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업자 대다수 요금인하 수용…제도개선으로 공 넘어가
요금상한 올려야 현실론 팽배, 자구노력 병행 조건부도 대안

[이투뉴스] 최대한 버틴다고 했지만, 결국은 사업자들이 꺾였다. 개선명령과 벌금이라는 현실을 감내하기 쉽지 않았다. 이로써 열요금 인하를 둘러싸고 산업부와 집단에너지사업자 간 벌어졌던 신경전은 일단락됐다. 민간사업자 대다수가 7월부터 적용되는 지역난방요금을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마찬가지로 7.34% 인하하겠다며 지난주 신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사업자가 빠졌으나 금주에는 신고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긴급진단①] 파국 치닫는 지역난방 열요금
                 [긴급진단②] 열요금, 구조조정 없이는 ‘백약이 무효’

일부에선 사실상 사업자들의 백기투항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처음에는 강력한 문제제기를 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지만, 막판 전열이 내부에서 흐트러지면서 결국 꼬리를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업계가 정부와 정면으로 부딪쳐봐야 답이 안 나오는 만큼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으로 위안을 삼는 사업자가 더 많기는 하다.

이제 열요금 제도개선으로 다시 공이 넘어갔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과 시기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전과 같이 에너지공단과 집단에너지업계가 연구용역을 통해 해법을 도출한 후 이를 산업부와 협의하는 과정이 되풀이 될 전망이다. 사업자들이 요금인하를 수용한 만큼 산업부 역시 가급적 올 하반기에 마무리하겠다는 전향적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 업계 "요금상한 철폐 내지 더 올려달라"
열요금의 대원칙은 총괄원가제다. 사업자별로 열공급에 투입되는 비용에 적정투자보수를 더해 보상받는 방식이다. 변동비는 연료비 연동제 등으로 해결한다. 거의 모든 에너지요금체계가 이와 동일하다. 결국 총괄원가가 사업자별로 제각각인 만큼 열요금 산정과 적용 역시 사업자별로 이뤄지는 것이 옳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집단에너지는 사업자별 원가격차가 워낙 크다(최대 2배 이상)는 점 때문에 개별요금제를 채택할 수 없었다.

구체적으로 소비자 수용성과 경쟁에너지(도시가스 개별난방)와의 가격경쟁력이 열요금 역동성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평가다. 동일한 재화인 열가격이 공급회사 또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날 경우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과연 어디까지 용납하겠느냐는 얘기다. 총괄원가가 높다는 이유로 열요금만 무턱대고 올리면 집단에너지 사용을 강제하는 ‘공급지역 지정제도’ 역시 유지하기 힘들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들어 시장기준요금(한난) 대비 110%라는 요금상한을 설정, 적용하고 있다.

현재의 요금제도는 지난해 10월 도입된 만큼 아직 1년이 채 안됐다. 그 이전에는 대다수 사업자가 한난의 열요금을 준용하겠다며 사업허가를 취득했고, 또 그대로 적용했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절대강자인 한난요금을 따라가서는 도저히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2년여 논의 끝에 110% 상한제가 탄생했다. 하지만 1년도 안돼 정산문제가 터지자 10%정도 얹어주는 방식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냉철한 현실인식과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닌 ‘링거를 한 병 놔주는 식’의 일시적인 봉합으로는 결말 역시 도돌이표가 반복된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CES를 포함한 상당수 지역냉난방사업자들은 열요금 제도개선과 관련 현재 한난대비 110%인 요금상한을 120∼13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궁극적으로 요금상한을 철폐, 사업자별 열요금 자유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요구까지 내놓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정부가 요금상한을 풀더라도 소비자 감시와 민원 때문에 사업자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당장 자유화가 어렵다면 우선 원가구조가 비슷한 사업자끼리 묶어 이원요금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중대형 CHP(열병합발전) 보유 여부 및 저가열원 공급비율, 공급세대수 등을 감안해 3∼4개의 그룹별 요금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열요금 정산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열과 전기의 원가배부의 경우 매출액이 아닌 열량기준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자구노력 사업자에 한해 상한 추가부여 거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제도개선이 열요금 상승으로만 치우쳐선 집단에너지사업의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 사업자의 자구노력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제도개선 역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집단에너지에 대한 정책지원의 경우 신기후체제 탄생은 물론 에너지이용효율 극대화 측면에서 당위성이 충분한 만큼 주저해선 안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구체적인 ‘정부지원+자구노력 병행안’에 대해선 조건부 또는 제한적 요금상한 추가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가장 눈에 띤다. 워낙 어려운 만큼 전반적으로 상향조정도 필요하지만, 여기에만 머물러선 안된다는 것이다. 즉 저가열원을 개발하기 위한 열연계 및 신재생에너지 시설투자와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의 자구적 조치가 있는 업체에 한해 추가적으로 10% 가량 요금상한을 올려주는 방안이다.

또 과도한 이자비용으로 인한 사업경쟁력 상실을 막기 위해 요금상한 추가부여 시 부채비율을 일정수준 이하로 낮추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내고 있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의 경우 자본금 증자가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빚만 잔뜩 짊어진 채 정부만 바라보는 업체는 묵과해선 안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열요금만 야금야금 올리는 방식으로는 당장의 사정은 조금 나아지겠지만, 최종적으로 집단에너지사업 전체를 갉아먹는 것”이라며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대책으로는 악순환만 반복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들이 자구노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정부가 특단의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순”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