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너지 분야에 민간 연구개발 투자가 없다
[칼럼] 에너지 분야에 민간 연구개발 투자가 없다
  • 허은녕
  • 승인 2016.07.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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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협동과정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협동과정
[이투뉴스 칼럼/ 허은녕] 지난 2010년에 우리나라 정부가 에너지 분야에 R&D로 투입한 예산이 최초로 1조 5000억원을 넘어섰다. 정보전자 분야의 2조6000억원, 바이오분야의 2조3000억원 및 기계분야의 1조7000억원 다음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후 정부의 R&D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여 2013년에는 정보전자 3조3600억원, 바이오 2조8800억원 및 기계 2조3000억원의 정부 연구개발예산이 투입되었으며, 에너지 분야에도 1조6000억원이 투입되었다. 문제는 정부의 에너지 분야 R&D가 다른 분야에 비하여 적게 늘어난 것이 아니고 에너지 분야 R&D 투자의 기형성이 크다는 것이다. 먼저, 민간 연구개발 투자의 기형성이다.

지난 2010년에 에너지 분야 민간 기업들이 R&D로 투자한 금액은 3200억원 규모였다. 정보전자 분야의 16조7000억원, 바이오 분야의 1조1000억원 및 기계 분야의 5200억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낮은 금액이다. 2010년에 정부연구개발비를 6000억원 정도 지원받은 나노 분야조차도 민간의 연구개발투자가 5000억원에 달하였다. 민간과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합한 총 연구개발투자액 중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에너지 분야는 단 17.6%에 불과하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절대적으로 높으며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전자는 민간이 연구개발 투자의 86.5%를 차지하며, 기계 75%, 바이오 35% 및 나노 90% 등 다른 분야는 민간 기업이 연구개발을 리드하고 있음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차이점이 드러난다. 

해당 수치는 2013년에 조금 나아지기는 하지만 여전하다. 2013년 에너지 분야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는 6700억원 규모로 총 연구개발 투자 중 29.5%를 차지하였으며, 정보전자 분야의 민간 연구개발 투자액은 23조원으로 전체 투자의 87.3%를, 바이오는 1조6000억원으로 36%를, 기계는 7900억원 규모로 77.2%를, 나노는 7100억원 규모로 91.4%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 민간 기업이 정부보다 더 주도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현상은 1990년대부터 나타났으며, 이러한 연구개발 투자의 증대는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정부도 함께 발맞추어 첨단 분야나 신규 분야에의 연구개발을 늘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키워왔다. 그런데 에너지 분야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 정유회사 등 대형 민간 기업이 많음에도 이러한 것은, 민간이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던지 아니면 연구개발 투자로 인한 이윤 창출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공기업들 역시 그러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야에는 대형 공기업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데, 이들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공기업 전체 평균치에 많이 미달하며, 일부 에너지 공기업은 아예 가장 하위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의 대형 기업들이 연구개발투자를 안하거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 정부연구개발비의 경우 대략적으로 3분의 1이 원자력에, 3분의 1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되며, 나머지 3분의 1이 기타 모든 에너지 분야, 즉, 에너지절약, 자원개발, 청정에너지 및 석유석탄가스 분야의 기술개발에 투자된다. 이 역시 기형이 아닐 수 없다. 민간 기업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원자력 분야와 중소기업 일색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정부 연구개발비가 투자되고 있음은, 에너지 분야의 기업, 민간 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에너지 분야의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금액이 적은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나마 2010년 대비 2013년에 늘어난 민간 연구개발 투자 수치는 주로 재생에너지분야에서 발생하였음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업계는 충분히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신산업 발표를 보면 그 현상이 도드라진다. 실제로 연구개발투자가 일어나는 분야를 보면 좁은 의미에서의 에너지 분야의 기업 투자는 여전히 왜소한 대신 자동차, 배터리 산업 등 전통적으로 에너지 분야가 아닌 기계나 재료, 전기전자에 속하던 기업들의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는 민간 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사업만 하고 연구개발에 소홀하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해석하면,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계는 당장의 사업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인 투자가 미흡하다고 볼 수 있어, 국제경쟁력의 상실이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은 에너지절약기술과 신재생에너지기술에, 미국은 셰일가스를 값싸게 생산하는 자원개발기술과 친환경자동차 기술에 민간 기업들이 크게 투자하였고 또 성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에너지공급원의 안정적 확보와 기후변화협약의 대응이라는 두 대형 아젠다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기술개발 노력 없이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어찌 높일 것이며, 다가올 미래를 어찌 준비할 것인지 염려스럽다. 정부가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고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인한다고 한다. 에너지 분야는 민간의 연구개발투자 비중이 워낙 낮아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부 연구개발비를 잘못 줄이면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의 국제경쟁력은 그야말로 바닥을 헤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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