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방법ㆍ사전협의ㆍ언론보도 포괄적 적시

김영주 산업자원부장관 후보자가 국무조정실장 재직시절 발간한 '국정감사 수감 매뉴얼'이 뒤늦게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앞서 산자부를 비롯한 전 부처의 실무자에게 배포된 이 단행본은 국정감사의 수감준비에서부터 후속관리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내용을 100여 페이지에 걸쳐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산자위 위원들은 "국무조정실이 피감기관에 의도적인 국감 방해전술을 주문한 것이 아니냐"며 지난 25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후보자를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조실 측은 "형식적인 일회성 연례행사라고 비판받아 온 국정감사에 대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전 부처가 공유하기 위함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26일 본지가 입수한 국정감사 수감 매뉴얼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2년 동안 국정감사 종합상황실을 운영한 경험과 사후평가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을 지난해 3월 제작, 배포했다.

 

총 6개 대단락을 나뉜 이 단행본은 ▲매뉴얼의 목적과 활용방법 ▲국정감사의 개요 ▲요구자료 작성과 제출 ▲수감 중 지적사항 관리 ▲사후 점검 및 관계법령 ▲주요사례까지 담고 있어 국감에 임하는 실무자에게는 일종의 정부지침으로 활용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뉴얼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국조실은 국감에 앞서 각 부처가 전문지 등 언론보도를 철저히 모니터링 해 예상이슈에 대해 사전 분석할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사전준비' 항목의 '전문지기사' 단란에서 매뉴얼은 "(전문지는) 여타 매체에서는 크게 취급하지 않는 부분이나 전문적인 부분도 보도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분석해야 한다"면서 "전문지를 통해 관련 시민단체나 이익단체, 업무와 관련된 사회단체의 주장이나 이슈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매뉴얼에서 국조실은 또 국정감사에 앞서 부처 내의 산하기관과 소속기관이 한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단행본 '예상이슈' 단락에서 매뉴얼은 "부처 장ㆍ차관 주재하에 산하기관장, 소속기관장 등이 참석하여 국정감사 예상이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이슈로 부각될 것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본부와 각 기관이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도록 해야한다"고도 적시했다.

 

특히 이 대목에서 매뉴얼은 "국감 이슈와 무관한 사안으로 노조 등이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까지 표현해 '국감의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기 목적'이었다는 국조실의 설명이 무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부르고 있다.

 

이 매뉴얼은 또 본격적인 수감기간에 돌입했을 때 각 부처가 언론보도와 사후대응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단행본은 '국감 기간에 제기되는 이슈에 대한 대처' 항목에서 "국감 기간 중 돌발적으로 제기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간 협의가 미진했고 이를 종합적으로 조정ㆍ관리하는 정부내의 시스템도 일부 미흡했다"면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국정홍보처가 발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국조실의 국정감사 종합상황실과 협의해 대처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 매뉴얼은 언론사의 국감보도를 정부정책을 효율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 국감 때 한전이 에너지 절약 홍보를 위한 전기를 소등한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한편 매뉴얼은 국감이 끝난 이후에는 각 언론사의 보도를 '정책기사 점검 시스템'에 따라 대응기사와 수용기사로 구분한 뒤 대응기사에 대해선 정정대상, 반론대상, 해명대상으로 세 분류하고 국실장급 이상이 브리핑을 통해 직접 해명하거나 "포털사이트의 댓글에 설명자료를 링크시키면 효과적"이라고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국정감사의 프로세스를 체제화한다는 목적만으로 이해하기엔 다소 수위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홍정상 국무조정실 정책상황실 사무관은 "이 매뉴얼을 통해 각 부처의 자료제출을 통제하려고 하거나 사전 모의를 주도하려고 했다는 주장은 오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홍사무관은 "국정감사 수감매뉴얼은 말 그대로 처음 국감에 수감하는 신입직원이라도 쉽게 국감의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매뉴얼에 지나지 않는다"며 "일부의 시각은 입장에 따라 시각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임위 측은 여전히 미심쩍다는 반응이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무위 차원에서 이들 자료를 국무조정실에 요구한 바 있는데 이를 제때 제출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면서 "아직 상임위 차원에서도 세부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열린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한 의원의 질의에 김영주 후보자는 "매뉴얼은 단지 국감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의원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제출이나 설명에  최대한 성실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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