 생산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가 심하지 않은 ‘깨끗한 커피’를 판데 이어 조만간 친환경 의류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마크 앤드 스펜서가 처음 유기농 식품을 팔기 시작할 때 매출이 줄지 않을까 경영진이 조바심을 냈으나 소비자 인식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12% 늘어났다면서 따라서 의류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의류회사 한나 앤더슨이 10여년 전 입던 옷을 가져오면 20% 깎아주는 마케팅을 했다가 2년 만에 철회했던 것처럼 패스트 패션 외면 전략의 위험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면 환경과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을 의식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저개발국의 노동력 착취로 생산되는 이른바 ‘땀이 밴 스웨터’나 아프리카의 부패 산물인 ‘피묻은 다이아몬드’를 사지 않으려는 추세가 확산하는 점과 관련해 패스트 패션을 외면하는 마케팅이 먹혀들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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