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연구원 인남식

작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상하양원의 다수의석을 내어준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정책의 변화를 요구받아왔다. 당시 선거의 최대 이슈가 이라크 문제였고, 유권자의 다수가 이에 관해 부정적인 의사를 갖고 있었음이 투표를 통해 피력된 결과였다.

 

사실 선거 전부터 이라크 문제가 계속 악화되자 부시대통령은 초당파적인 이라크 스터디 그룹 (ISG)를 구성하고 의견을 구했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선거에 패배한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이라크 스터디 그룹의 보고서 (베이커-해밀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중요한 권고안을 담고 있었다.

 

첫째,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미군을 철수할 것, 둘째, 철군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이라크 주둔 미군의 역할을 ‘이라크 보안군 훈련’에 국한시킬 것 그리고 세 번째로 이란 및 시리아 등 인근국가들과 함께 이라크 사태를 논의할 것 등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충격적인 상하원 선거패배 직후에 제시된 보고서였기에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어떻든 존중하는 의사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10일 발표된 신 이라크 전략은 베이커-해밀턴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외려 정반대의 행동지침을 담고 있었다.

 

즉, 미군의 철군 시한 설정 거부, 이라크 보안군과 미군과의 합동 주둔 및 치안 작전, 그리고 이란, 시리아와의 대화 거부 등을 담고 있는 신 이라크 전략은 결국 중동지역내 전반적인 대결구도를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전략은 이라크 내부 말리키 행정부에 대한 압박과 더불어,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고 및 봉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최근 가시화되는 이란의 급부상과 역내 패권세력화는 미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란은 헤즈불라와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적 언사 및 이라크 내부 시아파 세력에 대한 개입 등으로 중동 전반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이에 따라, 이번 신전략 발표 직후 미국은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를 걸프 지역에 추가배치하고,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부대를 걸프 국가에 배치하기로 하는 등 이란에 대한 강경한 무력 시위를 시작했다. 이란 역시 최근 아흐메디네자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을 통해 차베스 베네주엘라 대통령등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반미 연대 구축을 시도하는 실정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정적 항행 없이는 에너지의 순탄한 공급은 불가능하다. 이란과 이라크의 시아 연대와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시아 밀집지역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은 현 상황에서 걸프 해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미-이란간 긴장은 한시라도 우리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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