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 “중산층 열요금 적자, 서민 전기료로 메우라니”
“오죽 어려우면…정부가 책임질 부분도 있어”

[이투뉴스] “사정이 어렵다는 건 이해하는데 문제의 원인이 전력시장에 있다는 것처럼 호도하는 건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거다. 근본적 원인은 열(熱)사업의 환경변화다. 시장에서 특정전원을 우대한다는 건 경쟁원리 위배다.”, “욕심이 ‘화(禍)’를 부른 측면이 있다. 지역난방 방어를 위해 무턱대고 뛰어들었거나 SMP(전력시장가격)가 좋았던 시절 방만투자가 부메랑으로 온거다. 그 부분을 먼저 짚고 가야 한다.”, “열요금 규제나 LNG 유통구조 등 불합리한 제도개선은 대찬성이다. 하지만 중산층 열요금 적자를 서민 전기료로 메워주는 방식은 안된다. 구조조정과 열요금 현실화가 우선이다.”

물에 빠진 사람은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구하는 일이 먼저라는데, 어째 이번만은 그런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지 않는 듯하다. 정부를 상대로 탄원서 제출까지 불사한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전방위 생존전략 마련요구와 이에 대한 외부반응이 그렇다는 얘기다. “오죽 어려우면 그렇겠느냐”, “정부가 책임질 부분도 분명히 있다”, “애꿎은 소비자 피해는 막아야 한다” 등의 동정론도 없지 않지만 세종시 관가를 비롯한 동종업계의 시선이 싸늘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적자경영의 늪에 빠진 일부 열사업자가 주축이 돼 지난해부터 본격화 한 대정부·대전력시장 제도개선 청원 공세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 등 흑자사업자를 제외한 이들의 경영환경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방증이다. ‘배수의 진’을 친 이들 사업자의 결기는 최근 대응수위로 가늠이 된다. 집단에너지협회 29개 회원사는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사업자 생존을 위한 정부 선택 정책을 2개안으로 직접 나눠 제시했다.

한전과 직접계약 체결을 통해 일정 가격수준으로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하거나(1안. 일명 ‘열병합발전 전력거래계약제’), 그게 어렵다면 송전비용·연료비·CP(용량요금) 등의 보상수준을 높여주고 REC(신재생인증서)를 발급해주되 배출권거래제는 빼 달라(2안)는 내용이 골자다. 특정 업계가 탄원서라는 형식을 빌어 대정부 압박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이들 열사업자는 ▶정부 고위급 개별면담 및 실무진 개선 건의 ▶언론을 통한 열병합사업 고충 호소 ▶한전을 비롯한 전력당국과의 협의 등을 통해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문제는 이같은 집단에너지업계의 하소연에 대해 정부와 관련 산업계 반응이 차갑다는 점이다. 특히 열업계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적자원인으로 꼽은 전력시장 및 전력산업 진영은 “(열업계가)나가도 너무 나갔다. 역공(逆攻)의 빌미를 자초했다”며 발끈하고 있다. 전력업계는 우선 집단에너지 업계가 만성적자의 원인을 현행 전력시장의 문제로 지목한 것은 ‘사실 호도’라고 직격했다. 마치 전력시장이 열사업자에게만 불공평하게 운영돼 오늘날 어려움이 초래됐다는 뉘앙스를 풍긴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한전 관계자는 “열업계가 과거 높은수익(SMP)에 의존하다 어려움에 처한 것이고, 이는 LNG복합도 마찬가지”라면서 “정부도 용량요금(CP)을 개선하고 있고 기동비·무부하비 추가보상 등 다양한 부분을 이미 지원하고 있고 더 고민하고 있다. 정말 전력시장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집단에너지가 모두 수익이 나야한다면 효율성은 어떻게 제고하고, 소비자 편익은 어떻게 구할 수 있나. 모든 전원이 시장에서 동일하게 취급되고, 그중 효율이 높은 전원이 살아남는 것이 원칙이다. 특정전원 우대는 한전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다 경쟁원리에 어긋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집단에너지에 대한 전력시장의 보상수준이 미흡하는 지적에 대해선 발전업계는 물론 전력당국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중산층이 주로 혜택을 보는 열병합이 서민용으로 포장돼 개별소비세 면세혜택을 받다보니 효율이 더 낮은 열병합이 LNG복합보다 먼저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며 "제대로 보상을 못받는 주장에 대해 누가 동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력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집단은) 충분히 보상했다. 열 측면의 제약을 전력 쪽에서 보상받으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모든 열병합이 정말 적자인지, 국내 사업환경이나 사업자별 문제는 없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열과 전기수요가 동시에 발생하는 기간이 짧은 경우엔 실제 열병합 운전기간을 고려해 가중효율을 따져보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효율상식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서 “집단에너지야말로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하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한전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일부 열사업 적자의 근본적 원인은 사업 환경변화”라면서 “현재 상황에서 별도전력 구매계약을 추진하는 것도 LNG복합 등과의 형평성 및 열시장에 대한 교차보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쉽지 않다. 전력에서 더 싼 발전기가 있는데 그걸 돌리지 않고 계약 발전기를 돌린다면 결국 열로 발생한 비용을 전기로 보조해 주는 꼴”이라고 못박았다.

잇따른 열업계의 청원에 대해 정부 역시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산업부 핵심 당국자는 "최근 미세먼지 대책도 마찬가지지만 항상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열시장의 왜곡이나 그런 부분들이 있다면 먼저 정확히 짚어줘야 할 것"이라며 "다만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작년말 연료비 현실화, 최근의 CP 현실화 작업도 모두 집단에너지 사업에 도움이 되는거다. 시장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단에너지도) 나름 애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열시장의 근본적 문제나 이슈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력시장 제도나 정책은 한번 진행되면 장기적으로 다수의 말없는 소비자들이 시장왜곡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다. 시장구조 등 근본적 개편문제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고, 무엇보다 국민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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