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판매협회 vs LPG집단공급산업협회…사분오열 우려
소형저장탱크 제조사, LPG수입사, 충전소도 입장 곤혹

[이투뉴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지역에 배관망을 구축해 저렴하고 안전하며 편리한 방식으로 LPG를 공급하는 마을단위의 LPG배관망사업과 군(郡)단위 LPG배관망사업이 LPG업계의 성장 아이템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은 물론 국회의 호평을 받으며 수요창출과 LPG이미지 개선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LPG배관망 시장을 놓고 LPG업계 내부에서 이합집산이 촉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 간 갈등과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LPG배관망사업을 통해 LPG판매시장이 뒤흔들리며 재편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에 LPG충전사업자단체인 한국LPG산업협회가 진행하던 마을단위 배관망사업에 올해부터 시작되는 군단위 LPG배관망사업까지 더해지면서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출범시킨 게 재단법인 형태의 한국LPG배관망사업단(사무국장 이은경)이다.

여기에 정부 예산의 한계를 벗어나 지역주민의 에너지복지 확대 차원에서 자체 예산으로 마을단위 배관망사업을 추진하려는 지자체가 늘어나자 LPG판매사업자단체인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회장 김임용)가 분과위원회인 벌크위원회를 주축으로 사업에 나섰다. 해당지역에서 기존에 LPG를 공급하던 LPG판매사업자의 생존권 확보와 업역 유지를 위한 시장참여다.

민간자본도 뛰어들었다. 한국씨티에너지(회장 심완식)는 지난해 10월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LPG배관망사업을 공동추진키로 했다. 해당 사업이 정부 예산지원 70%, 지자체 예산지원 20%, 주민 부담 10%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지자체 예산과 주민 부담 등을 민간자본이 대체 투자하는 대신 시공설비, 공급, 안전관리 등을 맡아 장기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80여명의 소형저장탱크(벌크) 판매사업자로 구성된 벌크조합(이사장 김보학)이 LPG배관망사업을 펼치겠다며 가칭 한국LPG집단공급산업협회를 발족시켜 지난 22일 창립총회를 가졌다.

LPG판매조합연합회와 중복되는 사업자 구성으로 중소기업중앙회에 등록되지 못하고, LPG판매협회중앙회와 유사단체로 협회 설립에 어려움을 겪던 벌크조합이 벌크사업자는 물론 집단공급사업자, 소형벌크 제조사, 설비업체, 기구제조사 등을 아우르며 액화석유가스의 안전 및 사업관리법 상 사업자단체로 설립인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액법 시행령 제5장 22조 ‘사업자단체의 설립’에는 LPG충전사업자단체, LPG집단공급사업자단체, LPG판매사업자단체, LPG위탁운송사업자단체, 가스용품 제조사업자단체, LPG저장자단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립인가의 경우 해당사업자단체의 회원 자격이 있는 자 5분의 1 이상의 발기인이 정관을 작성해 산업부장관에게 신청하고, 신청은 회원자격자의 과반수가 출석한 창립총회에서 설립에 관한 의결을 거친 이후에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창립총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와 협약을 체결했던 한국씨티에너지의 심완식 회장을 비롯해 LPG판매협회중앙회 전임 회장이었던 박태석 사장과 부회장직을 맡았던 최희창 전 부산협회장, 이영길 전 경기협회장 등 발기인들의 면면이다. 협약을 체결하고 LPG판매협회중앙회와 동반성장을 다짐했던 곳과 LPG판매협회중앙회 전임 집행부가 사실상 중복업무 성격의 사업자단체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런 정황이 드러나면서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는 격앙하는 분위기이다. 27일 긴급하게 열린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 이사회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표출됐다.

이사진인 지방협회장들은 회장과 부회장직을 맡았던 이들의 한국LPG집단공급산업협회 발기인 참여는 자신들의 안위만을 좇는 것으로, LPG판매업계의 힘을 분산시키는 이적행위라고 질타하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기존 충전사업자단체나 판매사업자단체와 중복역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회원사 결속 및 공동구매사업, 공제사업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며 존립을 흔드는 것은 물론 시장을 혼탁하게 할 것이라는 견해다.

또한 창립총회에 참여한 집단공급사업자는 정작 20~30명에 불과한데다 현재 LPG판매협회 지방협회장을 맡고 있는 본인도 모르게 발기인 명단에 올라간 것을 지적하며 한국LPG집단공급산업협회의 회원 자격과 창립총회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한국LPG집단공급산업협회가 GS칼텍스를 공급원으로, 면단위 이상의 LPG배관망사업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검토해 추후 이사회에서 결정키로 했다.

관련업계에서는 가뜩이나 LPG용기 판매사업자와 벌크판매사업자의 이해가 엇갈려 혼란스러운 마당에 유사한 성격의 사업자단체인 한국LPG집단공급산업협회가 또 다시 설립될 경우 그동안 LPG판매협회와 벌크조합 사이에서 고충을 겪었던 벌크판매사업자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한쪽의 가입과 탈퇴 촉구 등으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또한 벌크판매사업자의 단위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시장점유에 적극적인 SK가스와 E1 등 LPG수입사는 물론 충전소, 소형벌크 제조사, 기구제조사들도 선택을 강요받으며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사실상의 이중과세도 부담스럽다.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로 상충되는 정책안을 제시할 경우 사업자단체 인가를 내준 산업부로서는 자칫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설립인가 적합성 여부에 대한 산업부의 판단과 함께 향후 한국LPG집단공급산업협회 설립이 이뤄질 경우 관련업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