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는 줄고 공급은 폭증…송전망 부족해 융통도 불가

[이투뉴스]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폭증한 칠레 일부지역에서 석달째 '공짜 전기'가 소비자들에 공급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량은 크게 늘어났는데 전력수요는 떨어진데다 잉여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낼 송전망이 부족해서다.

5일 <블룸버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칠레의 태양광 전기는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넉달째 현물가격 '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같은 현상이 나타난 지난해 192일 기록 경신을 예고하는 수준이라고 칠레 전력거래소가 설명했다.

'공짜 전기'는 소비자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이윤을 내야하는 발전사업자들과 신규 발전소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아야 하는 개발사업자들에게는 심각한 소식이다.

발단은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시작됐다. 칠레에서 구리 채광이 확대되고 경제성장으로 이 지역 전력수요가 늘어나자 태양광발전소 개발 붐이 일어났다. 29개 대형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됐고, 아직 15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구리 공급과잉으로 채광량이 줄어들어 전력수요가 둔화되자 아타카마 지역의 전력은 남아도는 상태다. 다른 지역으로 잉여 전력량을 보내고 싶어도 송전망이 턱없이 부족하다. 라파엘 마테오 아씨오나(Acciona SA) 에너지 사업부 대표는 "투자자들이 돈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칠레 북부에서 남미 지역 최대 규모인 247MW급 태양광사업에 3억43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는 "수요성장이 지리멸렬한 상태다. 많은 개발업자들이 한 곳에 몰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칠레는 중앙 전력망과 북부 전력망 등 두 개의 주요 전력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연결되지 않아 잉여 전력이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일부 전력망은 송전 용량 자체가 부족하다.

칠레 재생에너지부 전 책임자인 카를로스 바리아는 "과잉 생산량을 다른 지역까지 보낼 수 없어 전기 가격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칠레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두 전력망을 연결하는 3000km 송전망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753km의 송전선로를 건설해 중앙 전력망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병목 현상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막시모 파체코 칠레 에너지부 장관은 "송전선이 막혀있거나 고장난 곳이 최소 7~8곳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과제를 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칠레 중앙 전력망에 연결된 태양광 설비는 2013년 이후 4배 이상 성장해 현재 770MW에 이른다. 대부분 구리 산업이 집중된 아타마카 지역에 설치됐다. 지난해 신규 발전설비 용량은 5% 증가했으며, 이중 절반이 태양광발전소다.

칠레는 올해 1400MW의 태양광 발전소가 새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설비량은 371MW였다. 칠레는 태양광발전소가 공짜 전기를 공급하지 않았을 때에도 전기료가 저렴했다.

아타카마 지역의 디에고 드 알마그로 변전소 기준 지난 3월 전력 가격은 MWh당 60달러 이하다. 칠레의 전력 경매시장에서 장기 계약을 맺은 최저가(70달러)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전기료 하락이 태양광 개발사업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관련 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불확실한 이윤때문에 금융권에서 신규 발전소에 대한 파이낸싱을 꺼려할 것이란 뜻이다. 

아씨오나의 칠레 사업부 매니저인 호세 에스코바는 "인프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칠레에서 전력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책이나 인프라가 추가되지 않았던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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