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 연탄단지의 마지막 산증인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
동절기대비 생산량 10% 수준…겨울나기 준비로 무더위 극복

[이투뉴스] 동절기 저소득층 가구의 대표 연료로 꼽히는 연탄. 그러나 한겨울 연탄을 찍느라 밤도 잊던 연탄공장의 여름을 떠올리는 이는 거의 없다. “여름에도 연탄공장이 돌아가요?”라는 물음은 국민연료에서 뒷방 신세가 된 연탄의 현주소를 느끼게 한다.

대부분의 주거시설에서 자취를 감춘 연탄은 이제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의 겨울나기’ 이미지로 거듭난 지 오래. 그러나 일각에서는 저급연료 연탄을 서민에게 지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주거지역에서도 비싸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 파란 지붕의 연탄공장, 50년 가까이 그 자리 그대로
직원 25명의 둥지인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은 동대문구 이문동의 파란 지붕집이다. 서울에 남아 있는 연탄공장 2곳 중 하나로 연탄을 만든지 48년째, 사람으로 치면 반평생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간판도 하나 없어 연탄공장인줄 알고 지나가는 사람은 지금도 많지 않다고 전해진다. 특히 여름이라 주문량이 뚝 떨어진 요즘은 빈 트럭들만 줄지어 서 있다.

▲ 주문이 거의 없는 여름에는 빈 트럭들이 공장 앞에 서 있다.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연탄공장은, 이래봬도 1968년부터 단 한번의 이전없이 한 자리를 지켜온 이문동 토박이다. 다만 논밭으로 둘러싸여 10여곳의 공장이 연탄단지를 조성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홀로 아파트 촌에 둘러쌓여 연탄을 찍어내는 것 뿐이다. 인근에 주거지역이 형성되면서 연탄공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지붕도 올렸다. 주변에 분진 등 피해를 막기 위한 나름의 배려다.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는 장성, 도계광업소에서 생산된 석탄이 이곳으로 실려와 연탄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어 서울과 경기지역의 각 가정으로 흩어져 저소득층의 추위를 잊게 해줄 따뜻한 불꽃으로 변신한다.

지난해 삼천리의 연탄판매량은 3220여장으로 전국 연탄공장 판매량의 약 8%를 차지한다. 판매량도 성수기인 겨울보다 여름은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여름은 피할 수 없는 적자를 받아들이고 시설정비에 매진하는 계절이다.

◆ 사양사업이지만…명맥 보존 필요성도
▲ 연탄공장 내부. 여름의 공장 내부는 적막했다.

비가 내릴 듯 말듯한 무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삼천리 연탄공장의 생산 설비는 평소보다 더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두용 전무는 “여름에는 하루 120톤, 겨울에는 1000톤 정도 탄광에서 탄이 들어온다”며 “여름에는 겨울 성수기를 대비한 정비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 48년째 둥글고 고른 연탄을 찍어내는 쌍탄기.
공장 내부에는 ‘쌍탄기’라 불리는 10대의 생산설비가 있다. 주문량이 없어 멈춰있는 쌍탄기는 지붕에 가려져 햇빛을 못본 지 꽤 여러 해가 지났다고 한다. 이 설비도 1968년 당시 모습이 그대로 보존, 유지되고 있다.

1분에 30회전으로 60장의 연탄을 찍어내는 쌍탄기는 1시간에 3600장의 연탄을 만든다. 주문 차량이 들어와야만 돌아가는 쌍탄기는 10대의 설비가 동시에 돌아가면 1시간에 3만6000장을 만들 수 있다. 

한가로운 가운데 이날 삼천리 공장에서는  광해관리공단 경인지사가 방문,  연탄 품질검사를 시행했다. 품질검사는 생산공정에서 무작위로 선별한 15개의 연탄을 대상으로 규격적합여부를 검사하는 것으로, 저소득층 가구에 양질의 연탄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적합 판정을 받지만, 부적합으로 판정될 경우 시·도에 통보해 해당 공장에 벌점을 부과한다.

규격적합 기준은 지름 150mm, 높이 142mm(허용범위 ±5%), 무게 3.6kg(허용범위 -2%)다. 다행히 이날 진행한 품질검사는 지름 147.29mm, 높이 141.35mm 등 대체적으로 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 15장의 연탄이 품질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지름 147.29mm로 적합 기준에 포함된다.
김두용 삼천리 전무는 “연탄생산 설비는 점차 노후화되고 있어 언젠가는 사용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며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연탄산업을 기억하는 차원에서라도 설비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미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연탄공장. 그나마 연탄가격안정지원금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연탄산업의 명맥을 잇는 숨통이 되고 있다. 광해관리공단은 삼천리이앤이 같은 국내 남아있는 연탄생산업체가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연탄가격안정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물가안정과 서민 가계보호를 위해 1989년부터 최고 판매가격을 고시해 생산원가와 판매가격의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로 ▶연탄제조비 ▶연탄수송비 ▶무연탄 자동차 수송비 등에 대한 지원금을 산정한다.

추억으로 바래져가면서 찬 겨울 뜨거운 불꽃을 피우기도 점점 어려워지는 연탄. 적막이 흐르는 여름의 연탄공장은 무더위 폭염을 숨가쁘게 보내고 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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