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바야흐로 전기 르네상스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처럼 모든 에너지가 전기로 모이고 있다. 블랙아웃을 걱정하며, 전기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사용도 강제로 막던 시절은 끝났다. 불과 2년도 안돼서 전기풍요시대가 도래했다. 발전소가 돌지 않아 오히려 걱정이다.

최근 잠시 주춤하지만 전력으로의 수요쏠림 현상도 여전하다. 전기온돌, 냉난방 겸용 EHP 등 전기를 쓰는 보조난방기는 물론 건조기, 전기레인지 등 손을 안 뻗히는 곳이 없을 정도다. 냉난방, 취사, 수송, 산업용 등 곳곳에서 전기가 잠식해 들어오면서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석유 분야는 수요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궁극적으로 최종에너지는 전기로 갈 수밖에 없다는데 대다수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편의성과 공급안정성, 기술확장성, 환경친화적 이미지까지 전기만한 최종에너지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전화(電轉化)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과 생산·변환·사용 과정에서 투입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거침이 없다. 이제 어떤 에너지(1차)를 써서 전기(2차)를 만드느냐의 문제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에너지신산업도 온통 전기 일색이다. ESS(전기저장장치)·에너지프로슈머(전기생산 및 판매)·융복합·EMS(에너지관리시스템) 모두 직·간접적으로 전기와 연결돼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전기를 생산하는 수단일 뿐이며, 전력계통 연결이 최대 과제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확대를 위해 예산과 역량을 쏟아붓는 양상이다.

에너지정책 역시 전기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산업부 내에서도 과거 에너지 정책전반을 다루는 곳이 인기였으나, 최근에는 전기와 가스를 거느린 에너지산업파트가 더 위세를 떨치고 있다. 에너지신산업 전담부서가 따로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연관성이 크다는 이유로 전력당국이 권한을 내놓지 않은 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이러다보니 어려움을 겪는 에너지원들은 요즘 전기로 넘어가야 산다며 그쪽만 흘끔거리고 있다. 분산전원 편익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지역난방과 구역전기 업계는 아예 집단에너지법을 폐지, 전기사업법 밑으로 들어가자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내비친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한전을 비롯한 발전공기업의 투자확대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심판(?)이 플레이어로 나서 주도권을 뺏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석유업계도 전기차 약진 등에 따라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같은 전기라도 민자발전 쪽으로 갈아타선 방향착오다. 전력공기업 쪽에 들러붙어야 먹거리가 풍족하다. SMP 등 전기 생산원가가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혜택을 그들만이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하 압박도 막고, 에너지신산업이라는 명목아래 미래성장동력도 선점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에너지풍요시대에 살 길은 결국 ‘전기’며, 여기에 ‘독점적 권한’까지 얹으면 가히 최상의 그림이다. 전기가 곧 진리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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