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기상 이변까지 겹친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기걱정은 없다. 그러나 뒷면을 보면 지나친 전력 공급과잉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날아가고 있다. 지난달 말 기록적인 무더위로 냉방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수요는 8100만kW를 넘어서 역대 최대수요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에 전력공급력은 8892만kW에 이르러 전력예비율이 10%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더위에 전기 걱정할 일은 없어졌지만 이를 위한 사회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순환정전 사태로 조마조마하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금석지감이 앞선다. 이처럼 전력시장이 좋아진 것을 넘어서서 공급과잉까지 우려하게 된 것은 우선 전력수요 증가율이 예측한대로 늘어나지 않는데 기인한다. 정부는 매년 전력수요 증가율이 2.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는 1.2%에 그쳤다.

거기에 더 결정적인 요인은 2011년 9.15 순환정전으로 곤혹을 치렀던 전력 당국이 이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신규발전소 건설계획을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력공급이 철철 넘치면서 전력시장 운영원칙에 따라 피크시 전력을 담당하는 첨두발전기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전력시장 운영은 우선 발전비용이 저렴한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가동시키고 다음으로 LNG 등 첨두발전기들을 가동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전력수급이 빠듯한 시절에는 첨두발전기들은 물론이고 노후 저효율 석탄화력 발전소까지 총동원됐다. 하지만 전력공급이 넘친 근년에는 원자력발전과 효율 좋은 신규 석탄화력만으로도 기초부하를 충족시키면서 값비싼 첨두발전기들을 쓸 일이 없어진 것.

그렇다고 해서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우선 LNG 등을 사용하는 민간발전소들은 가동률이 떨어져 경영난에 빠져 있을 뿐 아니라 가동을 하지 않더라도 고정비인 용량요금(CP)을 지급해줘야 한다. 첨두발전기들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민간발전사업자들의 볼멘소리가 커지자 당국은 CP를 인상해줄 계획이다.

발전소는 가동되든 않든 상시 발전대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정비 투입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한전은 지난해 각 발전사에 지급한 도매전력요금의 약 15%인 6조원가량을 실제 발전량과 무관한 용량요금과 기타정산금으로 지출했다.

아울러 전력시장 가격체계도 문제다. 시장원칙이라는 명분으로 평면적인 가격체계에 따라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원자력과 석탄화력이 저렴한 반면 가스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원자력발전의 경우 장기적인 폐로작업과 사회적 비용이 빠져 있다. 석탄화력 역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범으로 되어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같은 비용은 생산원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가격체계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제에 전력시장 가격체계는 물론이고 발전원별 에너지믹스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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