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폴주유소, 불법영업 1위…안심주유소 가입은 1곳 뿐
직영주유소 적발도 이어져…혼합판매 반대 명분 힘잃나

[이투뉴스] 가짜석유 등 주유소의 품질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무폴주유소에 이어 정유사 직영주유소에서까지 가짜석유가 유통되면서 품질에 대한 성역이 허물어져서다. 불법 영업행태가 과거보다 점차 지능화·조직화되면서 심각성이 더하다.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운영하는 품질인증 프로그램인 안심주유소에 가입한 무폴주유소는 단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 가장 적은 무폴 주유소, 불법업소는 가장 많아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최근 전국 주유소 중 품질 부적합, 가짜석유 유통, 정량미달 등을 저지른 불법영업소를 조사한 결과 무폴주유소가 23곳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SK에너지 22곳, 현대오일뱅크 15곳, GS칼텍스 14곳, S-OIL 8곳이 뒤를 이었다.

무폴주유소의 품질관리가 보다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무폴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품질인증 프로그램 ‘안심주유소’에 가입한 영업소는 단 1곳에 불과하는 등 관리는 여전히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안심주유소 가입 대상인 무폴주유소는 지난달 16일 기준 전국 295곳이다. 이중 단 1곳만이 가입한 상태. 1151곳 중 256곳(22.2%)이 가입한 알뜰주유소와는 크게 다른 양상으로, 사실상 가입률이 없다고 봐야 할 정도다.

이는 ‘소비자 안심’이라는 제도의 취지때문이기도 하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안심주유소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주유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제도인 만큼, 전산보고 시행 업체 중 과거 석대법 위반 사례가 없어야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년에 66만원인 협약비용의 부담도 가입률 저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실상 무폴주유소의 품질관리는 석유관리원의 수급보고 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 안심주유소 가입 현황(지난달 16일 기준, 자료제공 - 한국석유관리원).


가짜석유 유통 수법이 지능화되는 것도 불법영업소를 척결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이중저장탱크와 첨단장치 등을 이용해 가짜석유를 취급하고, 편취하는 부당이득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등 지능형 범죄는 점차 늘고 있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무폴주유소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여서 자연감소를 기대하는 것 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서혜 석유시장감시단 실장은 “안심주유소 가입과 별개로 석유관리원의 수급보고시스템, 이를 통한 암행 검사 등 불법 단속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관리가 힘든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 믿고 이용했는데…직영주유소 '너마저'
가짜석유의 심각성은 이제 직영주유소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SK에 이어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에서도 가짜석유가 적발됐는데, 업계는 이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가 정유사 직영만큼은 품질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정유사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가짜석유 유통 가능성을 이유로 ‘혼합판매’를 반대해 왔는데, 직영주유소조차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문제는 정유사 직영의 불법 적발은 과징금을 물더라도 이후 행정심판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고의가 아닌 운영상 실수로 적발되더라도 자영 주유소가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영 주유소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소비자가 비싼 가격에도 품질에 대한 믿음 때문에 직영주유소를 이용한다. 이번에 적발된 직영주유소의 불법행위는 절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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