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조정 대신 디젤발전기 운영 문제 안돼
발전사들 "애초 취지에서 벗어난 형태" 비판

[이투뉴스] 수요자원 거래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 상당수가 디젤발전기 등 자체 발전기를 감축자원으로 보유·가동하면서 일반 발전기처럼 기본정산금(용량요금. CP)과 실적정산금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아낀전기’로 불리는 수요자원은 전기사업법 개정에 따라 2014년 말부터 전력시장에서 발전자원과 동등한 대접을 받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핵심사업 모델중 하나인 수요자원을 현재 289만kW규모에서 2019년까지 400만k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8일 본지가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일부 중개사업자(수요관리사업자)들을 상대로 디젤발전기 등 자체 보유발전기를 활용한 사업참여 가능여부를 타진한 결과, 컨설팅에 응한 모든 사업자들은 ‘투자비나 운영비를 감안해도 사업성이 나온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일부 사업자들은 “우리 고객중 그렇게 하는 곳들이 꽤 있다”, “시설투자가 필요하면 우리가 선투자하고 이후 발생수익에서 차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적극성을 나타냈다. “발전기는 100% (감축자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사업검토를 서두를 것을 제안하는 사업자도 있었다.

수요관리사업에 참여중인 일부 사업장이 부하조정이 아닌 자체 발전기 보유·운영 등을 통해 수요자원 시장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풍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물론 자체 발전기를 보유한 모든 사업장이 DR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3개월간 부하패턴(수요패턴)이 오차율 30% 이내여야 기본적인 참여요건이 된다. 또 실제 감축지시가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발전기에 무정전절체스위치(CTTS) 등을 설치해야 한다.

만약 의무감축 설비로 등록된 수요자원이 감축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당국이 패널티(위약금)를 부과해 해당 월(月)의 기본정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올해 기준 기본정산금은 kW당 연간 4만원 수준.

이 때문에 DR사업자들은 발전기 출력이 최소 500kW 돼야 CTTS 설치비를 제하고도 어느 정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500kW 디젤발전기를 보유한 사업장이 이 자원을 감축자원으로 활용하면, 부하감축 여부에 관계없이 연간 2000만원의 정산금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감축사업장과 수요관리사업자는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해 발생한 기본정산금과 실적정산금을 7대 3, 또는 8대 2 비율로 나누므로 실수익은 이보다 20~30% 가량 적다.

A 수요관리 사업자는 “3년이면 기본정산금으로 CTTS 구축비를 회수할 수 있고, 감축지시로 발전기를 돌리더라도 SMP(전력시장가격) 단가로 감축정산금을 지급하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요즘처럼 유가가 저렴할 땐 연료비를 커버하고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예비율 상승으로 수요관리 사업자가 실제 부하감축에 참여하는 빈도는 줄고 있지만 이 사업이 ‘돈이 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선 사업장의 신규 사업참여는 증가세다. 지난 3일 마감된 상반기 수요자원 등록물량은 이전보다 30만kW 가량 늘어난 310만kW 안팎.

이런 추세라면 수요자원을 원전 4기 규모로 늘리겠다는 당초 정부 목표의 조기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가뜩이나 설비 이용률 감소로 울상인 기존 발전사업자들은 시선은 곱지 않다.

B발전사 관계자는 "절약한 전기로 피크수요를 줄여 설비투자를 최소화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게 애초 수요관리 사업의 명분"이라며 "지금처럼 디젤발전기가 DR사업의 주력인 형태는 이런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장 수요감축 수단이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지, 기존 발전기 공급여력이 남아도는 상황에 수요자원을 지속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인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덧붙여 말했다.

전력당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수요자원 시장의 가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상일 전력거래소 수요시장팀장은 "DR은 신규 발전기 건설로 파생되는 각종 문제와 고원가 노후발전기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향후 신재생 가변출력 조정이나 주파수조정, 사물인터넷(IoT) 결합까지도 가능한 에너지신산업"이라며 "기존 발전기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새 서비스를 창출하고 소비자 참여를 이끄는 측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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