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나온 얘기를 재포장했을 뿐 알맹이가 없다. 새로운 정책방향도 없을뿐더러 몇몇 사안 역시 뜨뜻미지근한 내용뿐이다.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이 아니라 사실상 구조개편이 주 내용이다. 또 세부 정책결정은 산업부로 다 떠넘겨 기재부가 한 일이 거의 없다”

정부가 14일 내놓은 에너지 공기업 및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물론 외부 전문가 대다수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뭔가 엄청난 발표를 할 것처럼 간을 보더니, 결국은 껍데기만 나열했다는 것이다. 실제 수력발전 업무조정과 해외 발전사업 영역구분 등에서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선에서 봉합하는데 그쳤다.

에너지공기업 노조도 정부의 이번 기능조정안에 대해 즉각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경영효율 개선, 시장기능 확대 등 허울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속셈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근원적 처방 없이 단순한 시장개방만으로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 상승만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에 동조하는 이도 많다.

세부적으로 기존에 발표했던 정책을 다시 나열한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첨예한 관심을 모았던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 재편문제는 기존 산업부가 마련한 조직·인력축소 등 구조조정 및 민간역할 증대 방안을 재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폐지설이 나돌던 석탄공사도 감원 및 생산량 감축이라는 상징적인 구호로 끝냈다. 단골손님인 에너지신산업 투자확대 유도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기능조정 방안이라기보다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으로 불러도 손색 없는 내용도 적잖게 쏟아냈다. 먼저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소매부문의 단계적 민간개방을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가스 도입·도매 역시 자가소비용 직수입 활성화를 통해 경쟁구도를 조성한 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10여년 넘게 지지부진한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왜 갑자기 기능조정 방안에 담겼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시장개방을 하겠다는 내용만 툭 던져놓은 후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산업부가 만들 것이라고 떠넘겼다. 산업부가 여지껏 논의하고, 추진했지만 쟁점이 많아 표류하던 정책들이다. 

에너지공기업 상장을 통한 경영효율화도 뜬금없다는 분석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8개 기관의 재무구조 개선을 꾀한다는 명목이지만, 동시다발적인 공기업 상장은 주식시장에도 충격을 줘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독점성격이 강한 에너지공기업 상장은 투명성 확보와 자금조달에는 유리하지만, 높은 배당률 등 독점이익의 외부유출을 불러온다는 단점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안에 대해 ‘탕·탕·탕’ 정책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기존 정책내용을 되풀이 하는 ‘재탕’으로 시작해 알맹이가 없이 공허한 ‘맹탕’인 정책만 나열했고, 실현가능성이 낮고 실효성도 없다는 측면에서도 결국 ‘허탕’만 칠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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