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연구회서 학계 전문가 한 목소리
"해외서는 논쟁거리도 안되는 후진적 관행"

정부의 전력시장 판매경쟁 정책 추진과 관련해 전국전력노동조합이 한전 나주 본사에 '전력산업 민영화 전기요금 폭탄된다'는 내용의 프랭카드를 내걸었다. 전력노조는 최근 중앙위원회를 열어 오는 12월을 '총파업 디데이'로 정하는 등 정부 시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투뉴스] 전력산업 규제완화와 한전의 전력 판매시장 개방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에 대해 전력분야 시장경제학 진영 전문가들이 일제히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정부의 판매시장 개방 및 경쟁 도입은 소비자 선택권 확보 차원 등에서도 불가피한 조치이며, 이는 일각의 주장처럼 민영화나 전기요금 인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력산업연구회(회장 신중린)는 13일 '전력시장 판매경쟁 시대를 맞이하여'란 주제로 조찬 토론회를 열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전력 판매시장 개방 방침과 구체적 시행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교수진은 일단 정부 정책 방향에 지지의 뜻을 내비친 뒤 "정책효과 제고를 위해 시장의 자율적 가격기능 정상화를 통한 소비자선택권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소매경쟁 민간참여 범위 확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전력 판매시장 진출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로 한정한 것이 판매시장 개방효과를 제약할 수 있어 정책 실효성이 감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력부문에서 에너지신산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사업모델로 경쟁도입과 소비자선택권을 확대하려면 전력산업 구조개선에 대한 로드맵을 보다 전향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소매경쟁 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인식해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세부안에서 민간참여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 발표를 전력부분 민영화로 인식하는 것은 오해"라며 "이를 판매부문에서의 부분적 경쟁도입과 소비자선택권 확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지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기 위해 전기요금에 대한 규제가 함께 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전력시장 자유화 이후 2009년에 1994년 대비 전기요금이 약 17% 인하되었는데 인하폭 중 6.8%는 순수하게 경쟁도입에 의한 효과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이 전제되는 것이어서 판매부문 개방이 전기요금을 인상시킨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특히 판매부문의 개방은 전력 도매시장의 경쟁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우므로 발전부문의 실질적 경쟁을 위한 추가적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운영과 발전설비 투자의 효율성이 너무 낮아 현행 전력거래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손 교수는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판매경쟁으로 전력시장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위해 직접구매자 제도를 활성화해 전기를 구매하는 다수의 사업자를 허용함으로써 양방향입찰의 초기단계를 형성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직접구매자 제도가 시작돼 도매시장에서의 양방향 입찰이 가능해지면 현재 전력시장이 안고 있는 시장운영 난맥상과 소비자선택의 미반영이라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이를 위해 시장에서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실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향후 후속안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또 "판매경쟁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장기적 정책을 명시하고 이를 구체화해 참여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한양대의 김영산 경제금융학부 교수 역시 판매부문 개방이 한전 독점체제 아래 유지되었던 교차보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일례로 주택용 소비자가 산업용 소비자를 지원하는 경제개발단계에서의 교차보조 문제도 소비자 선택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주택용 소비자에게 6단계의 누진제와 최대 11.7배의 누진율이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나 한전의 독점체제 아래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

김 교수는 "판매부문의 개방이 소비자선택권의 행사로 인해 왜곡된 요금제도를 개선하는 기회"라며 "현재의 요금제도 자체도 선택옵션에 포함한다면 요금이 오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판매시장이 개방된 14개 지역과 개방되지 않은 지역들을 비교하였을 때 전기요금이 인상되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못박았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도 판매부문 개방이 한전의 판매부문 분할이나 민영화와는 전혀 다른 개념임을 재차 강조했다.

박 교수는 "판매개방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특히 판매경쟁은 전기요금 인상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의 전기료 인상을 판매경쟁 후유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2010년에 도입된 기후변화세나 부가가치세, 하이드로카본세 등처럼 전력산업 전환에 소요되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전기료는 연료가격과 발전방식의 영향을 받으며 원가의 5% 내외인 판매부문으로부터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OECD에서 판매경쟁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이스라엘 정도로, 이미 해외에서는 논쟁거리도 되지 않는 후진적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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