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의 개선이 시급하다. 소비효율이 높은 등급일수록 연비가 좋은 차량이어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소비자들이 소비효율 등급이 1등급에 가까울수록 연료가 적게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낭패를 보곤 한다는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른 고시를 제정해 2002년부터 모든 차종에 소비효율 등급을 표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수송부문의 대표적인 에너지소비 기자재인 자동차를 소비자들이 선택할 때 이왕이면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선호하도록 유도하고 제작사 역시 에너지 절약형 차량을 개발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1월25일자 보도) 승용차 부문에 적용하고 있는 에너지효율 등급은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연비와는 무관하게 매겨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차일수록 연료가 적게 들어가 연비가 그만큼 높으며 대형차일수록 배기량이 크기 때문에 많은 연료를 잡아먹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현행 제도는 효율 등급이 차량 배기량에 맞추어져 있어서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즉 경차인 모닝 1.0모델은 배기량 999cc에 리터당 15.5km의 높은 연비를 기록했지만 최저성적인 5등급이 매겨졌다. 그러나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판매하고 있는 ‘벤츠 C320’ 모델은 배기량 3199cc에 연비가 8.6km에 그쳤지만 1등급을 받는 모순이 생겼다.

 

산자부도 이같은 모순을 알아차리고 이미 에너지기술연구원에 기술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는 용역 결과가 올 하반기에 나오면 공청회를 거쳐 고시를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형차에 대해서 에너지효율 등급을 낮게 맞추고 소형차에는 효율등급을 높게 매기면 대형차를 생산하는 업체나 수입선에서는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소형차일수록 좋은 등급을 받고 대형차는 5급에 가까운 등급을 받을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눈치를 살피면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현행 고시를 계속 유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자동차는 이미 생필품이 된지 오래다.


거의 모든 국민이 여러 가지 형태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더욱이 잘 사는 가정에서는 한집에 여러대의 자동차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현행 자동차 에너지효율 등급제에 대해 그동안 의문을 가져온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쳐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의 모순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상 산자부는 사명감을 갖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정도라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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