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한 질의ㆍ차분한 답변 … 하이닉스ㆍ병역문제 일부 논란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한마디로 무난했다. 개인신상에 대한 의원들의 폭로성 추궁도 없었으며 정치적 성향을 꼬치꼬치 캐묻던 과거 청문회의 전형적 풍경도 사라진 듯했다. 대신 이번 청문회에서는 초점을 다소 벗어난 듯한 정책질의와 차분하고 간단 명료한 후보자의 답변이 이어졌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25일 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고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의 1.2차, 보충질의까지 이어지면서 오후 5시경에나 마무리됐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과 수많은 취재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문회는 다소 맥빠진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이날 청문회에는 김종갑 산자부 제1차관을 비롯한 직원 30여명의 참관해 차기 장관의 답변내용에 구절구절 귀를 기울였다.

 

김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주무부처이자 경제발전의 주역인 산자부 장관에 내정된 데 대해 큰 영광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의원들의 질의에 진솔하고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청문회 내내 흐트러지지 않는 침착한 어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현안에 대해선 소신을 굽히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청문회장에 배석한 관계자들은 이번 청문회에 대해 “대체로 무난하고 평이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청문회의 초점은 크게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문제와 김후보자 및 장남의 병역관계에 맞춰졌다. 여ㆍ야 의원들은 김후보자에게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을 불허하게 된 배경과 산자부의 역할론에 대해 추궁했고, 그는 현행 환경법상 불가피했음을 소상히 설명했다.

 

또 본인과 장남의 병역면제 판정에 대해선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었지만 “경위와 관계없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질의 방향은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개인적 소신을 묻는 내용들이 많았다.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은 최근 벌어진 현대차 노사분규 사태를 언급하며 산자부가 이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했다고 질책했고, 김후보자는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시 총리주재 국정조정현안회의에서 적극 협의하고 산자부는 태스코포스팀을 구성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노조의 권익은 확실히 보호하더라도 불법 파업에는 엄정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현 정부의 노선과 궤를 함께하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후보자는 장관으로 발탁된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답변에 유독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권선택 무소속 의원은 “공직자 출신으로 요직을 거치며 혜택을 많이 봤는데 장관으로 발탁된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고, 그는 “산자부가 실물경제를 다루고 있지만 재정경제부, 노동부, 과학기술부 등과 네트워크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참여정부 철학을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만 답변했다.

 

실업문제와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도 반복됐다. 이상열 무소속 의원의 “소득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후보자는 “일자리 창출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앞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사례를 많이 알리고 중소기업에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현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조정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에너지복지를 위해 저소득층의 주 연료인 등유에 매겨지는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후보자는 “검토하겠다”고 즉답했다.

 

이밖에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하고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 같은 현안에 대해 되짚어야 한다는 최철국 열린우리당 의원의 주장에는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청문회는 평이한 질문과 의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답변이 계속돼 후반부로 갈수록 초점이 흐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김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를 잠자코 경청했던 것 만은 아니다. 그는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참여정부 출범 4년차의 국가균형발전 과제가 실패로 돌아갔고, 이에 대핸 책임을 통감하느냐?”고 묻자 “그 부분은 생각이 다르다. 실패가 아니라 성과로 나타나는데 시간이 더뎌서 아직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26일 상임위를 열어 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한 뒤 2월 초 본회의 의결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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