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 강화한다며 공기업 구조조정 중심 계획만
2018년까지 절감…“정권교체 염두한 시간끌기” 지적

▲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 요약(출처- 산업부 보도자료).

[이투뉴스]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형환)가 29일 제14차 에너지위원회를 개최해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공청회 발표 내용을 산업부의 공식 입장으로 재확인한데 그쳤다는 평가다. 올해 전액 삭감된 성공불융자의 지원 재개를 협의하는 등 1년 새 기존 정책을 또 다시 뒤집는 모습도 눈에 띈다. 현행 체계에서 한계가 있다는 정부 관리 능력의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그림만 그려놓고 세부적인 안은 공기업에 떠넘긴 격이나, 이마저도 2018년까지 추진한다고 시기를 늦췄다. “정권교체와 맞물려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공기업 부실은 문제…근본 원인 분석은 부재 
이번에 발표된 개선방안은 ‘공기업 내실화’와 ‘민간 투자 활성화’가 골자다. 문제는 기업 관리가 마치 개선의 핵심인 것처럼 교묘히 포장된 나머지, 시장전체에 대한 묘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자원개발이 공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공기업 구조조정만으로는 전체를 재단할 수 없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는 구조조정을 통한 공기업 개선이 자원개발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근원적 처방이 아니라는 의미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가 지난달 20일 안진회계법인의 공청회에서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안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공기업 구조조정이 시장 전체의 개선안이 될 수는 없다”고 한 말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업계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권 중심의 자원개발 추진 프로세스와 투자의 손발을 묶는 예비타당성 조사, 3~5년 주기로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정책 등이 더 큰 문제라고 거듭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선·보완책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부실 정리의 명목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만 제시됐을 뿐이다. 정권 치맛바람에 단숨에 덩치를 부풀린 공기업은 또 다시 정권 압박에 바람이 빠지는 형국이다.

◆ 에너지안보 강화, '민간중심' 이유로 발 빼는 정부 
산업부는 에너지안보 강화 등 기본 정책방향을 유지하면서 환경변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결과 이번 개선안을 수립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에너지안보는 기업이 아닌 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이며, 에너지안보 강화가 목적일 경우 민간 투자 활성화는 적합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민간기업이 추진할 경우 유가가 올라 수익성이 보장되면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다”며 “민간기업 이관 혹은 민간 투자 확대는 공기업이나 정부가 자원확보를 해야 하는 당위성에 위배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가스 분야는 석유공사 자원개발 부문의 민간 이관 안을, 광물 분야의 경우 광물공사의 자원개발사업과 기능을 축소하는 안을 기본으로 삼았다.

또 우리나라 민간기업은 규모와 역량 측면에서 아직은 성장 단계라는 사실도 개선안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산업부 역시 “민간 기업은 전문회사로서 발전 가능성은 있지만 역량이 부족해 인력, 기술, 네트워크 등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공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감안해 자원개발 투자를 민간위주로 전환한다”고 밝힌 것. “딜로이트 연구 결과 등 정부 개선안은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은 한 관계자의 말은 이번 안이 근원적 처방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 자산평가 ‘매년’ 시행…유가·자원가격 등 시장환경 반영될까

▲ 자산 평가 및 처리 방향 예시(출처 - 산업부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

산업부는 추가 부실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공기업 체질 개선을 제시했다. 상시적인 자산 구조조정과 지속적인 관리 강화로 저유가 시기에도 더 이상 부실이 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 전략가치와 수익성을 핵심요소로 하는 자산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공사별로 매년 보유자산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리 방향을 결정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수익성과 전략가치가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자산을 계속 보유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매각·철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익성과 전략가치가 유가와 자원가격 등 시장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점이다. 정권 단위로 추진된 자원개발 정책이 지나치게 단기적이며 연속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음에도 불구, 보유자산의 연단위 평가는 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같은 자산도 유가 수준과 시기에 따라 수익·손실을 넘나드는 점을 감안하면, 평가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보유 자산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 성공불융자 부활 예고…1년 새 엎치락 뒤치락
올해 전액 삭감된 성공불융자 제도의 부활도 예고됐다.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탐사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 결과다.

당초 업계는 성공불융자 제도가 사라질 경우 민간의 탐사사업이 중단될 것이라며 어떻게든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를 묵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예산 배정을 하지 않았다. 2012년 2000억원, 2013년 1300억원, 2014년 2006억원, 지난해 1438억원이었던 성공불융자 예산은 올해 0원이 됐다. 그 결과 민간기업의 탐사사업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융자심의위원회는 올해 탐사 실패에 대한 감면심사만 진행하고 있다.

금융지원 제도가 일관되지 않는 한 민간 위주의 자원개발사업이 자리잡기 힘든 만큼, 정권과 정책 분위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자원개발이 안정권에 진입할 때까지는 성공불융자 등 유인책이 분명해야 한다는 조언도 줄을 잇는다. 이응규 LG상사 상무는 “정부의 금융지원과 세제혜택이 전무할 경우 민간기업은 탐사사업을 중단하고 개발·생산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원을 중단했던 정부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융자 지원의 재개를 고심하는 것 또한 이러한 업계의 분위기가 설득력있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자원개발 개선안을 위한 공사별 자구노력을 2018년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2018년이면 정권교체 시기다. 그때까지 일을 벌이지 않겠다는 정부의 속마음이 밑바닥에 깔린 것 아니겠는가”라며 비꼬았다. 숱한 논란을 낳은 연구 결과와 산업부 발표는 어쨌든 개봉됐다. 이제는 실현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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