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디젤, 허상 속속 드러나며 ‘더티디젤’로 여론 뭇매
경유택시 도입도 백지화…LPG차 사용제한 완화 탄력

[이투뉴스] ‘클린 디젤’이라는 이미지와 연료 경제성을 앞세워 각광을 받아온 경유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연이은 연비 조작 스캔들에다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더티 디젤’로 추락하며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친환경차 보급은 장기적인 과제라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갖춘 LPG차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지고 있다. 그만큼 LPG차 사용제한 완화 등 정책적 행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클린디젤의 허상은 애초부터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2년 디젤엔진 배출가스를 석면비소와 같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아무리 엄격한 배출가스 환경규제 기준을 적용한다 해도 경유는 근본적으로 ‘클린’이 될 수 없는 연료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 정유사와 경유차 제조사들은 높은 연비와 적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내세우며 DPF(매연저감장치)와 질소산화물을 잡는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SCR(선택적 환원 촉매장치) 등을 통해 충분히 친환경적 요소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도 이를 도왔다. 경유택시 도입을 추진하거나 저공해차량 인증제,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등 경유차에 각종 혜택을 주는 정책을 폈다.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클린디젤이 마케팅에 의한 허상임이 드러나면서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로 친환경차에 포함되어 있는 클린디젤자동차를 제외하려는 개정 법안이 제19대 국회에서 제출됐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로 발의 40일 만에 폐기됐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도 다르지 않다. 2009년 12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이상득·이명규 의원 주최로 ‘클린디젤 글로벌포럼’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의원도 참석해 클린디젤 보급에 힘을 보탰다.

반면 경유차의 본고장인 유럽 각국은 경유차 보급 억제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 대비된다. 프랑스 파리는 2020년부터 경유차의 시내진입을 전면금지 시켰으며, 영국은 2018년부터 런던의 명물 블랙캡의 신규면허 대상에서 경유차를 제외시켰다. 독일 환경보호국은 지난해 경유차에 대한 세금인상, 시내중심부 진입 금지 등을 주장했고, 유럽 20개 도시 시장은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경유차 가스 배출량 규제법의 규제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디젤엔진 배출가스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란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공기 중 입자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중 거의 절반은 경유차에서 배출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경유의 특성상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미세먼지의 41%는 경유차에서 나온다. 이는 경유차가 운행 중 기준을 초과하는 배출가스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국내 판매중인 경유차 상당수가 실제 주행 시 기준치의 최대 20배에 달하는 배출가스를 내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가 조사한 경유차 20개종 가운데 실내 인증기준을 만족한 차량은 1대에 불과하다.

◇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 LPG차
이에 따라 경유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지시하고 나선 이후, 정부부처가 뒤늦게 이런저런 대책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환경단체는 물론 정부 부처 및 지자체의 반대에도 불구 대선공약이라며 밀어붙인 경유택시 도입 정책이 시행 이후 8개월 만에 폐지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기존 LPG택시를 경유택시로 전환할 때 매년 최대 1만대까지 ℓ당 345.54원을 지원키로 했던 유가보조금 혜택을 없애기로 해 사실상 경유택시 도입정책을 백지화한 것이다.

이처럼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급격하게 늘어났던 경유차의 빈자리를 앞으로는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제성 등의 요인으로 일시에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 게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LPG차이다.

연료 경제성 측면에서 LPG차는 휘발유차에 비해서는 월등하며, 경유차와는 엇비슷한 구조다. 올해 5월 기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연료가격, 교통안전공단의 승용차 연평균 주행거리, 현대자동차의 공인연비를 기준으로 셈한 연간 연료비는 휘발유차 121만7122원, LPG차 84만2154원, 경유차 79만7803원이다.

유류세 또한 경유 4672원, LPG 3990원 정도로, 차액이 ℓ당 323원지만 연비를 감안할 때 일부의 우려만큼 세수 공백이 크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세수 측면에서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는 이런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LPG차의 장점은 탁월하다. 환경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연료별 배출가스 평균 등급을 보면 휘발유가 2.51, 경유가 2.77인데 반해 LPG는 1.86에 불과하다. 독일교통청의 환경성 평가보고서에서도 LPG차는 이산화탄소를 휘발유차 대비 운행단계에서 11% 적게 배출하며, 질소산화물은 경유차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LPG차 보급 확대의 최대 관건은 ‘사용제한’ 완화다. 지난해 12월 등록 후 5년이 지난 택시, 렌터카 등을 중고차로 매매해 일반인도 LPG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렌터카 업계가 LPG차를 5년간 렌트하고, 계약 기간이 끝난 뒤 해당 차량을 구입하는 장기 렌터카 프로그램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는데서 잘 드러난다.

그만큼 LPG차 구입을 원하는 일반 운전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LPG차 사용제한 제도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의 목소리는 크다. 지난해 10월 일반인 100여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LPG차 사용을 제한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및사업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비자의 연료 선택권을 제한해야 할 당위성이 없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LPG연료 사용제한을 규제개선과제로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사용제한 규제가 풀릴 경우 신차 개발에 대한 충분한 모티브를 갖게 된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높게 평가받는 한국의 LPG차를 도입하려는 각국의 주문도 이어지고 있어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플러스 효과가 크다.

최근 미세먼지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을 계기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갖춘 LPG차가 활기를 띠며 새롭게 도약할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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