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의 석유 쟁탈전이 원인"

"(나이지리아) 납치단체들은 외국인 납치 후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돈이 아닌 다른 정치적 요구사항을 내걸기도 합니다. 특히 나이지리아 최대의 산유지인 니제르델타 지역에선 석유 개발 이권을 놓고 중앙정부에서 분리 독립운동을 주장하는 무장 단체들이 난립해 외국인을 노린 납치와 강도사건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던 대우건설 소속 우리나라 노동자 9명이 3일 만에 풀려난 데 대한 외교통상부 당국자의 자조 섞인 얘기다.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것은 지난해 5월에 이어 을 비롯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년간 미국ㆍ영국ㆍ중국ㆍ이탈리아 등의 노동자들도 납치됐다. 이처럼 최근 들어 나이지리아에서 납치가 거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아프리카 석유를 둘러싸고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중동 지역의 불안정이 장기화되면서 미국과 중국 등이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석유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지역 진출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나이지리아 군대를 훈련한다는 명목으로 미군을 현지에 보내는 등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에 중국도 2000년 이후 아프리카 교역량을 5배가량 늘리는 한편 지난해에는 '아프리카의 해'로 선정하는 등 아프리카 자원 확보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정부와 나이지리아 정부가 대규모 석유 개발 계약을 체결한 이후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은 지난해 중국 정부측에 나이지리아의 석유 생산지인 니제르삼각주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하기도 했다"며 이 지역 긴장감을 전했다. 이는 외국자본에 의한 석유개발이 진행되면서 개발이익에서 소외된 데 대한 불만이 현지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패와 가난에 시달리는 주민이 몸값을 노리고 외국인을 상대로 강도나 납치 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발표된 '국제위기그룹'의 보고서 '나이지리아: 풍요 속의 결핍'을 보면 나이지리아에서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85%를 인구의 1%가 가져간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반부패 당국이 조사한 바로는 2003년 나이지리아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70%가 착복되거나 엉뚱한 곳에 낭비됐다.


환경파괴도 심각해 지난 30년 동안 계속된 석유 채굴 과정에서 배출된 매연은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켰다. 니제르삼각주가 속한 바엘사 주(州)에서 5000건의 호흡기 질환과 12만건의 천식이 보고됐다. 송유관에서 유출된 석유가 농지와 식수를 오염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현실에 절망한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석유시설 테러나 외국인 납치 등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산유시설이 밀집된 니제르델타 지역에만 외국인 납치를 전문으로 일삼는 단체가 수십여개가 난립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제분쟁 전문가는 "나이지리아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 근로자 800~900명이 현장별로 분산돼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 같은 플랜트 분야에 주로 종사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니제르델타에 밀집돼 있는 만큼 석유를 둘러싼 분쟁에 언제든지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또 "아직까지는 나이지리아 현지 사정이 안정화되던지 아니면 국내 기업이 진출을 포기해야만 (납치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으로서 개발 잠재력이 큰 일종의 '노다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쉽지만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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