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TTC 벤치마킹…공기업·기관 등 쪼개고 분리
관련업계 반신반의, “현실 가감없이 반영” 평가도


[이투뉴스] 자원산업에 대한 새로운 공기업 구조조정과 생태계 조성 모델이 제시됐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기능조정안과 산업부의 체계개편안이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기존의 안보다 혁신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된 만큼 여파를 일으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장기적인 자원개발을 위해서는 일부분이라도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기관별 기능을 세세하게 쪼개고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생태계 모델은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된 학계 의견이라는 점에서 정책 반영은 미지수이다. 이 같은 자원개발 전략안을 제시한 이철우 충북대 교수는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그 동안 주어진 상황에 반대하지 못하는 등 모순과 폐해를 불러일으킨 책임을 지니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자원산업의 자체적인 역량은 모이지 않고 있고, 최근 발표된 개편안도 산업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긴 안목으로 봤을 때 진정 자원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번 생태계 모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다소 복잡하지만 단순한 가지치기가 아닌 자원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대안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마뜩치 않아하는 측도 있다. 기관 기능이 대거 이관 혹은 축소되거나 통·폐합되는 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 광물공사·석탄공사, 해체 후 기능 재조정
광물공사와 석탄공사는 해체 후 양측 전문기술인력을 중심으로 ‘자원산업진흥원(가칭)’을 설립해 자원개발 진흥업무를 맡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또 자원개발 지원기관인 광업협회와 해외자원개발협회를 통합해 ‘자원개발협회(가칭)’를 설립하고 자원산업진흥 지원기관을 민간과 공적영역으로 이원화해 각 기관 업무를 분담시켜야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경우 공적영역의 지원기관(자원산업진흥원) 모델은 미국의 PTTC(Petroleum Technology Transfer Center)다. PTTC는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을 할 수 없는 중소규모의 독립계 민간 석유가스 개발생산업체의 기술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PTTC를 벤치마킹해 석유가스, 석탄 및 광물자원 등의 기술개발과 보급, 교육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자원개발분야의 R&D과제 관리업무, 해외자원개발협회의 특성화대학 지원프로그램도 이 모델로의 이관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공사, 기능별 분사(Spin-off) 및 사내기업화
석유공사의 경우 경쟁력 있는 사업부문의 분리독립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추선 운영 부서와 비축사업본부를 분리해 독립자회사로 운영하고, 이 자회사는 민영화나 국제 컴소시엄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시추선 운영사업의 경우 국내 조선사 및 금융권, 해외 시추계약 전문 서비스 그룹 등과 함께 시추선운영펀드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또 석유공사에서 맡고 있는 이산화탄소지중저장사업과 관련된 R&D조직과 인력은 지질자원연구원으로 재배치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철우 충북대 교수는 “석유사업은 각 사업장과 광구별로 합작회사(JVC, Joint Venture Company) 형태로 운영되므로 석유공사와 다나, 하베스트 등 해외 자회사가 지분을 투자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기존의 해외 사업을 지역별로 묶고 분리시켜 독립 운영을 보장한 후, 3~5년 이내 수익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며 “분리 시 현재 석유공사 직원들은 분리된 자회사를 선택하거나 자원산업진흥원에 근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분사의 목적은 지역별 또는 JVC별로 설립되는 중소규모 석유개발 전문기업이 수익성과 특정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분사한 각 자회사의 기존사업에 대한 수익성 평가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새로운 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가스공사, 중류부문 강화로 상류부문 진출 모색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확보를 위한 상류부문 사업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셰일혁명으로 촉발된 천연가스 시대는 파이프라인, LNG 운반선 등 새로운 인프라 구축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프라 시장은 금융, 건설, 철강 등 연관산업과 직결되는 만큼 가스공사가 구매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류부문인 천연가스파이프라인 및 배송망 건설 등을 활용해 상류부문에 진출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자본에 안정적인 투자처를 제공하고 해외건설시장을 개척해 철강제품의 수출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류부문 사업의 경우 대개 상류부문 사업자와의 유대를 통해 선점되고 있으므로 중류부문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상류부문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가스공사의 상류부문 탐사역량은 보강될 필요가 있는 지적도 나왔다.

◆ KEMC(한국E&P관리공사) 설립 필요성 대두
자원공기업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한국E&P관리공사(KEMC, 가칭) 설립이 제시됐다. 네덜란드 EBN을 모델로 삼은 KEMC는, 자원개발사업의 사업성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투자에 따른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관리형 지주회사를 뜻한다.

KEMC는 EBN과 마찬가지로 자산평가 전문가 집단을 지향해 지질학, 석유공학, 법률, 회계 등 자원개발평가분야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게 된다. 또 현재 자원개발 공기업의 보유 자산 가운데 수익성이 있는 자산에 대한 재평가 후 일정수익이 보장되는 자산에 대해 지분을 투자한다. 공기업이나 국내외 민간기업이 투자하려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성 평가를 통해서 비운영권사업자로서 지분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원개발에 대한 출자금 관리 및 회수를 위한 전담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현재 공기업 출자나 해외자원개발 융자지원제도를 보다 효율성 있게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또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KEMC가 투자를 결정한 사업의 경우 국내 금융자본이 추가 투자할 경우 사업운영권 확보에 기여하게 되며, KEMC의 평가, 투자 및 사업관리를 통해 사업의 부실을 방지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게 된다. 통일 이후 혹은 남북 교류협력 시대를 대비해 북한지역의 석유가스 및 지하자원의 효율적인 개발을 위한 관리전담조직으로서의 역할도 갖출 전망이다.

이에 대해 주변의 의견은 분분하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KEMC 설립방안은 평가결과의 신뢰성이 국제적 수준으로 확보될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밝혔다. 김병수 석유공사 노조 위원장은 석유공사의 기능별 분사 또는 사내기업화 모델에 대해 "시추분야 등 공사의 경쟁력 있는 사업의 독립법인 설립은 세계시장 변화 흐름 전망에 따라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임원은 "일본의 모델을 많이 반영한 느낌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 동안 공기업은 추진하지 말아야 할 부실 사업을 정부 방침대로 따른 책임이 분명한 만큼, 이같은 강경한 방안을 취해서라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