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시료 채취 조사 결과…하천오염은 더욱 심각

▲ 그린피스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해저에서 채취한 시료. ⓒ그린피스

[이투뉴스] 최악의 원전 노심융용(멜트다운)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해저의 방사능 농도가 2011년 사고 이전 대비 수백배 상승했고, 인근 하천 농도는 이보다 20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오염수 누출 등으로 인한 생태계 영향은 미미하며, 내년 3월께 주민 대피명령이 떨어진 일부지역의 출입 및 거주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21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일본사무소가 공개한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저 시료(퇴적토)의 세슘-137 오염도는 kg당 최대 120Bq(베크렐)이다. 이는 사고 전 0.26Bq 대비 461배 높은 수치다.

앞서 그린피스 방사능 오염 조사팀은 올해 2월 21일부터 3월 11일까지 연구선인 아사카제호에 올라 후쿠시마 해저 및 하천의 시료를 채취한 뒤 이를 됴쿄의 한 독립연구소에 의뢰했다.

그 결과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진 지역이나 원전 반경 4km 이내 근해의 방사능 수치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방사능 오염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상태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측은 "이런 고농도 오염은 일부 해양 생물에서 바닷물보다 높은 방사성세슘이 발견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염수 누출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육상의 방사능 오염 정도는 해양보다 한층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그린피스가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니이다강(江)에서 채취한 시료의 방사성 세슘(134·137) 농도는 최대 kg당 2만9800bq로,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안 농도보다 248배 높다.

더욱이 시료가 채취된 니이다강 인근은 현재 거주 제한 구역이 아니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으로 90km 이상 떨어진 미야기현 아부쿠마강 하구에서도 최대 6500bq의 세슘이 검출됐다.

세슘-137의 반감기는 약 300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다양한 생태계 관계를 감안하면 실제 영향은 그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해일로 침수돼 1~3호기에서 수소폭발과 멜트다운이 일어났다. 

카시와기 아이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에너지 캠페이너는 "하천의 고농도 방사능은 원전사고로부터 야기된 환경오염과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 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하천 시료는 아베 정부가 '이제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말한 지역에서 채취했다. 하지만 실상은 원전재난이 발생하면 절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 바다에서 바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현장 ⓒ그린피스

켄드라 울리히 선임 글로벌 캠페이너는 "강하고 복합한 해류가 흐르는 태평양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단일 사고로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방사능이 해양으로 방출돼 확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학계가 사고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조사결과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면서 "정부는 졸속 승인한 신고리 원전 2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현실적 대안인 재생가능에너지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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