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 비율 높아 환율 상승 효과 반감

정부가 최근 환율 안정을 위해 비과세 혜택을 비롯한 해외펀드 투자 확대 방안을 대거 내놨지만 투자의 많은 부분이 환 위험 헤지(회피ㆍ분산)에 걸려있어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28일 ‘해외펀드 투자 동향 및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근거법에 따라 설립된 해외투자펀드의 순자산가치가 2005년 말 4조2000억원에서 작년 11월 말 현재 12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외국에서 만들어졌으나 국내 투자자도 참여하는 역외펀드 역시 같은 기간 6조1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늘면서 2배에 육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투자펀드는 환 헤지 수단으로 증권선물거래소의 달러선물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만기의 경우 만기 직전 1주 동안 롤오버(만기연장)를 위해 투신권과 은행 사이에 이뤄진 달러선물 ‘블록 딜’(block deal, 대량협의거래)이 7조원 상당, 15만계약에 달했다.

  
센터는 이를 작년 11월 말 현재 해외투자펀드 규모 12조3000억원과 비교, 달러선물을 통해서만 적어도 전체의 60% 이상이 환 헤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달러ㆍ엔ㆍ유로화 등 주요 통화 표시 자산만 따지면 증권선물거래소의 원·달러선물 및 선물환 거래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달러ㆍ엔ㆍ선물ㆍ유로ㆍ달러 선물 등을 통한 교차 헤지를 포함, 실제 헤지 비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작년에 크게 늘어난 중국 투자 역시 대부분 홍콩 상장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홍콩 달러가 미국 달러화에 고정(페그)돼 있어 원ㆍ달러 선물 및 원ㆍ달러 선물환 등을 통한 헤지가 가능하다.

  
역외펀드의 경우 국내 거래소 달러선물 거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 외국 자산운용사가 조세회피지역 등에 설립한 펀드라는 점 등으로 미뤄 대부분 NDF 시장을 통해 헤지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해외 증권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달러선물·선물환, 역외 NDF거래 등을 통해 환위험 헤지가 이뤄짐에 따라 헤지 부분만큼 환율 상승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100% 헤지가 이뤄진다면 환율 상승 효과는 0%가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는 해외투자가 늘면 달러 수요가 많아져 상대적으로 원화 값이 떨어지겠지만, 헤지가 걸려있을 경우 선물 거래 등을 통해 반대로 달러를 내놓게 되므로 환율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헤지로 환율 상승 효과가 상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 위험을 감수하고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헤지를 걸지 않을 수도 있고, 베트남이나 인도처럼 해당 통화에 대한 외환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환 헤지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경우도 있다”며 헤지 없는 해외펀드 규모가 적지 않음을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부의 해외투자 확대 방안은 단지 환율 안정뿐 아니라 과잉 상태인 국내 유동성 축소 효과를 노린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