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印 핵협정 맞불용..印 원자력시장 쟁탈전 본격화

러시아와 인도가 25일 인도에 원자력발전소 4곳을 추가 건설하는데 협력키로 했다.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원자력청장과 아닐 카코다르 인도 원자력위원장은 이날 뉴델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모한 싱 총리의 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핵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 양해각서는 타밀나두주(州) 쿠단쿨람에 러시아가 이미 건설하고 있는 1000MW급 2기의 원전과 별도로 타밀나두와 다른 지역에 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데 협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싱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안보는 인도와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가 갖고 있는 지도적 위치를 전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 인도가 러시아의 위성 항법체계인 글로나스(Glonass)를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비롯해 통상ㆍ투자ㆍ우주ㆍ관광ㆍ문화 등에서 9건의 협력협정도 체결했다. 양국 정상은 아울러 현재 30억달러 정도인 양자교역 규모를 2010년까지 1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한 2004년 정상회담의 합의를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우주협력과 관련해 "러시아는 무기가 없는 우주를 원한다"면서 위성요격 미사일을 발사한 중국을 겨냥했고 싱 총리는 "인도도 같은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푸틴은 그러면서도 '러시아-인도-중국' 간이나 '러시아-인도-중국-브라질' 간 등 브릭스(BRICs) 국가 사이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인도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한 것은 조만간 열릴 인도 원자력 시장에서 미국 업체들에 선수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인도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비가맹국인데도 불구하고 작년 3월 인도에 핵물질과 기술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핵협정을 체결하면서 인도 에너지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작년 11월 뭄바이에 열린 양국 경제 정상회의에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웨스팅하우스 등 20여개의 에너지 업체를 인도로 보내 에너지 분야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양국은 원전의 건설 시기와 예산 등에 대한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건설 시점은 국제사회가 인도와의 핵거래를 공인한 이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러시아와 인도는 24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5세대 전투기와 수송기의 공동 개발 및 생산과 러시아제 미그-29 전투기의 엔진(RD-33)의 인도 내 생산허용 등에도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년 10월 인도를 방문,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 대규모 방산 분야의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두 나라는 무기의 공동개발 및 생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매년 최소 1차례씩 정상의 상호 교환방문을 실시하기로 약속하면서 전통적인 협력관계를 재구축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은 미국이 핵 협력을 통해 인도 끌어안기에 나서고 중국도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등 인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인도에서 2008년 '러시아의 해', 러시아에서는 2009년 '인도의 해' 행사를 개최하는데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인도 최대의 국경일인 공화국의 날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해 군 퍼레이드를 참관한 뒤 귀국한다.

국제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