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6자회담에서 논의될 초기 단계 조치로 거론되고 있는 북한 핵시설의 '폐쇄'는 종전에 쓰이던 '가동중단'이나 '동결'이라는 표현보다 더 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폐쇄(shutdown)는 가동중단(cease)이나 동결(freeze)과 실질적 내용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표현상 북핵 협상의 궁극적인 목표인 '폐기'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결-신고-검증-폐기 등 4단계로 나눠지는 핵폐기 절차에서 첫 단계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내용상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어감상으론 가동중단-동결-폐쇄 순으로 점차 강하게 느껴진다는 해석인 셈이다.

 

하지만 폐기의 경우 내용상으로도 더 넓으면서도 구체적이며, 핵폐기 절차의 로드맵 상으로도 더 나아간 개념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가동중단이나 동결은 일단 스위치를 껐다가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스위치를 다시 꽂으면 재가동되지만 폐쇄는 재가동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소식통은 "동결은 5~6년 후 폐기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폐쇄는 초기단계조치 합의 이후 수개월 안에 폐기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개념 속에서 구상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폐쇄라는 표현이 나오게 된 과정에는 미국의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클린턴 정부 때인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서 쓴 용어가 동결이었고 미국 현 정부가 제네바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 비춰 이번에 다시 1994년의 용어를 차용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실제 제네바합의 때는 경수로 완공과 핵시설 해체가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어 핵폐기가 완료되기까지 10년 가량을 내다봤지만 이번에는 이 기간을 최대한 줄여 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폐쇄라는 표현에는 부시 행정부가 북핵 협상에서 강조했던 핵폐기 3대 원칙 가운데 하나인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이라는 어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표현의 문제'가 협상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만큼 차기 회담의 뚜껑을 열어봐야 구체적인 전망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서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나오기 직전에도 핵 '포기'(abandon)와 '폐기'(dismantle)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보다 추상적인 표현으로 여겨지는'포기' 쪽으로 가닥을 잡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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