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2탄-집단에너지, 脫탄소시대 최적의 가교에너지
송전망 회피 등 25원/kWh 넘는 편익 불구 보상시스템 전무

“특혜 달라는 것 아니다. 편익에 걸맞게 보상해야”

[이투뉴스]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 공급시스템은 흔히 일석삼조를 넘어 일석사조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에너지효율을 높여 절감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 분산전원 편익 제공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소각장 등 다양한 루트에서 나오지만 이용되지 않는 열에너지를 흡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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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밀집된 열수요가 필수적으로 있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단지를 제외하고는 열수요가 연중 고르지 않고 동절기에 몰려 있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요인 때문에 집단에너지는 대규모 산업단지나 신도시 개발초기에 정부차원에서 공급구역 지정을 통해 단점을 보완, 경제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많은 편익을 제공하는 ‘좋은 에너지(?)’라는 것이 입증됐는데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내 사업자들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등 집단에너지 경기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한 몇몇 선발업체는 아직 선방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최근 들어 적정 투자보수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는 더욱 불투명한 실정이다.

집단에너지의 부진은 어느 한 가지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와 가스, 열을 포함한 복합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해법 역시 동시에 다뤄져야 한다. 문제는 집단에너지업계의 요구사항과 전력·가스분야의 생각이 다르다는 데 있다. 공정한 경쟁이 아닌 어느 한 쪽만 유리한 정책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집단에너지에 대한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조(목적)에 나와 있듯이 ‘기후변화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에너지절약과 국민편익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는 집단에너지’를 정책에너지로서 인정·대접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smp 하락 추이

◆전력시장 환경변화로 CHP 돌릴수록 손해
집단에너지가 주는 다양한 편익 중 분산전원 효과에 따른 계통편익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전기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동연구를 통해 내놓은 결과만 보더라도 kWh당 송전설비 회피편익이 9.1원, 배전설비 편익 6.5원, 송전손실 5.7∼7.3원, 송전혼잡 5.6원 등 모두 25원/kWh을 훌쩍 넘는다. 송전망 건설이 어려울뿐더러 비용도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편익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 전기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산정한 열병합발전의 국가적 편익.

하지만 정작 집단에너지 부진은 최근 들어 전력부문에서의 보상이 크게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전력시장 환경변화로 전력예비율이 치솟는 반면 SMP(전력시장가격)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전 kWh당 140원이 넘던 SMP가 최근에는 60원대까지 떨어졌다. 한 마디로 정책에너지인 집단에너지가 전력도매시장에서 석탄과 LNG발전 등과 경쟁하게 된 것이 생존을 위협받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사실 전력도매시장에서 급전지시를 받지 못해 발전기 가동률이 낮아지면 적정투자보수를 내기 어렵지만 추가적인 손해까지는 보지 않는다. 낮은 가동률로 힘든 상황에 처한 LNG발전이 이런 경우다. 하지만 집단에너지는 열공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동(열제약발전)할 수밖에 없어 LNG발전보다 더 열악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배명호 나래에너지서비스 대표는 “SMP 하락으로 변동비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SMP와 증분비 중 낮은 금액 정산)로 바뀌면서 열병합발전소를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에 지어진 대형 LNG복합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열병합발전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파급효과가 전력부문에서만 끝나면 상관없지만 더 큰 문제는 열부문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급전지시가 아닌 열제약발전이 늘어 전력부문 보상이 줄어들수록 열부문 비용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열병합 뿐 아니라 발전사업자의 LNG복합에서 수열 받는 경우도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무엇보다 집단에너지가 제공하는 편익에 대한 보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 공급시스템이 국가적으로 다양한 편익을 주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편익에 대한 비용부담에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전력거래소 처장을 지낸 김광인 숭실대 교수는 “환경편익, 분산전원 효과, 에너지절약 등 집단에너지는 국가 에너지정책방향에 맞는 만큼 정책전원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편익에 대한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불리한 측면도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대형 CHP도 어렵지만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높은 연료가격(100MW 미만 도시가스사 공급) 등으로 시장에서 존립할 수 없는 상황인데 가격과 경쟁이라는 전력시장 방식으로만 접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해법에 대해서는 투트랙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정책전원이 분명한 만큼 시장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언제 완료될지 기약하기 어려우니 별도 전력거래계약제 등을 통해 우선 배려할 필요가 있다”며 “추후 시장정상화가 이뤄지면 500MW 이상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으니 지원을 줄이고, 중소규모 열병합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전력당국의 오해…사실은 이렇습니다
집단에너지업계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집단에너지사업 생존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전력당국과 업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나름 열병합발전에 신경을 써 적잖은 배려를 해줬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탄원서라는 강도 높은 요구를 내놓은데 따른 당혹감과 반감도 엿보인다. 반면 사업자들은 이 정도로 어렵다는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감정적인 접근이 아닌 빠른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처럼 전력당국과 집단에너지업계가 열병합발전 전력부문 보상체계 개선을 두고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은 집단에너지를 바라보는 인식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 중 집단에너지가 과연 정책에너지인가에 대한 엇갈린 시선이 가장 대비된다. 여기에 분산전원 편익에 대해 느끼는 강도에서도 차이가 적잖아 보인다.

전력당국은 현 전력시장체제에서 특정전원만 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전력도매시장은 가격(전력생산 원가)을 기초로 한 경쟁시장이라 집단에너지만 우대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또 열부문에서 발생한 문제를 왜 전력시장에 떠넘기느냐는 불만도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대표적인 분산자원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지원에는 시큰둥하다.

전력시장 우회진입을 위해 열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단골메뉴다. 열전비를 무시하고 과도하게 발전용량을 키운 사례에 대한 비판 역시 그 일환이다. 또 SMP가 좋았던 시절, 초과이익을 얻을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어려워지니까 PPA(전력거래계약) 형태의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비신사적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한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전력당국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오해라며 조목조목 반박한다. 먼저 CHP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특혜를 요구한 적 없으며, 집단에너지가 제공하는 분산전원 편익을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맞받는다. 특히 정부 스스로 2차 에너지기본계획,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분산전원 확대의 실효적 수단인 집단에너지를 늘리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던 사실을 강조했다. 전력예비율이 갑자기 치솟아 분산전원 확대 필요성이 사라지자 말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 전력과 열부문 상관관계
열부문 문제를 전력시장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열과 전기는 따로 떼어내 판단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한다. 즉 투입되는 연료가 동일한 상황에서 전기의 시장가치(SMP)가 40% 가까이 하락했는데 왜 열부문에 영향이 없겠느냐고 항변한다. 열부문 원가격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력영향이 60∼70% 수준으로 더 크다는 것이다.

전력시장 우회진입 및 발전용량 확대 문제 역시 이율배반적인 견제라고 지적한다. 효율적인 열과 전기생산을 위해 대형 CHP를 짓는 것은 문제 삼으면서, 열전비 및 150MW 용량제한 추진 등 경쟁제한적 요소를 앞세우는 것은 오히려 전력당국이라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 경쟁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몰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박정순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실장은 이같은 견해차에 대해 “집단에너지는 80년∼90년대 기후변화협약과 에너지효율개선을 위한 정책에너지로 도입돼 정책지원이 수반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슈변화에 따라 업계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정부도 집단에너지를 에너지문제 대안으로 활용하는 실효성 있는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이 갈등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집단에너지 편익보상에 대해서도 상호 존중할 수 있도록 실증은 물론 원칙과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에서 정책적으로 보급확대를 꾀하고 있는 등 기술효율성은 물론 新기후체제 대응수단으로서 가장 비용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원의 당위성은 의심 할 여지가 없다. 결국 집단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정책판단이 이뤄졌다면, 지원요건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 에너지원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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